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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유안 Oct 04. 2024

[알손없풍] 높은 건물에 구멍을 왜 낼까?

알아서 손해볼 것 없는 풍수지리 3) dragon gate

 최근에 마카오 여행을 다녀왔다. 마카오의 코타이 지역에는 새로 지은 호텔들이 많은데, 건물들의 생김새가 다양하고 제각각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 구경하기가 좋았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에 하늘도 예쁘고 해서 고개를 들고 건물들을 구경하다가 큰 구멍들이 있는 건물들을 보았다. 저 비싼 건물에 구멍 내기도 힘들었을 테고 사용면적도 줄어들 텐데 굳이 왜 구멍을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풍수적인 의미가 있다고 한다. (바람을 맞았을 때 건물의 충격을 줄여주려는 건축공학법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다. 건물주만이 정확한 이유를 알겠지?)


용이 물을 마시러 가는 통로, Dragon Gate

아래 사진들과 같이 의도적으로 크게 구멍을 낸 건물이 강이나 바다 같은 물가 근처에 있다면 풍수적으로 그 구멍은 Dragon gate 일 가능성이 크다. 

마카오에서 본 구멍들

 용의 문, 말 그대로 용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풍수에서는 가파른 산과 바다, 강 사이에 건물을 지으면 산에서 용이 내려와 물을 마시러 물가로 내려오는 길목을 막아 큰 해를 입을 수 있다고 생각해 지나갈 구멍을 크게 만들어 주는 것으로 운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마카오는 사방이 바다이고 두 개의 큰 산도 가지고 있어 산과 바다 사이에 높은 카지노 호텔이 많은 형국이다. 그래서 건물에 저렇게 구멍들을 만들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왜 옛날 사람들은 용이 산에서 내려온다고 생각했을까?

 용을 사악하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여긴 서양과는 달리, 동양문화권에서 용은 신성하고 길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옛날 사람들은 산의 구불구불한 능선을 위에서 바라다보며 그 모습이 마치 용과 닮았다고 생각하였다 한다. 그 움직임이 활기찰수록 생명력이 강한 좋은 기운을 지닌 용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용이 산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용은 낮은 지역을 향해 내려가는 성질을 지녀 바다로 내려온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아마 용도 물은 마시지 않을까 생각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바닷가에서 갑자기 바람이 불어올 때면 보이지 않는 용이 다녀갔다고 여기곤 했다. 


홍콩에만 드래곤 게이트가 있을까?

 드래곤 게이트는 아무래도 풍수의 시작인 중국문화권 나라들에서 많이 보이는 것 같았는데, 우리나라에도 언급이 되는 건물이 있었다. 바로 용산에 새로 지어진 아모레퍼시픽 건물이다.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출처: vmspace.com

 큰 구멍이 건물에 뚫려있는 아모레퍼시픽 신 사옥이 풍수를 고려해 지어진 건물이고, 용이 지나갈 수 있도록 드래곤 게이트를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실은 회장님만 아시겠지만은 남산을 뒤로하고 한강을 바라보는 위치를 고려했을 때 앞뒤가 안 맞지는 않다고 보인다. 


인간의 욕망이 자연의 기운을 해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건물을 높게 올리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라는 종이 보이는 특수한 행동이다. 높은 곳에 올라가 남들보다 위에 서고 싶은 마음. 서양에서는 성경에 나오는 유명한 바빌론의 탑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욕망을 자제하지 못하고 끝도 없이 탑을 쌓다가 결국에는 신의 벌을 받게 된다. 이에 비해 드래곤 게이트는 욕망을 실현하고 싶어 하지만 그래도 자연을 두려워할 줄 알고, 자연의 기운에 해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간 것 같아 착한 풍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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