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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Jan 22. 2021

아이가 없는 동안에만 생기는 나만의 시간

엄마의 아침 리츄얼

평소처럼 아침에 눈을 뜨고 어린 아들을 챙겨 허겁지겁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 왜 이토록 아침은 항상 허겁지겁으로 귀결이 되는 것인지.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면 해결될 문제인 것일까? 아니면 그냥 어린아이가 있는 엄마라는 존재는 챙겨야 할 플러스 원이 있기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겁지겁으로 아침이 점철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 한 시간 전에 일어나도, 두 시간 전에 일어나도, 아이를 등원시키기 위해 집을 나서는 그 끝의 과정은 언제나 똑같다.


늦장 부리는 아이, 재촉하고 종용하는 엄마, 아이는 이윽고 준비 완료인데 결국엔 꼭 하나 뭔가 빼먹은 나 자신. 그렇게 현관문을 나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에야 일단은 집에서 나오긴 나왔구나 싶다. 그러고 나서도 또 끝은 아니다.


엘리베이터에 타는 누군가가 더해질 때마다 다시 나의 남모를 전투는 시작된다. 다른 어른이나 또래 아이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때로는 장난치거나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 당황스럽게 또는 사랑스럽게 얘기를 걸어보는 아이를 상황에 맞게 보조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남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으면 오바하며 저지하고, 친근하게 이웃과 대화가 오갈 때에도 아이를 북돋우거나 또는 실례가 될 때는 사과시키고. 그냥 차라리 아무도 타고 있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무도 타지 말아라~제발


41층인 우리 집에서 지하 1층까지 내려가는 1분도 안 되는 여정이 어찌 나도 길고 긴지. 우리만의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색다른 이벤트를 만들어 내는 아이. 나 혼자라면 이 모든 이벤트는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 그냥 입을 꾹 다문채 겨우 눈인사 정도나 하며 견딜 엘리베이터 타임인데.

© jdent, 출처 Unsplash

아무튼 엘리베이터를 무사히 통과하면 이제는 비교적 순탄한 길이 기다린다. 우리는 상가를 지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분주한 행인들이 역을 향해 가고, 가게들도 하나씩 문을 여는 시간, 아이는 킥보드 '씽씽이'를 타고 제법 날렵하게 달려 나간다.


"우리 누가 더 빨리 가나 경주할까~?"


나는 아이가 더 속도를 내도록 부추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5분도 안되어 어린이집 문 앞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이따금씩 가는 길에 다른 아이들이나 엄마와 마주칠 때도 있고, 그러면 또 돌발 상황이 발생할 변수가 생긴다. 나는 그 변수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깔깔대고 밀고 안고 잡아보라며 뛰어다닌다.


참 예쁜 모습이다. 그 웃음소리, 재잘 대는 소리는 세상 어떤 음악소리보다도 듣기 좋다. 하지만 결국엔 정도를 넘어서며 누군가 하나 넘어지거나, 한쪽이 울거나, 놓으라고 하며 싫어하거나. 사내아이들은 다소 거칠어 언제나 어울려 노는 끝이 좋지를 않다. 피해 입히고 피해 입는 걸 서로 싫어하는 현대의 엄마들은 그 꼴을 보는 것이 괴롭고 무안하다. 힘들게 서로 떼어내서 어린이집으로 끌고 간다.


아 저기 문 앞에 선생님이 보인다!

저기가 고지다!

© PIRO4D, 출처 Pixabay

어린이집이 없었다면 난 아마도 애를 키울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그야말로 나의 구원자다. 내게는 성녀 같은 존재들. 선생님들이 애를 잘 보든 못 보든 우선 나는 이 아이를 저 손에 인도해야만 한다. 여기까지로 이 끝이 없는 엄마라는 직업에서 아주 잠시라도 휴식을 얻을 수 있다. 


"안녕히 다녀오세요~!"


선생님보다 내가 머리 하나 더 깊게 배꼽인사를 하며 아이를 인계하고 문을 닫고 나오는 길. 이 홀가분함, 이 상쾌한 쾌락을 어찌 말로 하리! 이 순간만큼은 아쉬움이 일 도 없다.


"휴 일단 이제 할 일 다 했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작은 성취감? 아니면 해방감? 안도감?

그게 뭐라 이름 붙여지든 아무튼 그 순간.

© Free-Photos, 출처 Pixabay


몇 해전 아이가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 불고 했던 시절,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떼를 부리다 실랑이를 했던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조금만 더 있으면 친구가 좋다며 죽고 못 사는 시절도 올 것이다. 나도 그랬던 것처럼 엄마 따윈 안중에도 없게 되겠지. 그러므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이 호사스러운 시절을 더 누리고 만끽해야만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무리 알아도 다 누릴 만큼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불완전한 인간은 좋다는 것을 알아도 감사해야 할 일에서도 불평불만거리를 찾아내고, 당장은 눈앞의 힘듦에 집중하는 법이다. 나라고 별 수가 없다. 다만 의식하고 자각해 보려 노력만 해볼 뿐이다.


그렇게 이제야 겨우 나만의 시간이 찾아온다. 아이가 돌아오기 전까지, 이제 5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얼마 없는 나만의 시간을 오늘도 부지런히 충실히 보내리라! 이토록 눈물겹게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육아가 비로소 내게 가르쳐 준 것이다. 아이가 없는 그 잠깐의 순간 동안만 나는 온전히 다시 나로 돌아온다. 행복하다. 그런데 이유도 없이 한 방울 눈에서 뭔가가 떨어진다. 뭐가 들어간 모양이지 뭐.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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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세 살 시절에 쓴 에센티아의 육아 일기입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공감과 응원의 마음으로 이 글을 띄웁니다.


에센티아의 육아일기

https://blog.naver.com/yubinssk82/22221619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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