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의 찌그러진 여행 가방은 다시 길 위에 나와 쌓여있고, 우리에게는 앞으로 갈 길이 더 많이 남았다. 그러나 상관없다. 길이 바로 인생이니까.
- 잭 케루악 [길 위에서]
8월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뜨거운 여름과도 작별을 고해야 할 시기가 온 듯하다. 낮 한때의 후덥지근한 열기만 피하고 나면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다.
뉴스를 틀면 연일 어두운 소식으로 온 사회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코로나는 무섭게 재확산되고 있다 하고, 경제 전망은 마이너스로 연초 예상치보다 떨어질 것이며, 부동산은 연일 치솟는다고 한다. 인터넷 카페나 댓글에는 정부를 욕하는 글, 세상을 통탄하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글들의 홍수이다. 자칫 한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그 급물살에 같이 휩쓸려 떠내려갈 것 만 같다. 그런 정보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불안감에 한없이 짓눌리며 우울해진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당장 내 신변에 큰 타격이 온 것은 아니다. 어차피 지금 내가 시달리고 있는 막연한 위기의식은 다 관념에 사로잡힌 정신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지만, 아이가 유치원에 등원을 하는 한, 내 일상은 이전과 큰 변화가 없을 듯하다. 오늘 하루도 가족들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무사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 주니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중요한 것임을 코로나 덕분에 깨닫게 되었으니 그 또한 감사하다.
코로나라는 한계로 인해 욕심내지 않아도 될 것들, 아니 욕심내 봐야 별 수 없는 것들이 생기면서, 저절로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들이 있다. 여행이 어쩌면 그중 하나이다. 심지어 운동이나 산책 조차 요즘은 주춤하다. 욕심내어 이것저것 등록하고 시작하려고 했던 일들도 굳이 이 시국에 무리해서 시작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을 영원히 멈출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언젠가는 다시 계속해 나갈 것이다. 다만 잠시 멈춰 서서 이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 나갈지, 언제 해나갈지 찬찬히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된 것뿐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이런 시간도 참 고맙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멈춰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모두 들입다 앞을 향해서만 계속 돌진했을지 모르겠다. 잠시 멈춰 서서 무한한 욕심이나 욕망에 제동을 걸고 쉬엄쉬엄 갈 수 있게 된 것이 도리어 축복일지 모른다.
일부러 사람 많은 곳을 찾아 나돌아 다닐 필요는 없지만, 집에 웅크리고 앉아 무조건 초조해하고 있다 해서 무언가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할 일은 해야 할 것이고,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산책을 조금 더 자주 나가고, 주말엔 산에 등산도 가야겠다. 마스크를 끼고서. 평범한 일상을 잃고 무너지는 순간, 우리 영혼은 더 버티지 못하고 병들어버릴지 모르니 말이다.
이런 시국일수록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괜스레 불안감에 빠져들기보다는, 모든 걸 차단하고 잠시 한 발짝 벗어나 있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지 모르겠다.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기 위해, 가끔씩은 귀를 완전히 닫아버려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의식적으로 뉴스나 소셜미디어 보기를 조금 줄여야겠다.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서로 간의 접촉과 대면을 잠시 멈추어야만 종식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반목과 부정적인 분위기의 만연도 서로 간의 지나친 정보와 메시지의 교류를 잠시 끊는 것으로 정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두 손과 두 발을 걷고 나서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애써야 할 시간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타이밍이 아닌 것 같다. 모두가 지나치게 목소리를 내는 자의식 과잉의 시대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서로에게 날 선 비난만 일삼고 있는 듯하다. 떠들기보다는 잠시 고요하게 입을 닫고 생각해야 될 때이다. 차분히 앉아 생각을 가다듬으며 글로 써보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말보단 글이 항상 거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다소 정화하고 톤 다운시켜주므로.
현기증 나도록 감당하기 힘들고 머리 아파질 때는 잠시 모든 연결을 끊고, 세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 방법이다. 나처럼 느끼는 이들이 많은 탓인지, 그래서 요즘 '코끼리'같은 명상 앱이 한창 인기라고 한다. 하지만, 그 앱마저도 결국은 어떤 멘트를 쉼 없이 들려주며 내 정신과 사고를 지배하려들지 않는가! 완전한 절대 고요 속에서 나는 온전히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며,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세상이 내일이라도 망할 것만 같은 미디어의 자극적인 소식들과 온통 뭔가 하나라도 더 팔아먹기만을 위해 광고로 도배된 이 세상만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인 걸까?
평화를 얘기하고 꿈과 희망에 대한 신념을 심어주는 메시지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떨 때는 미친 듯이 세상과 연결되고 싶었는데, 지금 이 시국에서는 시끄럽고 골치 아픈 세상으로부터 잠시 단절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세상에 속한 존재들. 영영 도망칠 수 없는 이상, 결국엔 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고쳐 쓸 수 밖엔 없다. 지구를 탈출할 수 없는 한, 그래도 조금 더 있기 편한 곳을 찾아 끊임없이 내가 버틸 영역을 만들어 낼 수밖에 다른 도리는 없는 것이다.
우선은 그럴 수 있는 물리적 영역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정신이 안식할 수 있는 영역이라도 확보를 해야 한다. 내게는 명상이라는 행위가 그나마 내 정신이 발 디디고 서있을 땅에 결계를 쳐 주는 역할을 해준다. 다행히도 정신의 영역에는 결코 한계도 무엇도 없으니, 그 안에서 잠시나마 평안과 위로를 얻는다.
하루에 한 번씩은 이렇게 세상과의 연결을 차단하고, 고요함에 마음을 정화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 우리를 둘러싼 이 세상이 저토록 어둡고 요란스럽고 희망 없는 곳이기만 할 리 없다. 우리 유한한 인간들은 난리 법석에 소란을 피우며 말썽이지만, 지구와 대자연은 조금도 상관치 않고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있을 뿐이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다 지나가리라.
먼 훗날 우리는 이 모든 시련의 의미를 다 알 수 있게 될 날을 맞을 것이다. 그때에는 모든 흐름과 이야기가 한눈에 들어오리라. 그 날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의 결말로 내 인생을 이끌어 가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또 잘 살아보리라.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하는 유일한 시간이니 현재를 살라고 하지만, 한참 시련을 겪는 동안에는 그런 자세로는 어려움을 견뎌내기가 쉽지 않다. 힘들 때는 당장 눈 앞에만 시야를 머무르게 하지 말고, 삶의 빅 픽처를 보며 살도록 노력하리라. 모든 점은 언젠가 선으로 이어지며 거대한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나는 명상으로 영혼의 오아시스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또 정신을 차리고 하였다.
감사합니다. 내가 쉴 수 있는 고요한 마음의 영역이여.
세상과 단절된 나만의 정신의 쉼터여.
모든 것은 아주 조금씩 더 성장하고 나아진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것이 시련이고 고통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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