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길었던 여름아 안녕
하루하루 달라지는 공기 속에서
가을이 살며시 다가온다.
뜨겁고 길게 느껴지던 여름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떠났다.
시끄럽던 매미들은
오늘 아침
숨죽인 채 잠들어 있다.
‘곧 가을이겠지’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토록 빠르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여름아, 안녕.
꺼지지 않는 태양,
두근거리는 여행의 설렘,
뜨겁던 순간들까지
모두 안녕.
겨울보다 여름을 더 사랑한다.
내 주변 사람들은 겨울을 좋아하지만
나는 여름을 조금 더 오래
조금 더 진하게 사랑하고 싶다.
가을은 여름을 보내주고
긴 겨울을 맞이하라며
살며시 마음을 준비시키는 계절이다.
하늘은 높아지고
아침 공기는 한층 시원하다.
바람은 차갑지만 부드럽고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아직 평화롭게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증거다.
자연이 숨 쉬는 모습을 지켜볼 여유,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잠시 하늘과 공기 속에 머무르며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
가을, 서늘한 바람 속
조금씩 길어지는 그림자와
가벼워진 공기 속에서
받아들이는 배움의 시간이 느껴진다.
모든 계절은 저마다의 빛과 색을 지녔다.
계절을 사랑할수록
나의 한 해,
나의 삶을 사랑하게 된다.
설레는 봄,
사랑하는 여름,
배우는 가을,
조금씩 친해지는 겨울.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낄 때
그건 나이 때문이 아니다.
사랑하는 것이 많아진
아쉬운 마음 때문일 것이다.
어릴 때는 더 사랑받고 싶었지만
이제는 내가 사랑할 것이 많아졌다.
그리고 그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