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는 제가 엄청난 작가가 될 거라 생각한 적이 있었지요.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하고 싶은 말도 생각해두었을 정도로 꽤나 진심이었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에게는 재능이 없었어요. 정확히는 제가 좋아하는 글과 유명해질 수 있는 글이 너무도 달랐습니다. 그렇게 작가일을 메인으로 하기 보다는 글과 관련된 일을 하며 틈틈히 글을 쓰기도 하는 사람이 되었지요. 출판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재능이 뛰어난 작가를 많이 만납니다. 저보다 훨씬 어린데도 글을 너무 잘 써서 깜짝 놀란 적이 많습니다. 지금 저와 함께 일하는 온유경 작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포장하기 마련입니다. 의식하든 아니든, 좋든 싫든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부풀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신이 앉은 자리 탓에 본래 능력보다 더 훌륭하게 보여야 할 수도 있고, 자신이 훌륭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만 같은데 도저히 재능이 없어서 낙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의도적으로 자신을 부풀리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유형에 몹시 공감이 갔습니다. 철학과를 나와 아무런 기술이 없는 탓에 늘 사물의 좋은 요소를 찾아 그것을 강조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기술이라는 말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하다보면 가끔은 저 자신을 과대평가하게 됩니다. 문제는 본인 스스로도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 되겠지만,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이 됩니다. 너무 아름답고 매력적이어서, 정말로 그렇게 믿고 싶어지는, 석류성 거짓말이지요.
온유경 작가의 <석류성 거짓말>은 사실 내부에서 육 개월 전 즈음에 한 번 읽어본 작품이었습니다. 글을 읽은 저는 굉장히 마음이 찔렸습니다. 당연히 저를 염두해두고 쓴 것은 아니겠지만, 과거의 저를 보는 것 같아서 그저 ‘잘 썼다’고 얼버무려서 칭찬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글을 읽고 저와 같이 생각하지 않을까 하다가도, 함께 글을 읽었던 사람들은 너무도 화사하게 칭찬을 해 주어서, 괜히 저만 뜨끔한 건가 싶어 속으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