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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MIN Mar 28. 2024

동네에 피부과가 없더라고요

#일상을 여행처럼  #속초 낯설게 보기



  턱 부근에 큰 뾰루지가 났다. 속에서 곪아 탱탱 부어 있어 어쩔까 고민하다가 면봉으로 짜려고 시도해 봤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주변 부위까지 벌겋게 올라와서 붉은기가 가라앉지 않거나 흉이 지면 어쩌지 하고 덜컥 겁이 났다.


생각의 흐름이란 참 단순해서 아프니까 병원에 가야지 생각하며 지도 어플에 피부과를 검색했다. 그리고 당황했다. 해수욕장, 산, 소문난 맛집까지 어지간하면 차로 30분 안에 갈 수 있게 마련인 이곳에서 생활 반경 안에 검색되는 병원이 두 곳밖에 없었다. 단 두 곳.


방문자의 후기를 살펴보니 한 곳은 대기 시간이 길며 의사 선생님이 무뚝뚝하다는 평이 전반적이었고(다섯 명 이상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할 정도면 대체…), 다른 한 곳은 각종 이유로 화가 잔뜩 오른 사람들이 쓴 리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최선이니 차선이니 할 것 없이 지뢰찾기 게임을 하듯 최악이 아닌 것을 골라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는 뜻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집 주변에서 피부과를 골라서 갈 수 있던 경기도민은 오늘이 되어서야 한 걸음 더 강원도민에 가까워진 것 같다. 그리고 단연코 이번에 알게 된 이런 점 또한 이사 전에는 막연하게 그려보느라 떠올리지 못한 것 중 하나이다.




속초 해수욕장



  지난달에 수도권을 떠나 강원도로 집을 옮겼다. 학업과 생업을 위해 경기도와 서울의 월세방을 전전한 끝에 10년 이상 된 수도권살이에 종지부를 맺게 된 셈이다. 결혼적령기이자 한창 커리어를 발전시켜 갈 나이인 나를 향한 


“거기에서 사람은 어디에서 만나려고? 그러다 시기 놓치면 (어쩌고 저쩌고)”

“일은 어쩌려고? 거기에 일할 데가 있긴 있어?”


같은 현실적인 걱정은 이미 이사를 논의하는 단계에 있을 때부터 질릴 정도로 들었다. 재미있는 건 나와 정말 가깝고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빙자한 오지랖을 펴 보이는 사람들은 대체로 엄마의 친구나, 엄마의 다른 친구나, 엄마의 또 다른 친구였으니까.



  하여튼 현재 강원도민이 되어 느끼는 가장 큰 걱정은 고양이 진료에 특화된 동물 병원이 없다는 것이나, 양양공항이 기약 없이 문을 닫은 상황이라 여행 가는 길이 더 험난해졌다는 것 정도일까. 아, 그리고 지금 턱에 난 커다란 뾰루지를 방치해야 하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도.


  아무래도 피부과 원장님이 얼마나 무뚝뚝한지 두 눈으로 똑똑히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한번 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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