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스티븐 허프의 라흐마니노프 리뷰>

<2021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I:스티븐 허프의 라흐마니노프> 리뷰

by 유안나
imageSrc.jpg <2021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I:스티븐 허프의 라흐마니노프>


좋은 연주란 무엇일까. 7월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1 서울시향 마르쿠스 슈텐츠I:스티븐 허프의 라흐마니노프> 두 번째 공연에 다녀왔다. 이날 프로그램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음악으로 이루어졌다. 직관적인 지휘가 돋보이는 서울시향의 수석 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지휘를 맡았다.




프로그램

- 버르토크, 현악, 타악 및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1936)
-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대한 광시곡(1943)
- 비제, 카르멘 모음곡 제1번, 제2번 발췌(1885, 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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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버르토크의 <현악, 타악 및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이 곡은 조용한 현으로 시작되어 악기들이 하나씩 추가되면서 점점 음산한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이다. 적막으로부터 현이 확장되어 점점 긴장감이 고조되고, 그것에 압도되어 공포에까지 이를 수 있는 곡이다. 그 흐름에 관객이 온전히 함께하기 위해서는 초반의 분위기 형성이 중요하다. 이날 공연에서 그것이 성공적이었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합창석에서 미숙한 객석 운영으로 큰 소음이 발생하여 연주자와 관객의 집중력이 모두 흐트러졌다. 단선율로 음악이 시작되어 불협화음이 하나씩 더해지는데, 그것이 음악으로 어우러져 점점 고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다. 그저 각각의 연주자가 자신의 파트를 기계적으로 연주할 뿐, 지휘자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시작부터 분위기 형성에 실패한 것이다. 중간중간 감상을 방해하는 잔실수도 눈에 띄었다. 미묘하면서도 정교한 진행이 두드러지는 곡인 만큼, 그것의 음악적 구현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더욱 아쉬운 연주였다.


두 번째 곡인 라흐마니노프<파가니니 주제에 대한 광시곡>은 영국의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의 연주로 함께했다. 스티븐 허프의 곡에 대한 깊은 이해와 리더십이 돋보였다. 오케스트라에 끌려가지 않는 능동적인 피아노 연주로 확실하게 곡을 주도했다. 스티븐 허프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와의 조화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곡을 이끌었다. 과연 연주자로서의 노련함이 돋보였다. 시종일관 부드럽고 담백한 음색을 유지하면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는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제24번의 멜로디를 주제로 만든 변주곡 형식의 곡이다. 음악의 초반부에서 귀에 익은 주제가 제시되고, 곡이 진행되면서 주제가 다양하게 변주된다. 특히 아름다운 멜로디의 제18번 변주가 잘 알려져 있다. 피아노의 서정적인 연주로 시작하여 오케스트라가 풍부함을 더해가는 진행에 몰려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환호했다. 스티븐 허프는 앵콜로 자신이 직접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했다. 물이 흐르는 듯한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편곡으로, 그의 부드러운 음색이 잘 드러나는 곡이었다.


마지막 곡으로 비제<카르멘 모음곡>이 연주되었다. <카르멘 모음곡>은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곡들을 연주회용 음악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서울시향은 유명하고 경쾌한 음악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악보 없이 지휘하는 지휘자와 능숙하게 연주해내는 단원들을 보아, 관객들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에게도 가장 익숙한 곡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탬버린이 <카르멘> 특유의 경쾌한 리듬을 잘 살려주었으며, 다이내믹이 잘 살아있어 듣는 재미가 있었다. 가볍게 몸을 흔들며 감상할 수 있는 즐거운 연주였다.




좋은 연주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물론 실수하지 않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연주를 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이 듣는 이들의 가슴에 가닿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연주하는 이들이 그 음악을 누구보다 깊게 이해하고,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객석에서 관객들이 황홀함을 경험하게 것이냐, 지루함을 경험하게 것이냐는 바로 거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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