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식탁을 바꾼 세 권의 책

책장에서 찾은 초록색 위로

by 유연


채식을 시작하고 나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갑자기 왜?"였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제 책장에 꽂힌 세 권의 책을 가만히 보여주곤 합니다. 이 책들은 저에게 '하지 마라'는 금지령을 내리는 대신, 제가 미처 몰랐던 '다정한 세상'의 존재를 알려준 소중한 스승들이었습니다.


고통에도 평등한 자리가 있을까? : 피터 싱어 《동물 해방》


철학자 피터 싱어는 저에게 조금은 묵직한,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의 아픔이 소중하다면, 저 존재의 아픔도 똑같이 소중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었죠.


그는 똑똑함이나 생김새가 아니라, '고통을 느낄 수 있는가'라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확한 기준으로 생명을 바라보라고 말합니다. 그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제가 무심코 누려온 미식의 즐거움 뒤에 가려진 작은 비명들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채식은 '참는 것'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는 다정한 실천이 되었습니다.


왜 어떤 생명만 사랑할까? : 멜라니 조이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입는가》


멜라니 조이는 제 마음속의 얄궂은 모순을 콕 집어냈습니다. 왜 우리는 강아지는 가족처럼 품에 안으면서, 돼지는 베이컨으로만 바라볼까요? 그녀는 우리가 원래 잔인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씌워준 '육식주의'라는 보이지 않는 안경 때문이라고 말해줍니다.


그 안경을 벗고 나니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였습니다. 관성적으로 고기 메뉴를 고르던 손길을 멈추고, 내 마음이 진짜로 향하는 '공감'의 방향을 선택할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죠. 그녀의 책은 제 마비된 감각을 깨워준 고마운 알람 시계였습니다.


식탁 위에 쓰이는 나의 자서전 : 조너선 사프란 포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제게 가장 근사한 문장을 선물했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다(You are what you eat)."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를 넘어, 내가 오늘 무엇을 먹기로 선택했느냐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한다는 것이죠.


"나는 생명을 아끼는 사람이야", "나는 지구의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이야"라는 거창한 선언 대신, 저는 오늘 점심의 초록색 접시로 저만의 조용한 자서전을 써 내려갑니다. 그의 문장 덕분에 제 식탁은 매일 아침 조금 더 우아하고 정의로워졌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


이 세 명의 거장이 제게 가르쳐준 공통점은 '완벽한 성자가 되라'는 압박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어제보다 조금 더 알고, 오늘 조금 더 다정한 선택을 하라는 응원이었죠.


책장을 덮으며 저는 결심했습니다. 100% 완벽한 비건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내 접시 위에 무엇이 담겼는지 질문하는 '유연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기로요. 오늘 여러분의 책장에는, 혹은 식탁 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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