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이 일상의 발목을 잡을때

내 안의 '과욕이'와의 면담

by 에센티아

과욕을 부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자꾸만 의욕에 넘쳐 무리를 하게 될 때가 있다.


물론 뭐든 잘해보려고 하는 태도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특히나 우리 사회 같은 성장 지향적이고, 경쟁적인 문화 속에서는 그런 성향은 종종 칭송을 받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자세로 받아들여지곤 한다. 하지만, 과욕을 부린다 해서 결코 더 성공적인 성과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도리어 지나침은 아니 감만 못하듯, 가끔은 훨씬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가끔씩은 나도 이런 자기만의 덫에 갇혀 허덕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의욕 과잉으로 몸을 절단 내고, 마음과 관계를 그르치면서도 관성에 떠밀려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빠르게 달려나가려 할 때가 있다. 그래봤자 도리어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지기만 쉬워질 뿐인데도 말이다.


멈출 수 없는 자신의 과욕과 집착을 눈치챘다면, 억지로라도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고 지금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먼저 다시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 힘으로 일시정지가 안 된다면 주위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한다. 어차피 그렇게라도 멈추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원치 않는 시점에 몸 컨디션이나 세상이 나를 자빠뜨려줄 것이다.


photo-1536928966032-83f683b965ef.jpg?type=w1 © victor_g, 출처 Unsplash

여유를 가지고, 큰 그림 속에 있는 세상과 나의 원근감을 파악해가며 일을 하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없는지 모른다. 그저 눈앞의 작은 것에만 몰두하며 이 일이 제대로 안 돌아가면 내 인생이 끝장나버릴 것만 같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 번쯤 일깨울 필요가 있다.


호흡 한번 천천히 가다듬고 줌을 당겨 큰 그림으로 현 상황을 바라보면 그토록 모든 것이 심각하고 큰일 일만 할 일이 무에 있겠는가? 나 하나의 작은 머리를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 채워서 일뿐이지, 실은 모든 문제는 생각만큼 엄청나게 어렵고 중차대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과한 의욕에 사로잡혀있을 때에는 그런 진실이 도저히 눈에 들어 오지를 않는 것이다. 시야가 현미경을 보듯 좁은 면적에 매몰되어, 바이러스만 한 것이 집채만 하게 보이게 된다. 그러면 과대망상처럼 정작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에 골몰하느라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다.


살면서 나는 쓸데없이 과욕을 부리다 소중한 것들을 놓친 일이 있었다. 한때 그것은 내 건강이었고, 잃고 싶지 않은 인간관계였고, 여유를 가지고 추진했더라면 장기적으로는 차라리 더 잘 되었을 일이었다. 요즘 다시 그런 시기가 내 삶에 온 것은 아닌지 문득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필요 이상 예민해졌고, 효율을 중시한답시고 내 작업을 방해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짜증이 늘어났다.


대체 뭣이 중헌디?


이 모든 것들은 결국 내가 행복해지고 자 시작한 것들이 아니던가?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다면 다 때려치워도 하나 미련 가질 것 없지 않은가? 삶의 여유와 행복을 망치는 몰입이나 집중이라면 애당초 왜 그토록 애태우며 해내려고 한단 말인가?


SE-e637897d-6645-4b3f-a59f-ffc1ea15fe4f.jpg?type=w1 © priscilladupreez, 출처 Unsplash

나는 내 안에 사는 탁월함만 추종하려는 피곤한 나에게 물었다. 그 '나'는 내가 제일 꼴 보기 싫어하면서도 항상 리더 역할을 맡기게 되는 아주 예민하고 용의주도한 '나'이다. 그 '나' 덕분에 뭔가를 성취하는 일이 많긴 하지만, 누구도 사랑하지 않을 함께 있고 프지 않은 '나'. 욕심과 의욕이 뚝뚝 떨어지는 '나'. 이름하여, '과욕이'


과욕아! 니가 아무리 그래도 삶은 니 뜻대로는 안되어! 여태껏 살아보고도 그러니? 그러니 너무 나서서 그렇게 피곤하게 내 삶을 이끌고 가진 말아줘~. 조용하게 타이르며 과욕이를 토닥여 본다. 과욕이 니 마음 내가 다 알어. 잘 해보고 싶어서 그런거잖아. 내 삶을 조금이라도 더 풍요롭게 만들어 보고 싶고, 인정받게 해주려고. 하지만, 니가 추구하는 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아니란다.


한참을 과욕이와 면담한 끝에, 겨우 정신이 좀 돌아온 듯했다. 정처 없이 어디론가로 달려보려던 마음이 평정을 찾은 듯하다. 어디를 그토록 달려 가려 하느뇨? 내게 필요한 모든 것은 바로 지금 여기 다 있는데?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파랑새처럼.


마음의 수레에 한가득 실려있던 과욕을 그렇게 조금 덜어내자, 한결 홀가분하게 나는 아주 조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photo-1552254655-5884be84d72d.jpg?type=w1 © jonasjaekenmedi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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