3분 이내에 읽을 수 있는 초단편 소설
오늘은 원룸에서 임시로 살던 우리 부부가
신혼집으로 이사하는 날이다.
하필 신혼집을 부모님 댁 근처로 잡는 바람에
아버지의 감시 아래 이사를 하게 됐다.
아버지는 군인도 아니시면서
꼭 집안일을 군대처럼 통제하려 하셨다.
이번 이사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내는 마치 이등병처럼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이사 날짜와 업체를 정하느라
이사 전부터 진이 빠져 버렸다.
그런데, 오전 9시까지 오기로 했던 이삿짐 센터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고 연락조차 없었다.
그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형 언제 와?
아빠가 새벽부터 계속 이삿짐차
언제 오나 기다리고 있어."
"응. 곧 이삿짐 센터 사람들 올거야."
나는 대충 둘러댔고,
아내는 다급한 나머지 이삿짐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ㅇㅇ이삿짐 센터입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저희 ㅁㅁ오피스텔 1203호인데요.
오늘 이사 날인데, 아무도 안 오셔서요."
"ㅁㅁ 오피스텔이요?
고객님 예약은 내일로 되어 있습니다."
"내일 이라고요?
아니 분명히 오늘 날짜로 예약했는데요?"
"저희 전산에는 내일로 되어 있고요.
이삿짐 차도 내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허탈했다.
지금 살고 있는 원룸의 기한이 며칠 더
남아 있었기에, 이사는 내일 해도 괜찮았다.
문제는 아버지였다.
동생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형, 왜 이렇게 늦어? 아버지 완전 폭발 직전이셔."
"어, 그, 그게..."
머릿속이 하얘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의 얼굴도 하얘졌다.
만약 아내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그대로 실토하면,
아버지는 아내에게 '실수투성이 며느리'라는
낙인을 찍고 평생 괴롭힐 것이 뻔했다.
나는 아내의 실수를 덮고,
내가 바보가 되기로 결심했다.
"내가 이사 날짜를 내일로 착각하고,
이삿짐 센터에 날짜를 잘못 말했나 봐.
아버지한테 죄송하다고 전해 드려."
"진짜? 아버지가 들으시면... 감당할 수 있겠어?"
"응."
그렇게 전화를 끊자 마음 졸이며 서 있던
아내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고마워."
난 가정의 평화를 지킨,
진짜 군인이 된 기분이 들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