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휴일에 휘둘리지 않겠어

휴일 독립 선언

by 에센티아


긴 설 연휴가 끝나고, 드디어 일상 루틴으로 복귀했다.



나흘이나 흐트러져 있다 보니, 다시 이전의 트랙에 제 속도로 올라타려면 하루 이틀은 걸리지 않으려나 싶다. 그런 로스(loss)는 뭐 응당 감당해야 할 몫이니까 어쩔 수 없다. 올해는 이대로 추석 때까지 당분간 긴 연휴는 없는 듯하다.



요시, 좋았어!


SE-e618de41-065a-4389-89b5-d244e42ca7b5.jpg?type=w1 © rohankrishnann, 출처 Unsplash


이렇게 가끔씩 찾아오는 긴 휴가가 이제 나는 싫어지기 시작했다. 일상의 최적의 리듬과 패턴이 깨지는 것이 마뜩지 않게 여겨진다.



휴일은 자꾸만 내 삶을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끈다. 쓸데없이 많이 먹게 되고, 운동은 거르며, 별 재미도 없는 영화를 보게 만들고 한낮까지 늦잠을 자게 만든다. 어딘가 조금 멀리 유원지에라도 나갔다 와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그 덕에 지출은 평소의 배가 된다. 내 페이스가 아니라, 공휴일이라는 세상이 정해놓은 프레임에 휘둘리는 기분이 들어온다.



이건 또 뭔 국면이래?


생애 최초 맞이하게 된 이 새로운 삶의 챕터의 뉴노멀적 컨셉은 또 뭣이란 말인가?



아직 낯설은 이 느낌의 실체를 규명하려 사색하다가 오늘 오전 시간을 보냈다.


SE-7baa4365-bfa8-47e5-a3af-aaba94c6f131.jpg?type=w1 © fotografierende, 출처 Unsplash


휴일이 달갑지 않은 날이 된 것은 퇴사와 육아로 인해 주말이면 가중되는 살림의 압박과 넘쳐나는 인파 때문이라고 치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만으로는 전부 설명되지 않는 보다 근본적인 측면에서의 불만족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바로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가려던 의지와 계획을 관철해 가지 못하도록 휴일이 좋은 핑곗거리가 돼 준다는 점이었다. 휴일임을 이유로 나는 평일에 루틴으로 삼고 있는 모든 건강하고 생산적인 활동들을 그야말로 올 스톱(all stop) 해버린다. 휴일과 평일의 경계가 모호해진 지금의 내 라이프스타일에서조차 말이다. 그저 오랜 습관과 관성에서 비롯된 고민 없는 사고의 결과다.



물론 휴일을 알차고도 신나게 보낼 어떤 장대한 플랜이 세워져 있고, 그 제반 준비까지 해 놓은 상태라면 이야기는 다르겠다. 이를테면 여행이나 모임 약속을 잡아놓았다거나, 공연이나 전시 관람을 한다거나 하는 이벤트를 마련해 놓은 휴일이라면, 생활의 패턴이야 깨어지든 말든 무슨 상관일쏘냐? 그 경험 속에 나 스스로를 푹 담그어 온전히 즐기고 체험하면 무엇보다도 값지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 텐데. 그런 날들은 평범한 내 일상에 확실하게 재충전과 쇄신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게 초점 없이 대충 쉬는 휴일은 도리어 아깝다는 느낌마저 든다. 충동적으로 움직이기에 도로에 꽉 막힌 차는 또 어찌나 한가득인지. 오전 내내 빈둥거리다가 남들 다 가려는 핫플레이스인 한 겨울 이케아나 트레이더스에 굳이 주말 오후에 가겠다고 나섰다가는 어떤 참상을 겪게 되던가! 주차하려고 기다리는 데만 한 시간을 넘게 쓴 다음에야, '괜히 나왔다' 싶었던 허망한 나날들이여.



할 일이 없어 굳이 보게 된 VOD 영화. 그것도 아이와 같이 보기 위한 15,000원 내고 보기엔 돈이 너무 아까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볼 땐 (이를테면 '뽀로로 극장판 공룡섬 대탈출' 같은), 왜 그렇게 뭘 꼭 주워 먹고 싶은지. 평일엔 두끼 밖에 먹지 않던 내가 네끼, 다섯끼 분량의 주전부리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된다. 아무튼 요놈의 손! 고 입!



휴일이라 해서 운동을 하면 누가 날 때리는 것도 아닌데, 내 관념은 계속해서 몸뚱어리를 널브러지게 허락한다. 또한 충동적 여가는 엄청난 지출 출혈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붐비고 피곤하고, 짜증 나고 무료하면 사람은 비이성적 소비행태를 보이는 법이기에.

SE-1f5fbcf6-4f33-415b-b4c2-3f73acb48820.jpg?type=w1 © mattia19, 출처 Unsplash


이제 이런 삶은 그만두어야 한다!



나에게 휴일이 대체 어떤 의미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 회사원도 아닌 내가 왜 휴일에 그런 식으로 예전의 프레임대로 시간을 보내려 하는 것일까? 아이와 남편의 생활패턴에 맞추려다 보니 그렇게 되는 면이 분명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 가정의 주말 라이프는 결국 내가 전담으로 설계 및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 스스로 이 배를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것 아닐까? 남들 다 향하는 곳으로 레밍처럼 좇지않고 나만의 방식대로 인생을 사는 방법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지만, 세 가족이 온전히 하루를 함께할 수 있는 날은 여전히 휴일뿐인지라, 뾰족한 방안이 생각나지를 않는다. 평일처럼 내 스케줄을 고수하려고 했다가는 우리 가족은 따로 국밥처럼 따로 놀게 될 터이다. 어찌되었건간에 다함께 단란하게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휴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 지금으로서 최선은 가능한 한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여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를 줄일 수 있는 조직된 휴일로 만드는 일뿐이다. 집에서 널브러질 거라면 완벽하게 쉬고, 어딘가 나갈 거라면 새벽부터 출발하던지 한다. 철저한 사전 조사와 예약을 통해 충동적 지출과 에너지 낭비도 가급적 없앤다. 굳이 거를 필요 없는 스트레칭이나 산책, 비타민 챙겨 먹기 같은 것들은 핑계 대지 않고 평일처럼 한다. "휴일이니까..."라는 열외의 말을 자신에게 일체 허락하지 않는다.


SE-6ef383d2-6a08-4c61-89a1-863133a86c5b.jpg?type=w1 © anisetuspalma, 출처 Unsplash


이제는 세상이 정해놓은 공휴일이라는 관념에 휘둘리며 살지 않기로 한다. 나 자신이 그럴 필요가 없는 입장일 때도 의심 없이 그냥 하던 대로 사는 것은 마흔부터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아니다! 작심은 이렇게 거창하건만 정작 구체적인 실천과 행동의 이미지가 아직은 흐릿한 상태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자유로운 삶이란 말인가? 그 실례를 우리는 가까이에서 두 눈으로 본적이 있던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는 요즘. 하나하나씩 나를 옭아메고 있던 필요 없는 고정 관념들을 벗어내 보려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이 팔십이 되어도 진정한 자유란 영원히 누릴 수 없을 테니까. 떠오르는 모델이 없다면 내가 되어 보면 어떨가 싶다.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 한번 보여줘볼까~? ㅎ



아무튼 내게 진정한 휴일은 연휴가 끝난 오늘부터다. 아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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