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하나만 충족되어도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변한다. 너무 많이 변해서 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주 변한다. 오히려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홀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고립을 야기할 뿐이 아니겠는가? 두루뭉술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AI로 인해 시장의 트렌드와 발전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데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하고 있다면 뒤처질 뿐이다. 상황이 변화할 때마다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다면, 그것 역시 회의적이다. 사람이 일정 나이가 넘으면 도저히 바깥에서 바꿀 수가 없다. 아무리 진심을 다해 말해도, 각종 이득으로 회유하여도 말로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 사실을 무척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면 곰곰이 생각해보고 필요하다면 재빨리 바꾸는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다른 사람들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구원은 오직 과거형으로만 존재한다는 글을 쓴 적 있다. 구원이라는 것은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이 끝나고 난 이후 자신을 도와줬던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사람은 구원받을 수 없다. 이전의 암울했던 상황을 타파하더라도 그것은 주변의 배려와 선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오직 자신의 힘으로 이겨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고는 말한다.
‘역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어.’
그런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온다. 그렇게 되기 위해 거쳐온 수많은 사람의 손을 알아주지 않는 것은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것이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님에도 문득 슬퍼진다.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구원은 존재하는가? 나는 생각한다. 실존 여부를 떠나서, 존재한다고 말해야 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위해. 희망은 두루뭉술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다. 자신을 비관적으로 보는 이들은 희망이 사라진다면 죽고 만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죽고 만다.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구원을 바랄 정도로 힘든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구원은 존재해야 한다.
그렇다면 구원이 성립되는 조건은 무얼까? 이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1) 누군가가 (2) 그 사람을 (3) 다른 상태로 이행시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았다. (4) 그것에 감사하기. 이것까지 완성되었을 때야 비로소 구원이 이루어진다. (1)의 경우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2)는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고, (3)의 경우 어려우나 불가능하지는 않다. 나는 (4)가 가장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3)이 이루어졌다는 것조차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감사할 줄 알아야 구원을 받을 수 있다. 희망이 없다는 것은 사실 세상에 대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왜 나는 이렇게 살지?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나지?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겠지? 나는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데? 하지만 사실 그런 일들 사이에서도 감사할 일은 매일 생긴다. 나는 그것을 잘 몰라 너무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는 그들이 나를 구해주었을 때조차 그들을 원망하고 있었다.
요즘 삶이 힘드냐고 묻는다면, 물론 힘들다. 단순히 일이 힘든 것뿐 아니라 힘든 일 탓에 먹고 사는 것도 아슬아슬해지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늘 감사할 일은 생긴다. 어제는 친구가 고기를 사 주었다. 그제는 동생이 빨래를 해 주었다. 그 전날에는 직장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작은 호의, 혹은 자신이 살아가기 위한 여러 방편이겠지만 나는 매일 그에서 감사를 느낀다. 그들은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런 것을 보면 사실 구원의 4요소 중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4)뿐이다. (1)과 (2), 그리고 (3)을 모두 충족하더라도 (4)가 없이는 구원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반대로 모든 것이 없어도 감사하다 생각하다면 그 사람은 구원받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은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온 것 같다. 사람은 바꿀 수 없다. 사람이 바뀌는 것은 오직 그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