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유이 Mar 30. 2024

불행은 상대적

그래서 나는

저는 아주 큰 불행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에서는 불행을 겪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어릴 적에는 작은 상처에도 아파하며 눈물 흘리던 시절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이야기를 듣다보니 제 상처는 정말 작고, 또 작은 것만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불행이라는 것을 겪지도 않은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픔은 상대적입니다. 아무리 작은 생채기에도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주위의 모든 것이 망가졌는데도 꿋꿋이 버티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록 그 속은 너무도 쓰리더라도 버텨나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사람들. 저는 그런 일화들은 듣고 옆에서 겪으며 제가 아프다는 말이 너무도 가볍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프다는 말이 너무 죄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차마 제가 해서는 안 될 말인 것처럼, 다들 아프다고 하는데도 제 말 한 마디가 다른 사람들에게 엄살처럼 들리고, 또 그래서 그 사람들이 상처 받을까봐 걱정이 됩니다. 나도 참는데 쟤는 왜 저래. 그 말의 타당성 이전에, 그렇게 말하는 이들의 허탈한 감정이 물 밀 듯 밀려옵니다. 마치 재물을 한 무더기 쌓아놓은 이가 길바닥에 나앉은 이 앞에서 손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하는 꼴이지 않을까요. 게다가 그 나앉은 이가 회생하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는데, 부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소연만 하다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맛있는 식사를 먹으면, 무척 허무하지 않을까요.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적인 부분들에서, 저는 감정적이면 안 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늘 저는 괜찮다고, 별 일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거대한 돌덩이가 되어 화과산처럼 제 몸을 짓누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화과산인 것은 그저 제 마음의 문제인 것이라 생각을 고쳐먹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마치 킹을 추격해오는 체스말들을 피하듯, 천천히 구석으로 도망갑니다. 하지만 그건 별 일 아닙니다. 그래봤자 말 하나를 옮길 뿐,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불행은 상대적인 거야. 분명히 아픈데도 이해 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나온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힘들 때에도 제 불행이 너무 작은 것만 같습니다. 이따금 힘들 때면 쇄골에 어깨를 기대로 하루 정도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따뜻한 온기만 있으면 그래도 편안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면, 문득 결국 내 상황은 그 정도만 있어도 해결될 정도로 작은 것 같아서, 다시 입을 다뭅니다.


괜찮습니다. 이런 작은 힘듦은 삼사주 정도 지나 봄이 지나면 금방 사라질 것입니다. 그저 잠시 봄을 타는 것뿐이에요.

이전 28화 제 이야기는 잘 들리고 있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