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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Jan 26. 2021

독박육아로 지친 엄마들에게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독박육아로 지친 엄마들에게] 괜찮아, 잘 하고 있어.



육아로 인해 다소 우울해 하고 있던 지인과 오늘 긴 통화를 했다. 이제 9 개월이 된 남자 아기를 독박육아로 키우고 있는 이 여성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긴 긴 세월 잘나가던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오다가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어느날 퇴사를 하고, 연하의 남편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는 어려울 수도 있었던 임신이 다행히도 바로 되었기에 기쁨으로 얻은 아들이었다.



친정은 꽤 먼 곳에 있었기때문에 혼자서 독박육아를 하며 지내고 있던 그녀는 가까운 곳에는 나 외에 지인이 없어 외출이나 사회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한 채 육아에만 오롯이 전념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가끔 그녀의 집에 방문하여 수다를 떨다 오곤 했지만, 그때마다 다른 도움도 전혀 없이 아이를 혼자서 돌보는 그녀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순하기도 했고, 그녀 역시 나처럼 역마살이 낀 타입은 아니었기에, 차분하게 육아를 잘 해나가는 모습이 나와는 너무 다르다고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음성에 약간의 우울감이 묻어났다. 물론 긴 말 듣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았다. 독박육아로 아이를 키워 본 엄마라면 누구라도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었다. 온전히 아이를 위해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도 못하면서, 내 욕구도 하나도 채울 수 없는 이 암흑기 같은 시간이 괴롭다. 더군다나 육아 이전에 꽤 잘나가고 인정받던 사회 생활을 했던 여성이라면 더더군다나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 거지?"


"이럴려고 여지껏 그 고생을 하며 공부하고 일하면서 노력해온 인생이 아닌데..."


"애키우고 살림하는 일에 매몰되어 내 능력과 역량이 다 도퇴되어 가는 구나..."




이런 생각들은 정말이지 더욱 한없는 상실감으로 엄마를 빠뜨리며 육아 우울증을 심각하게 만든다. 그리고는 이내 스며드는 죄책감.



"내가 이 예쁜 아기를 두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정말 나쁜 엄마야."


"다른 엄마들은 잘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정말이지 형편없는 사람인가봐."



이런식으로 끝도 없이 빠져드는 육아 상념의 악순환의 고리는 좀처럼 끊어내기가 쉽지 않고 용솟음 치며 더욱더 엄마를 무력하고 쓸쓸하게 만든다.


© nynnes, 출처 Unsplash


나는 누구보다 이 사이클을 잘 알고 있다. 내 스스로 바로 이 늪속에서 허덕이며 보낸 시간들이 3년이 넘는다. 또한 너무도 강렬하게 경험했기에 그 좌절감 속에서 탈출해 보고자 누구보다도 발버둥 치며 방법을 강구하기도 했었다.하지만 그러한 발버둥도 결국 시간이라는 위대한 치료자 앞에서 무력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인정을 해버렸다.



모든 치유는 시간이 선물로서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커야 해결되는 부분이며, 진실은 애초부터 해결되고 자기고 할 것도 없는 문제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아이가 말끼도 알아듣고, 혼자서 스스로를 어느정도 추스릴 때가 되면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이전의 시기가 혼자서 스스로 감당하기에는 얼마나 버거운 것이 었는지가 조금더 객관적으로 보이고, 내가 처해있던 상황의 전체상도 눈에 더 들어오며, 내가 나를 자책할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는 것이 인식되는 단계가 오는 것이다.



아주 어린 아기를 돌보는 것은 혼자서 맡기에는 누구에게나 버겁고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일이다. 심지어 둘이서 함께 한다해도 결코 쉽지는 않다. 최소한 셋 정도가 함께 온전히 전념해서 아이 하나를 본다면, 그때에는 조금 편하다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물론 육아가 문자 그대로 결코 편해지는 일은 없다.) 그래서 친정 부모님이 아이를 같이 양육해주는 환경에 있다면, 상대적으로 육아는 훨씬 쉬워진다.



