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를 달고 걷기
철학과 대학원에는 흉흉한 소문이 있다. 바로 대학원생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못하는 것을 전공한다는 이야기이다. 누구보다 독재자 같은 사람은 인생은 물처럼 살라고 말하는 사람을 전공하고, 누구보다 폭력적인 사람은 다양한 사회와 모두의 자유를 꿈꾸는 사람을 전공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철학과의 비극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출판부 사람들에게 들려주자 다들 크게 공감해 주었다. 자신의 주변도, 자신도 그렇다고. 자신이 잘하는 것은 따로 있는데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신이 못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다고. 큰 기대 없이 했던 말이었는데 큰 공감을 받아 크게 놀랐다.
작가 중에서는 종종 글을 쓰며 살기 위해 돈을 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전문직도 있고, 혹은 생활을 영위할 정도의 돈을 주는 곳도 있으며, 아니면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을 찾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분들이야 처음부터 그렇게 할 계획이었으니 괜찮았으나, 정말로 글로 먹고 사려고 준비하는 작가님들은 많이 힘들어 하셨다.
하고 싶은 일과 돈 버는 일이 일치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돈을 버는 것 자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이상 그런 일은 잘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하는 것’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삶에서 ‘좋은 것’에서 영감을 받기 때문이다.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리스크가 되어버린 세상. 꿈을 버리면 그냥저냥 살 수 있기에 삶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꿈을 갖는 순간 양 발에 풀 수 없는 무거운 무게추를 달게 된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 손에는 언제든 그것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있기에 주변에서는 자업자득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족쇄. 그럼에도 묵묵히 그것을 끌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 족쇄가 풀리는 날이 올까? 하지만 오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나아가겠지.
멈출 수 있었다면 진즉 멈췄을 것이다.
그저 멈출 수 없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