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로 모이는 마음들

무대란 무엇인가

by 유안나

지난겨울, 오스모 벤스케와 서울시향 공연에서의 일이다. 무대 뒤편에 검은 구두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맨 뒷줄 타악기 주자의 신발이었다. 그는 양말만을 신은 채였다. 무대 위에서 신발을 벗고 연주를 하는 것이 의아했다. 알고 보니 그는 다른 악기 연주를 위해 공연 중 이동이 필요했다. 그는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아주 천천히 무대의 좌우를 움직였다. 그의 조심스러운 발걸음은 연주되고 있는 음악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대다수의 관객이 그가 신발을 신었는지 벗었는지, 공연 중 움직였는지 알지 못했다. 최고의 연주를 선사하기 위해 오케스트라의 모든 사람이,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무대에 서는 이들은 짧은 순간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다. 악기를 연주하는 지인에게 무대에 선다는 건 어떤 것이냐고 물었다. 그가 말했다. 준비가 덜 되었을 때는 그것만큼 떨리고 두려운 일이 없지만, 수많은 연습 끝에 스스로 자신이 있을 때는 무엇보다 설레고 기다려지는 일이라고. 무대 위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시간뿐만 아니라, 공연자가 이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 관객이 공연을 예매하고 객석에 앉기까지의 시간 모두가 공연의 일부이다. 무대 위에 서는 시간은 짧지만, 그것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무대 위에서의 시간이 더욱 특별해지는 이유이다.


관객으로서 가장 큰 감동을 받는 순간은 공연자가 누구보다 그 무대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이다. 무대에는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과, 그것을 기꺼이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자신의 것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에서, 무대만큼은 자신의 최고의 것을 기꺼이 나누고, 이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공간이 된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것을 내어준다는 것, 그리고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 여전히 우리에게 무대가 소중한 이유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진심이 모이는 곳이기에 무대는 아름답다.


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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