그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시기 마다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약한 생각일 뿐이므로, 그 시기 마다 주변의 따뜻한 격려와 공감이 있으면, 의외로 쉽게 어려움을 잘 이겨나갈 수가 있다. 물론 이때의 격려와 공감은 절대적인 것이라야 한다. 주부들끼리의 수다나 정보교환 같은 대화에서는 이 절대적인 격려가 수반된다는 보장은 없어서 아주 조금은 우울증을 덜어주긴 하여도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어설픈 칭찬은 안된다. 바로 엄마가 자기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위하며 잘 기르려고 하는 최고의 존재이므로, 어설픈 순간 조차 또 나약한 모습일때에도 절대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아야만 한다.



나는 이런 위로의 말을 그녀에게 건네 주었다. 진심이었다. 그녀는 힘이 된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도 전해주려 한다.

© michalbarhaim, 출처 Unsplash

지금 이순간 살아온 모든 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사랑으로 아기를 돌보려하는 당신은 정말로 위대하고 훌륭하다. 비록 서툴고 잘 모르는 것이 있어 생각만큼 만족 스럽지 않은 경우라 해도 아이가 울어도, 아이가 다쳐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해도 당신만큼 아기에게 필요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그러므로 그만큼 위대하고 중요한 당신의 존재를 사랑하시라. 이 세상에 당신보다 못하고 있다고 자책하는 엄마도 많이 있다. 그 어떤 일도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은 정말 잘하고 있다. 실수 할 수도 있지만 괜찮다.



나도 그 시기에는 똑같이 절망하고 힘들어 했다. 그때에 내게는 이런 격려의 말을 해주는 이는 없었다. 아니, 있었겠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의 확실하고 절대적인 지지는 아니었기에 나는 치유를 받고 빨리 일어서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시절 내게 가장 필요했던 말은 결국 이런 것이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독박 육아를 하며 당사자이지만 결코 아직 나를 격려하고 칭찬해 줄 수 없는 아기에게서 이런 말을 기대할 수는 없으니, 주변에서 대신 이런 말을 많이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엄마들이 그 모든 외롭고도 보람없는 듯 느껴질 수 있는 시간을 힘을 내어 활기차게 견뎌나갈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 독박육아는 필연적으로 더욱 만연해 간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엄마들은 더 늘어 갈것이고, 시회적인 도움도 아직 제대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얼마간은 스스로 강한 멘탈과 체력으로 육아를 버텨낸다고 하는 것이 실상 맞다. 그 속에서 간절하게 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격려이다. 그리고 하나 더 희망이다.



이 힘겨운 절대 고생 육아의 긴 긴 터널을 지나고 나면 이제 내가 키운 이 소중한 생명이 나와 예쁜 목소리로 말도 나누고, 나를 사랑한다고 하며 진정 하나의 고유한 개성과 인격을 완벽하게 인지한 영혼으로서 자라나 있는 순간들이 온다. 그때에는 이정도로 힘들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나도 다시 본연의 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자신감있게 내 꿈을 활짝 펼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 말이다. 분명 그렇게 할 수 있다. 다만, 오랜 육아 우울감에 계속 젖어 패배의식과 좌절만을 헤메고 있으면 있을 수록 자신의 고유의 에너지와 빛을 잃게 된다. 결코 능력을 잃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엄마들이여, 육아하며 좀 더 많이 격려받으시라! 누군가에게 받을 수 없다면 스스로라도 나를 격려하고 사랑하라. 지금의 아기는 분명 당신을 우주로 신같은 존재로 알고 있다. 사랑하는 아기에게 아름답고 밝은 우주가 되고 사랑의 신이 될 수 있도록 부디 힘들고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하여도 자신을 사랑하고 격려하라. 그리고 믿음을 가지고 의심치 마라. 지금 당장 마음 속에 이글거리는 꿈과 열정은 언제라도 마음 먹었을때 다시 펼칠 수 있다. 이미 그렇게 한 엄마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다. 모두 그 타이밍이 다를 뿐, 모두 각자의 시간이 찾아오게 된다.



당신은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다!


© guilhermestecanella,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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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세 살 시절에 쓴 에센티아의 육아 일기입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공감과 응원의 마음으로 이 글을 띄웁니다.


에센티아의 육아일기

https://blog.naver.com/yubinssk82/22221917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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