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2020년 11월호 '세계의 파워 여성 지휘자 16인' 리뷰
지휘자가 여자인 공연은 되도록 챙겨본다. 아직은 찾아가야 만날 수 있는 이들의 무대가 늘 영감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집으로 직접 찾아온 객석 11월호의 표지가 더없이 반가웠다. <세계의 파워 여성 지휘자 16인> 특집은 세계 각지의 지휘자 16인의 이야기를 애정과 고민으로 담아냈다. 개성 넘치는 16인의 지휘자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신념’과 ‘계보’의 중요성이었다. 외부의 관념과 상관없이 스스로의 재능과 열정을 믿고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역사가 기록되고 그 계보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여성 지휘자’라는 분류가 주는 미묘한 불쾌감에 대해 생각해본다.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음악가들을 모아놓고 그들에게 여성으로서의 경험에 대해 묻는 것도, 묻지 않는 것도 불편하게 느껴졌다. 지휘자이면서 여성인 사람들에 대해 말하면서 ‘여성’이라는 정보를 덧붙이지 않으면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새삼스레 사회의 불균형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이 책을 만든 사람들과 그것을 읽는 사람들이 ‘여성 지휘자’라는 호명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빛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가득한 11월호 객석을 읽으며 어느 때보다 가슴이 뛰었다. 이 한 권의 책이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의 신념을 두텁게 하고, 이미 그 길을 걸어온 이들의 계보를 쓰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틀림없다. 또한 국내외 공연예술계를 면밀하게 기록해온 객석이 앞으로도 그러한 역할을 해나갈 것을 의심치 않는다.
‘포디엄에 불어온 여풍’이라는 말은 여성 지휘자들이 기존의 대기를 흔들어 놓으며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바람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포디엄 위에 서는 여자들은 한때 불었다 사라지는 바람이 아니다. 그들은 더 이상 외부의 힘에 휩쓸려 사라지지 않는다. 음악이 있는 한, 무대가 있는 한 이들은 언제나 무대 위에 당연하게 존재할 것이다.
20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