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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Apr 13. 2021

꿈의 크기만큼 불안도 커지는 것일 뿐

꿈이없었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았을거야

두려움은 희망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없이 있을 수 없다

-바뤼흐 스피노자-



가끔씩은 불안이 엄습해 올 때가 있다.


내가 나 스스로와 경쟁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약하고 겁쟁이 같은 마음이 다른 모든 나를 압도하며 주도권을 쥔다. 그러면서 온갖 안되는 이유와 할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예견을 끌어다 한가운데를 차지하고는 서서 일장 연설을 한다.


그럴 땐 꽤나 당당했던 나도, 한없이 낙관적이었던 나도, 자신감에 부풀어 있었던 나도 모두 빙 둘러앉아 그 소리에 신중하게 귀를 기울인다. 그러고는 모두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불안해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저 말이 맞으면 어떡하지?

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가 누구보다 내 안위를 염려하고,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존재일 테니,

저 불안해하는 내 모습은 충분히 신빙성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 Comfreak, 출처 Pixabay

그렇게 한참을 주저주저 머뭇머뭇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에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한 채 얼어있다가 몇 날 며칠을 보낼 때가 있다. 답답한 마음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 보지만, 완벽하게 솔직할 수 없는 고백들은 신통치 않은 대답들만을 부를 뿐이다. 핵심에 닿지 않는 어설픈 위로나 충고에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없던 상처를 입을 때도 있다.


운이 좋게 누군가 귀인을 만나 내 불안한 마음이 잦아들 수만 있다면...

그렇게 헛된 기대를 해보지만, 말 그대로 그저 헛된 것일 뿐.


결국 불안과 두려움은 일평생 곁에 두고 함께 다독이며 가야 하는 것이지, 떨쳐내거나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곧바로 그 결론에 신속하게 도달할 수 있다면 좋을 테지만, 언제나 삶은 내게 약간의 공간과 시차를 두게 만든다.


문제와 해결 사이에 항상 존재하는 그 약간의 공백. 어째서 그런 여운을 남기려는 것일까? 나는 물론 그런 쓸데없는 방황이나 혼란이 없이 깔끔하고도 매끄럽게 삶을 이끌어가고 싶다고 멋대로 생각하지만, 가차없는 인생은 그걸 결코 허락하지 않는다.


부족하고 작은 나를 일깨워주며 나보고 좀 더 겸손해지도록 조금 더 지혜로워지고 감사하라고 그러는 것일까?

© DreamyArt, 출처 Pixabay

두려움 없이 불안해하지 않으며 거침없이 당당하게 살고 싶다고 마음먹지만, 이따금씩 나는 무섭고 불안해 화를 내거나 현실을 외면할 때가 있다.


어떤 날에는 한밤중 잠에서 깨어나 걷잡을 수 없는 불안을 마주하는 것이 무섭고 감당이 안 되어 TV를 틀고 새벽까지 보았다. 그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깊은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에서 도망치고 싶었을 뿐, 관심도 재미도 느끼지 못하는 드라마를 내내 보았다.


또 어떤 낮에는 도무지 내 머리로는 신박하고 참신한 기획을 떠올릴 수 없다는 스스로의 무능함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별 상관도 없는 책만 주구장창 읽어댔다. 책상을 정리하고 한바탕 집안을 청소했다. 그래봤자 무언가 떠오를 리 만무했건만.

© mroz, 출처 Unsplash


오늘도 한차례 두려움과 불안은 나를 휩쓸고 갔다. 마음은 쑥대밭이 된 것 만 같았다.


이대로 늙어가면 나는 어쩌나?

내 삶의 불씨가 영영 여기까지밖에 피어오르지 못하는 것이라면?


꿈을 갖는 것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엄청난 일은 어쩌면 그 꿈을 차마 이루지 못할까 봐 밀려드는 불안과 두려움을 매일 이겨내고 멈추지 않는 것이다.


비록 아직까지 멈추지는 않았지만, 과정 자체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끼는 그런 폼나는 경지에는 감히 이르지 못하고 있다. 나는 무서워지면 화를 내고, 불안함에 걱정을 입에 달고 산다. 바람 앞에 촛불처럼 멈칫멈칫 해대며 위태롭게 연명해 간다. 누가 잘했다고 하면 힘이 불끈 솟아났다가도 별 반응이 없으면 하루에도 열두 번쯤은 그만 둘까 싶기도 하다.

© Ghinzo, 출처 Pixabay

이렇게 유리와도 같은 깨질듯한 멘탈로 과연 나는 내 꿈을 지켜내고 또 이룰 수 있을까?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이 불안의 기준선은 어쩌면 그리도 수위가 낮아 아주 조금만 넘쳐나도 내 하루에 쓰나미를 일으키는 것일까? 거대한 대양 위를 홀연 단신 돛단배로 표류하고 있는 듯한 심정이다. 그래도 어쩌나? 나라도 내 편이 되어 곁에 버텨주지 않으면.



문득 외롭다는 감정이 들지만, 그다지 별 도움이 안 되는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불안하다고 날뛰던 놀란 원숭이 같은 나는 이제 중앙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된듯하다. 가장 큰 소리 떵떵 쳐대는 허풍쟁이 내가 나설 차례다. 그런 배포라도 있어야 이 끝도 없는 수평선을 어떻게든 건너갈 것이 아니냐!



괜찮아! 인생 원래 다 그런 거지 뭐. 나 말고 모두들 다 이러면서 살고 있어. 그래도 결국 다 잘들 살아간다!

© blende12, 출처 Pixabay

나 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이 내게는 항상 가장 큰 위안이 된다. 더 솔직하게는 나보다 더 못한 이들의 존재가 내게 힘을 준다. 잔인하지만 강력한 진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으로 그 사실이라도 움켜쥐어 본다. 내 문제는 결국 항상 끝까지 솔직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내 열망의 크기에 비례해 불안과 두려움이 커져간대도, 그걸 감수하며 큰 꿈을 꾸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 그러니 받아들일 수밖에. 모두가 대가를 치르고 저 눈부신 신대륙에 도달하는 법이다. 뜬 눈으로 새워야 하는 수많은 밤과 못마땅한 나를 거울에 수도 없이 비춰보며 절규하는 나날들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나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blakeguidry,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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