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손해 볼 것 없는 풍수지리 4) 청계천을 둘러싼 풍수의 역사
3년 정도의 직장 생활을 광화문에서 했다. 청계천은 사람들이 북적대는 차도보다 3미터는 넘게 깊기 때문에 내려가면 분리된 공간에 온 기분이 들어 특히 좋다. 주말에 근처에 갔다가 많은 외국인들이 청계천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조선시대부터 청계천은 명당수로 여겨졌다. 명당수란 풍수적으로 집이나 건물에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는 물을 의미하는데, 그 물은 반드시 맑고 깨끗해야 하고 차분하고 완만하게 어딘가 고이는 것 없이 곡선을 이루며 흘러야 한다. 또 숨겨진 것이 아니라 지상에 드러나야 한다. 풍수에서 물은 기운을 담아둘 수 있는 역할이라고 여겨지는데, 같은 물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 위와 같은 조건들을 만족해야 좋은 물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청계천은 북악산, 인왕산 등의 산들을 등지고 남쪽에 위치한 강인 전형적인 배산임수 조건에다가 위 조건들까지 만족하는 개천으로서 옛날부터 좋은 물의 기운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청계천이 풍수적으로 좋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청계천이 역수이기 때문이다. 역수란 거꾸로 흐르는 물이라는 뜻인데, 거꾸로라는 것은 원래 자연스럽게 흐르는 방향이 있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동고서저 지형이기 때문에 강줄기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서울을 통과하는 중요한 물줄기인 한강 또한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그런데 조선시대 때 청계천이 흐르는 방향을 살펴보니 물줄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이유는 청계천이 시작하는 백운동천이 인왕산과 북악산이 만나는 계곡에 있는데, 동쪽에 있는 낙산보다 인왕산과 북악산이 높은 산이기 때문에 물줄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게 된 것이다. 풍수에서 역수는 한 그릇만 있어도 좋은 인물이 태어난다라고 할 정도로 좋은 것인데 그런 역수가 배산임수의 형태로 게다가 역수로 흐르고 있으니 조선시대 사람들은 청계천을 명당수라 여겼다.
한양을 수도로 한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청계천에 대해 내린 역사적인 결정들이 여러 번 있어 왔는데, 당시 결정권자들의 결정이 흥미로웠다.
1. 세종대왕의 결정
세종대왕 시기에 청계천을 둘러싼 논의가 있었다. 세종대에 한양의 인구는 이미 10만 명이 넘었다. 살고 있는 사람만 10만 명이고 외부에서 일을 하러 들어오는 사람들까지 하면 10만 명 ~ 20만 명 정도 되는 규모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하수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항상 청계천은 더럽고 악취가 났고, 이것이 사회 문제가 되었다. 당시 집현전 교리였던 이현로와 어효첨은 청계천의 용도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다.
이현로는 한양의 명당수인 청계천을 깨끗이 해야 국운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어효첨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데 청계천을 통해 더러운 것들을 떠내려 보내야 위생에 좋다고 청계천을 생활하천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대왕은 어효첨의 손을 들어주셨다. 세종대왕은 백성들이 더 살기 편한 방향으로 실용성을 위주로 판단하신 것 같고, 풍수는 믿지 않으시는 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뒤로 영조대에서 준설 공사를 하기까지 한참을 청계천은 더러운 것들을 떠내려 보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2. 일제강점기와 이승만 대통령의 복개사업
일제강점기 때 만주와 일본의 중간에서 고가도로를 두어 군수물자를 호송하기 편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청계천 복개사업이 시작되었다. 이를 이어 이승만 대통령이 청계천 복개를 재개했는데, 이때 여러 풍수학자들은 명당수를 덮어버리는 복개사업에 큰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두고 어떤 사람들은 청계천은 명당수가 아니며, 오히려 준설 공사를 하여 영조대 이후 조선의 국운이 기울어졌고 반대로 복개사업이 완공된 1970년대 이후부터 나라가 잘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3. 이명박 대통령의 청계천 복원사업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기간에 청계천은 복원되었다. 이를 두고 풍수적으로는 좋다는 의견과 좋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한다고 한다.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지금 청계천이 직선으로 흐르는 인공천이라는 점 등을 들어 명당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인공천이라 하여도 깨끗한 물을 흐를 수 있게 함으로써 충분히 좋은 역할을 해준다고 본다.
알아볼수록 청계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왜냐하면 나에게 청계천은 그저 아름답고 소중한 서울의 보물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히 청계천은 좋은 풍수라고 생각했다. 다른 나라의 많은 도시들을 여행해 보았지만 이렇게 빌딩숲과 조화로워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물길은 보지 못했다. 바쁜 오전 업무를 보내고 점심에 산책할 때도, 늦은 퇴근을 하고 차가운 밤공기에 산책할 때도 청계천을 걸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편해진다. 풍수가 잘 맞고 좋은 곳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던데, 청계천에서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있을까? 내가 사는 도시에 이런 아름다운 숨 쉴 공간이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감사하다. 무엇이 맞든 지, 나에게만큼은 청계천은 세계 최고의 명당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