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 말로만 듣던, 코로나 19 확진자가 아이의 유치원에 발생했다. 여느 때와 같이 한가롭게 보내고 있던 토요일 오전, 갑작스러운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아들의 유치원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오후 4시까지 근처 보건소로 검사를 받으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이 날을 머릿속에서는 수도 없이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아무리 마음의 준비를 했어도 당황스러웠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 수만 가지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헤집었지만, 이내 정신이 들었다.
이미 국내에 확진자가 수천 명에 다다른 이 시점에 와서, 시스템적인 모든 프로토콜은 완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우리는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먼저 안내받은 대로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가면 되고, 음성으로 판명된다면 상황이 크게 변할 것은 없었다. 만에 하나 양성이라 할지라도... 아니 그럴 가능성은 왠지 없을 것만 같은 근거 없는 확신이 온 머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괜찮을 것이다. 아이도 어른도 아무런 증상의 기미가 없었다.
행여라도 무증상 감염이라면?
뭐 어쩌겠나 자가격리 한번 체험해보는 것이지. 덕분에 글을 쓸 소재라도 건지지 않겠는가! 코로나 역사의 산증인에서 그야말로 주연급으로 격상되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두고두고 이 경험을 우리고 우리며 흥미진진하게 얘기할 수 있으리.
주섬주섬 옷을 끼어 입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근처 보건소로 향했다. 칼바람이 부는 날씨 속에 이미 대기하고 있는 줄이 꽤 길었다. 유치원 확진자가 나온 상황이다 보니, 모두가 아이를 동행한 젊은 부부들이다. 이건 코로나 검사 대기하다 없던 감기라도 걸리게 되는 것이 아닐지. 기다리는 동안 철 모르는 아이들은 친구에게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함께 뛰놀고 싶어 난리다. 거리두기를 해보려 안간힘을 쓰는 부모들은 뜯어말리느라 난리고.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는 우리 아이의 옆반 친구였다. 다행히 아들은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되어, 음성 판정이 나면 활동에 별다른 제약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같은 반인 친구들은 일정 기간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모양이다. 당장 다음 주에 유치원을 휴원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코로나 19보다 유치원에 가지 않을 아들이 더욱 큰 공포로 다가오며 등골이 오싹해왔다. 아! 청천벽력이로세! 코로나 확진자 연락을 받았을 때보다 더욱 가슴이 미어지고 막막해왔다. 2월부터 석 달도 넘게 겪었던 가정 보육이라는 그 공포 구간을 또 통과해야 하는 것일까? 8, 9월의 남편이 재택근무하던 시련의 시간들을 또다시?
코로나 검사 자체는 아주 빠르고 간편했다. 코와 입에서 조직을 채취한 후 3분 정도 만에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면 결과는 다음날 아침에나 문자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예상과 다르지 않게 우리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2주간 시청 공무원이 매일 두 차례 연락을 하여 상태를 확인하게 된다고 했다. 따로 격리를 할 필요는 없다고 해서 우선 한시름 놓았다. 휴~, 감사합니다. 다만, 유치원이 휴원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차피 내 입장에선 자연히 집안에 격리가 될 터였다.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 뭐 달리 뾰족한 수는 없지만서도. 다행히도 유치원에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은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스를 틀어보니, 전국적으로 연일 3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그렇게 편집증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손을 소독해보지만, 결국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는 건 어려운 일인가 보다. 얼마 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에 걸리는 건 운이다'라는 응답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 그게 운이지, 뭐 꼭 개인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탓이라 할 수 없을게다. 수 천명씩 확진자가 속출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한국인들은 놀랄만치 잘 해내고 있고 말이다.
코로나가 무서워 애들을 학교나 유치원에 안 보낸다는 것도 부모 입장에선 어불성설이다. BTS의 신곡 타이틀 'Life Goes On'처럼 어찌 되었건 삶은 계속되어야 할 것 아닌가! 아싸리 한 달간 UN 주도로 전 세계를 셧다운 해서 한 번에 전염병을 때려잡고 끝장낼 심산이 아닌 한, 우리는 하던 일들을 해나갈 수밖에는 없다.
유치원이 언제까지 휴원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추가 확진자가 없으니, 그리 오래 닫지는 않겠지만, 내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0을 실시한다고 하니, 앞날은 하염없이 불투명하다.
월요일이 된 오늘, 아들은 나와 함께 집에 머물며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유치원 안 나가고 지 하고 싶은 대로 널브러져 마음껏 놀고먹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혼자 노는 것도 이내 지겨워지면 몸부림을 치다가 하이에나처럼 다가와 나를 들들 볶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짬짬이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며 아이 시중과 더불어 열혈 멀티태스킹 중이다. 나 혼자서라면 간단하게 때울 수 있던 식사도 한 상 거하게 차려다 시시 때때마다 '맥여야' 할 것이고. 그야말로 내 개인 일상의 셧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여지껏 그 원칙에 위배된 사건이나 경험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번 일 또한 지나가지 않을 턱이 없다. 그래, 택도 없지. 천지만물이 다 이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데, 코로나 지라고 안 지나가고 배기겠어!
확실히 지난 봄보다는 나도 진화하였다. 코로나 19, 너만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집콕 상태에 최적인 인테리어로 집을 꾸며둔 지 오래이고, 날씨마저 쌀쌀하니 나 자신도 더 이상 바깥으로 나돌고 싶은 멘탈리티가 아니다. 이럴수록 더욱 심도 있게 SNS 세계를 탐험할 수 있으니, 내 인생 디지털라이제이션 (DIgitalization)에도 오히려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훨씬 더 유연하고 여유 있게 이 사태를 감당해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결코 지난번처럼 힘없이 위축되지도 어쩔 줄 몰라 우울해 지지도 않으리! 대신 뭐로든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방도를 찾아, 아주 그냥 즐겨주갔어!
상처에 굳은살이 박이듯, 시련을 통해 더욱 강하게 단련돼가는 마음에 감사를 느낀다. 아들과 함께 검사받은 모든 이들 중에 확진자가 없었던 것도 너무나 감사하다. 무엇보다 이 모든 소중한 경험과 배움을 할 수 있었던 이 삶이 나는 너무도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https://blog.naver.com/yubinssk82/222129118044
#육아일기 #더멋진인생연구소 #에센티아 #성장멘토 #이번생에최상의나로살기 #마음코칭 #베스트셀프 #코로나19 #유치원에확진자가발생하다 #아들맘육아분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