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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Jan 28. 2021

육아에는 우등생이 없다

떼쓰는 아이에게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오늘 아침 아이를 데리고 괜시리 어디 가보겠다고 스케줄을 잡았다가 떼쓰기 시작하는 아이 때문에 힘들었더랬다. 아이들은 참 말도 안되는 이유로 고집을 부리거나 심술을 부리기도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힘든 건, 이 사람 많은 세상에서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고 경쟁하기에 그걸 말리고 조정해야 할때다. 나는 그럴 때 제일 서툴고 바보같은 짓을 하고 만다. 그런 상황을 무조건 피하거나 내 아이를 무조건 양보시키는 것이다.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너무 싫고, 아이들 간에 실랑이를 조정하는 일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럴때마다 나도모르게 불쑥 아이에게 이 말이 튀어 나온다.


"그게 대체 뭐라고! 뭐 그까짓 걸 가지고!"


이런 태도로 아이들 사이의 갈등이나 다툼을 보는 내 시각 때문에 분쟁에서 이겨보는 일이 결코 없이 항상 포기 해야만 하는 아이는 내가 너무 미웠을 것이다. 왜 다른 아이들은 계속 우기고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하려하는데 자기만 먼저 그만둬야하는지 억울한 생각이 들고 불공평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럴땐 엄마 밉다고 나를 밀치고 때리며 분풀이를 한다.계속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아들은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데 서툴어지거나, 반대로 억하심정이 들어서 공격성이 도리어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단체로 몰리는 상황을 대하는게 너무 스트레스 받아 나는 일부러 그런 환경을 원천 차단하거나 피하려만했다. 그렇게 나는 참 서툴고 못하는 엄마다.



갈등에 휘말리기 귀찮아서 우리 아이를 손해 보게 하고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다가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상황을 만났다. 아이들끼리 순번을 지키지 않고 먼저 하겠다고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이번 만큼은 내 아들의 편을 들어줘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그만 유독 이기적으로 구는 한 아이의 엄마에게 버럭 화를 내었다.



어째서 나는 내 자녀를 말리고 양보시키는데, 이 세상 되먹지 못한 엄마들은 항상 그걸 역이용해 이득을 취하려고만 한단 말인가! 마음 속에 쌓인 피해의식의 파워를 모아 제대로 폭발시켰던 탓인지, 그 엄마도 깨갱하며 그 현장을 피해 떠나버렸다. 생각보다 순간적인 행동이 바로 나왔던 상황인지라 몇 시간 동안 계속 찝찜한 기분이 들고 불편했다. 더불어 현장 가담자였던 아들에게도 짜증이 나서 부당하게 틱틱거리고 쌀쌀맞게 대했던 것 같다.


© stillnes_in_motion, 출처 Unsplash

이 일로 죄책감에 빠져 하루를 보내다가 나는 참 잘 못하는 엄마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엄마로서의 자존감 문제까지 생각이 이르렀다. 하지만 이래 저래 고민해봤자, 결국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으로 전환을 해보니 답은 명쾌했다.



그냥 그런게 다 육아의 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 내 육아의 방식에는 어쩔 수 없이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 반영될 수 밖에 없고, 내가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는 것. 결국 오늘은 이렇게 또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냥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고, 아이는 알게 모르게 한 뼘 더 컸을 것이며, 나도 오늘의 엄마 역할을 무사히 마쳤다. 엄마는 원래 다 못하는 것이다. 육아에 만큼은 우등생이란 없다.



나도 포청천처럼 잘잘못을 명확히 따져 정확히 개작두로 아이들이나 엄마들을 처단하는 완벽하고 정의로운 맘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래봤자 어차피 나는 종일 마음이 편치도 않을 것이고, 혼자만의 사색의 세계로 기어들어가 꽁하고 있을 것이다. 애들끼리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걸 가지고 분쟁이 일어나는걸 보는게 싫고, 그 사이에 끼어 이러쿵저러쿵 시시비비를 가리며 휘말리기도 싫다. 미안하지만 아들은 그런 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면서 연연해서 싸우지 말고 깔끔하게 떨어져서 다른 걸 찾아봐. 그게 내 삶의 태도이므로 어쩔 수 없이 너도 받아들여야 할게다. 행여라도 내가 너를 이렇게 키웠기때문에 니가 지 밥그릇도 못 챙겨먹는 약한 어른이 되었다거나 반대로 뒤틀린 욕망으로 남을 괴롭히는 사이코패스가 되었다는 핑계따위는 절대로 대지 말거라! 내 부모님이 사사건건 모든 일에 중재를 해준 적이 없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았거든.



그냥 아이는 결국 클대로 잘 클 것이다. 언제나 괜한 걱정과 자책감으로 내 자존감만 매일 바닥으로 끌어내리며 혼자 방황하고 있던 나날을 보냈을 뿐.




© jamesponddotco, 출처 Unsplash

사내 아이 독박육아 하면서 여지껏 겪지못했던 창피함과 초라함, 눈치, 옹졸함, 시샘, 자책, 이기적임 모두다 겪어보게 되었다. 난 참 엄마로서 낙제점 인 것만 같고, 어쩜 이렇게 서툴고 가끔은 정말이지 다 던져버리고 이 역할에서 아웃하고 싶은지 말도 못할 오만가지 감정들이 교차한다. 그러다보니 아이 낳고나서야 난생 처음 자존감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책도 읽고 강연도 들으며 아무리 자존감 높이고 높여놔도 길거리에서 떼쓰는 아이에게 소리 한번 빽 지르고 나자, 정말이지 바닥까지 다 스며드는 자존감이라면 다 소용없다. 그런걸로 결코 낮아져서도 안되는 것이 자존감이라지만, 그런건 다 말장난일 뿐.



내가 원하던 모습, 살고 싶은 모습에서 멀어지고 엄마로서 잘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엄습해 올때면, 기운 빠지고 서글프고 이게 다 엄마라는 역할 때문인 것 같다는 뜻모를 원망이 든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과 지금의 이 엄마로서의 모습은 참 멀어도 한참 멀기만 한 듯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게 그냥 다 육아라는 직업의 디폴트 세팅인것이다.



모든 슬픔은 다 더 잘해보려는 마음에서 비롯 된 것일 뿐.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좋은 엄마, 더 잘하는 사람이 되고자 끊임없이 마음 어딘가에서 원하고 또 노력했기에 덤으로 느끼는 것일 뿐. 그래, 나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하려는 사람이구나. 엄마로서 나는 잘하는 엄마는 아니지만, 잘 해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엄마이다. 최소한 못하려고 하지는 않는 그런 엄마구나.



자존감이 높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내가 할 수 있는한 책임지고 자식을 행복하고 좋은 사람으로 키워내는 의무를 다하려고 그렇게 살고 있는 그런 엄마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한결 마음이 가벼워 졌다.


© gaberc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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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다섯 살 시절에 쓴 에센티아의 육아 일기입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위해 공감과 응원의 마음으로 이 글을 띄웁니다.


에센티아의 육아일기

https://blog.naver.com/yubinssk82/22221922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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