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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Feb 18. 2021

자존감 연습 : 내가 나여서 좋다

건강한 일상 정신승리법

이따금씩 내 스스로가 한참 못마땅하게 생각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날 갑자기 신께서 나타나 내게 이렇게 말하신다면?


"너에게 다른 사람과 몸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겠노라. 어찌하겠는고?"


물론 그런 일은 있을법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혹시나 만약에 하나 그런 선택이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누구의 몸으로 들어갈 텐가?

© andremouton, 출처 Unsplash


만일 내가 000였다면?

000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행동했을까?


사실 상당히 오래전부터 나는 그런 상상을 하며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너무도 부러운 세상의 워너비들을 볼 때마다, 만일 내가 저들의 미모나 재능, 또는 매력이나 성품을 가졌다면 세상 사는 게 대체 어떤 느낌일까를 실감 나게 감정이입해보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리며 이것저것 재보아도, 결국 나는 그냥 내 몸뚱어리를 입은 채 살기로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 거. 슨. 그런 육체 이탈과 같은 기상천외한 심령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철저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내린 것이지만 ㅋ)


내가 만일 000의 온갖 닮고 싶은 모든 재능이나 역량들을 빨대를 꽂아 쏙 흡수할 수 있다면? 항상 애청하는 저 유튜브 채널의 진행자들 틈에 앉아있는 저 여자를 쏙 들어내고 대신 내가 저 자리를 꿰차고 앉을 수 있다면? 내가 먼저 저런 생각을 해내서 책으로 써서 대박을 터뜨려냈더라면?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이따금씩 그런 시기심을 몽글몽글 피워내며,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성공의 아우라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한참을 멍하게 내가 저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싶다가도 번뜩 정신을 일깨워본다. 가차 없이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영혼의 싸대기 한방 날려!

© 12019, 출처 Pixabay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는 주옥같은 문구도 있지만, 부러운 게 뭘 지는 거래? 인지상정으로 다 그럴 수 있는 거지. 차라리 솔직하게 부러워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음흉하거나 능글맞지 않고 순수한 거지. 난 그런 거 몰라, 그냥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하고 살랴. 어우 부러워. 세상에 너무 부러운 사람들 천지다.


어찌나들 그렇게 수완이 좋고, 성실한데 발상은 또 참신하고 난리래? 게다가 요즘 애들은 참 키도 시원시원하게 크고, 어쩌면 그리 팔다리 비율도 좋던지. 가끔 거리를 걷다 보면 인종이 개량됐나 싶은 생각에 이제 나는 문득문득 서글퍼지기도 하는 중년의 비애를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그들이 되고 싶은겨? 하지만 정말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대답은 아니올시다로 귀결된다. 그렇다고 정말로 나란 존재를 완전히 포기하고, 부럽다고 난리 블루스를 추던 사람으로 바꾸고 싶냐면 그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몇몇 가지 속성만 뽑아내서 내게 추가시킬 수 있다면 그건 OK. 하지만 아무리 영 못나 보였던 나도 막상 완전 포기하고 교체하기에는 따지고 보면 나름 장점도 많잖은가베? ^^


그렇게 본전 생각이 나기 시작하면, 갑자기 내 몸값은 세상 누구와 비교해도 바꿀 수 없게 치솟아간다. 000님의 능력은 다 갖고 싶은데, 내 얼굴은 그대로 유지됐음 좋겠는데. 전 세계 최강 스펙일 것 같은 이방카랑 바꿀래도, 걔 아빠가 좀 세상 챙피하지 않은감? 남편도 촘 그래.


...뭐 이런 식이다. ㅎ

© sulemakaroglu, 출처 Unsplash
© khfalk, 출처 Pixabay

한 사람의 정체성과 능력이란, 어떤 한 부분만 분리해내서는 온전히 재현될 수 없는 법. 직관적으로도 왠지 그런 자연법칙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니 내가 타인에게서 부러워하는 그 한단면 만을 선물로 받는다 할지라도 내 상황에서 그것을 당사자처럼 성공적으로 구사해낼 길은 없을지 모른다. 그들의 맹점과 결핍을 포함해서까지가 온전한 그 사람 전체일 테니, 내가 원하는 부분만 쏙쏙 골라내 장착해봐야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밖에 못되어 버릴지도.


그러니, 나는 그냥 안 바꿀련다. 이렇게 된 마당에 내 털끝 하나도 그 누구와 바꿀 수 없어! 이미 푹 패인 팔자주름도, 유난히 착 가라앉은 숯이 적은 생머리도 절대 남과 바꾸지 않겠어! 내 오지랖 넓지 못한 소심한 성격과 창의성이 부족한 사고라 할지라도 결코 바꾸지 않을 테야, 일론 머스크가 온다 해도!


일단, 그런 일은 자연계에서는 절대 일어날 리가 없어!(사실은 이게 내 결심의 가장 큰 이유이다 ㅎ) 있을 수 없는 일인 줄 뻔히 알면서도 사람이란 또 우습게도 바랄 때가 있더라고. 그러니까 강력한 결심과 단정으로 한 번 더 헛된 망상에 단단히 못을 박아두어야 하는 법. 마치 선택권이 내게 있는 것 처럼.


그리고 둘째로는, 알고 보면 나도 참 괜찮은 사람이야 ^^ 운과 때를 아직 잘 못 만나서 그렇지, 나름 속속들이 보면 괜찮은 구석이 많다규. 그래서 다른 사람과 바꾸기 위해 이 나를 포기해도 일말의 미련이 없을 정도는 아니라는.


실은 못해서 안 하는 거라도, 마치 내가 주도권을 가지고 결정한 것같은 이런 자기 기만적 통제 감각(sense of control)이 사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말은 반드시 궁극의 자기애로 귀결될 것. 이것이 바로 내가 추구하는 건강한 일상의 정신 승리법이다. 이렇게 살지 않는다면 누가 맨정신으로 7,80년을 이 지구상에서 버텨나갈 수 있대?

© marvelmozhko, 출처 Pixabay


그런 식으로 오늘도 나만의 자존감의 날을 단단히 세우고, 나는 자리에서 퍼뜩 일어났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주변으로 갑자기 희미한 아우라(aura)가 둘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것이 연예인들한테서만 보인다는 광채란 건가? ㅎ


털 끝 하나 바꾸지 않겠어! 내가 나여서 나는 참 좋아!


© veronezcaroline,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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