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손해 볼 것 없는 풍수지리 7) 귀문과 공간배치
풍수적으로 집이나 가게에서 공간 배치를 할 때는 방위(方位)가 중요하다. 원룸의 경우 잠을 자는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느냐가 중요하고, 방이 여러개인 경우에는 구성원들의 띠를 고려하여 방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손님이 드나드는 가게에서는 출입구의 방향이 중요하다. 풍수에서 공간 배치를 공부하다보면 나오는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귀문이다. 귀문에 대해 이해한다면 생활 공간에서 좋지 않은 풍수를 비보(안 좋은 풍수를 보완하는 방법)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주역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주나라 문왕 (기원전 11세기)은 정치적 견제로 인해 감옥에 갇힌 적이 있다. 문왕은 감옥에 있으면서 자연의 이치와 인간의 성정에 대해 깊히 탐구했고, 후천팔괘론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당시 자전과 공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없었겠지만 오랜 시간 관찰한 자연의 변화를 기반으로 문왕은 4계절의 시간적, 공간적 변화를 여덟개의 방위를 나타내는 괘로 표현했다. 후천팔괘론에서 북쪽은 겨울, 동쪽은 봄, 남쪽은 여름, 서쪽은 가을을 의미한다. 북에서 동으로 가는 북동방향은 겨울에서 봄으로 변하는 환절기를 의미하고, 남에서 서로 가는 남서방향은 여름에서 가을로 변하는 환절기이다.
후천팔괘론과 비슷한 시기에 태동하여 춘추전국시대에 널리 알려진 음양오행이론에서도 계절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4계절 중 여름과 봄은 따뜻한 양의 기운이고 가을과 겨울은 차가운 음의 기운이다. 후천팔괘론과 음양오행이론을 종합적으로 해석해보면 팔괘에 따라 음양의 기운이 흐르는 이치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북에서 동쪽으로 변할 때는 음의 기운에서 양의 기운으로 변하는 시간이며, 동쪽에서 남쪽으로 변할 때는 양의 기운에서 양의 기운으로 흐르는 시간이다.
풍수와 민속신앙을 믿었던 옛날 사람들은 귀신이 드나드는 길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풍수에서는 경계라는 개념이 중요한데, 경계가 바뀔 때 틈이 생기고 기운이 흐트리진다고 본다. 귀신은 이런 시간대에 드나든다고 보았다. 앞서 소개한 후천팔괘론과 음양오행이론을 생각해보았을 때, 경계가 바뀌는 시간은 두 번이 있다.
첫째,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으로 변하는 시간이다. 음의 기운으로 가득했던 땅에 봄의 기운이 찾아오면 음과 양은 충돌한다. 이럴 때 경계를 넘어 기운이 흐트러지게 된다. 후천팔괘론의 방위에서 이 시기는 동북방향이며 간방이라 부른다. 첫 번째 귀문이다.
둘째, 더운 여름에서 쌀쌀한 가을로 변하는 시간이다. 봄과 여름을 거쳐 가득했던 양의 기운을 걷어가고, 차가운 음의 기운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기운은 흐트러진다. 후천팔괘론의 방위에서 이 시기는 서남방향이며 곤방이라 부른다. 두 번째 귀문이다.
풍수에서는 두 귀문중 동북을 더 불길하게 여기며, 서남방을 뒷귀문이라고 칭한다.
주로 주거지의 입지와 건축에 대해 다루는 중국의 고대풍수지리서 황제택경에서는 귀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한 구절을 찾아볼 수 있다.
귀문 방위는 집안의 기운을 막는다. 이곳을 편고(한쪽이 힘이 약해진 상태)하게 범하면 반신불구가 되거나 종기가 나는 등의 재앙이 있다.
모든 집에는 동북방과 서남방은 있기 때문에 귀문이 반드시 있다. 그런데 풍수에서 특히 귀문에 있으면 안 좋은 두 가지 공간이 있는데, 그것은 화장실과 현관문이다. 귀신이 드나드는 길에 집의 현관문이 있으면 당연히 좋지 않겠다. 이럴 경우 이사를 갈 수 없다면 현관에 풍경이나 윈드차임같은 맑은 소리를 내는 것을 달아놓아 사람이 드나들 때 안좋은 기운을 흐트릴 수 있는 비보책을 쓰면 좋다. 만약 귀문에 화장실이 있다면 이것 또한 좋지 않다. 화장실은 항상 물기가 있어 음기가 강한 공간이라 귀신이 머물 쉽다. 또 화장실은 관리를 조금이라도 안하면 지저분해지기 쉬운 공간인데, 귀신은 특히 지저분한 것을 싫어해 땡깡을 부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실은 웬만하면 동북이나 남서방이 아닌 곳에 있는 것이 좋은 풍수이고, 만약 지금 화장실이 귀문방향에 위치해 있다면 항상 청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방이나 거실 같은 경우에는 귀문에 있어도 화장실이나 현관보다는 괜찮은데, 특히 방의 경우 해당 방에 거주하는 사람의 띠(12간지)에 따라 반안살이 작용하여 오히려 좋을수도 있다. 반안살은 사주명리학의 개념인데, 출세운이나 명예운을 가져오는 길성이다. 태어난 띠별로 작용하는 반안살의 방향은 다르다. 원숭이, 쥐, 용띠는 반안살의 방향이 동북쪽이기 때문에 귀문의 방향일지라도 동북쪽 방에서 지낸다면 좋은일들이 생긴다. 호랑이, 말, 개띠의 경우 반안살의 방향이 남서쪽이기 때문에 역시 귀문의 방향일지라도 이쪽 방에서 지낸다면 좋다. 풍수에서는 사는 사람의 띠와 집의 귀문을 고려해서 방 배치를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귀문이 궁금하다면, 집에서 가장 정가운데 위치에 서서 스마트폰으로 나침반 기능을 키면 쉽게 알 수 있다.
방위풍수는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중요하게 여겨져왔다. 귀문에 대해 언급한 대표적인 서적은 일본 헤이안 시대인 11세기 지어진 작정기라는 정원 설계 지침서이다. 작정기에서는 귀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오척(五尺) 이상의 돌을 북동쪽에 세우지 말라. 귀문에서 귀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높이가 4~5척 되는 돌도 귀문에 세우지 말라. 이는 유령돌(靈石)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악귀들이 들어오는 것을 재촉해 사람들이 오래 거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귀문과 오척 이상의 돌이라니, 재밌게 보았던 드라마 악귀가 생각난다. 헤이안 시대부터 메이지 유신까지 천황이 거주했던 수도 교토는 귀문 방향인 동북과 서남에 신사와 사찰을 세우고 천황이 거주하는 공간은 귀문에서 최대한 먼 중앙에 배치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귀문을 고려해 도시를 설계했다.
오사카에서도 귀문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에 방문한 일본 오사카성에는 성을 둘러싼 해저가 있었다. 돈을 내고 가이드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 해저를 돌며 오사카성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동북방향에 귀문을 막기 위한 인면석이 있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벽돌 사이에 틈을 만들고 사람 얼굴을 닮은 동그란 돌을 비보책으로 삼아 귀문을 통해 성 안으로 귀신이나 안좋은 기운이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귀문에 대해 공부하기 전에는 무섭기만 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귀문이더라도 항상 청결히하고 더 정성스럽게 공간을 가꾸어주기만 하면 괜찮다고 하고, 비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니 더 이상 무섭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기운이 흐트러지는 곳을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