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에 접속하는 삶을 위해
가끔씩은 헷갈린다.
내가 하찮은 존재여서 내 일상에는 이토록 하찮은 일들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인지. 아니면, 하찮은 일들만 잔뜩 하다 보니 점점 하찮은 존재로 전락해 가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하기 싫은 잡스러운 이 모든 이들을 나 스스로 하찮다고 규정해 버린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인 건지.
누구보다 자신 있게 당당하게 멋지게 살고 싶다고 꿈꾸지만. 꿈은 한낱 꿈일 뿐. 종일 처리하고 있는 일들은 죄다 시시콜콜한 일들뿐이라면, 대체 어느 틈에 삶의 위대함과 접속을 해보겠는가? 그야말로 신변잡기적인 일들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면 시야가 좁을 대로 좁아져 저녁 무렵 마음속에 파고드는 감정은 오늘도 그저 소진되었다는 씁쓸한 뒷맛뿐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위대한 일들을 맡은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들로 나누어져 있는 듯하다. 화성 탐사와 자율 주행 같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첨단 기술을 직접 실현해 가고 있는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종일 집구석에서 살림과 애들 뒤치다꺼리나 하다가 TV를 보며 잠드는 사람도 있다. 전 세계 영화계의 상을 다 휩쓰는 작품을 감독한다거나, 뉴욕 증시에 상장할 정도의 성공적인 벤처기업을 이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끼니를 때우기 위해 구걸하러 나가는 누군가도 있다.
인류의 영원히 풀린 적 없는 숙제인 불평등, 빈부격차 어쩌고 하는 문제를 운운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그렇게 대의의 문제를 논할 정도로 인류애나 의식이 깊은 사람도 아니고, 실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초점을 애저녁에 나 개인에게로 맞춰버린 지 오래니까.
세상이 어째서 기울어진 운동장인지, 부는 한쪽으로 편중되는 것이며, 또 계층은 피라미드 구조인지에 대해 입 아프게 논할 생각은 일도 없다. 그냥 그 세상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나도 좀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빛을 반짝여 볼지.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더 높이 기어올라가 볼지를 궁리하는 가장 속물적이고도 현실적인 길을 택해 살고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굳이 소리 내어 선언하지는 않지만 다들 이 길을 걷고 있다.
결국 모두가 가고 있는 길을 나도 따라가고 있을 뿐이니, 위대함과는 영 거리가 먼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일이나 기회 따위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 또한 당연하고 말이다. 애시당초 내게 있어 위대한 일이라는 것의 정의조차가 우주에 간다거나,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레벨이 전혀 아니라, 내 일신의 안위와 명성 정도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 아니겠는가! 하찮은 이상을 품은 자의 삶은 그에 맞게 하찮은 레벨일 수밖에 없는 것일지 모르겠다.
너무 많이 갔다. 그냥 요사이 내 꿈에 관련된 일에는 좀처럼 집중을 하지 못할 정도로 신경 써야 할 잡스러운 일들이 많았다. 세금을 내고, 아이 학원을 등록하고, 등하교를 시키고, 준비물을 챙겨주고, 선생님들과 이것저것 조율하고, 엄마들과 안면 트고 상대하고, 다툼하는 애들 중재하고... 이 중에 내 안의 위대함을 끼우고, 꿈과 연결되는 일은 정말이지 하나도 없었던 듯하다. 하지만 일상을 돌아가게 하기 위해 하긴 해야 하는 일들.
다른 이들도 묵묵히 해내고 있는 일들인데, 어째서 나는 혼자서 잔뜩 화가 고였는지 참 모를 일이다. 그냥 뭔가 이것보다는 뭔가 더 위대한 일들(?)을 인생이 나를 위해 준비해 두었을 줄 알았던 모양이다. 깜짝파티를 열어주듯, "Surprise!"라고 외치며 짜자 잔 언젠간 나를 펼칠 기회의 시간이 올 거라고.
그런데 얼어 죽을. 지나보니 그 파티는 애저녁에 이미 왔다 간 것이었다. 20대와 30대 초반에 그때가 이미 한참 파티 중이었던 거고, 앞으로 남은 날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이토록 지리지리한 애 뒤치다꺼리와 아줌마 사교 라이프야! 저기 공원 벤치 운동기계 앞에 모여 계신 경량 패딩 차림의 할머니들 보이지? 정작 본인의 일상과는 아무런 접점도 없는 뉴스 채널만 하루 종일 틀어놓고 보고 계신 부모님 보이지? 그게 너의 미래야!
안돼에~~~!! 절대로 그럴 수는 없어!!
고개를 좌우로 강력하게 휘저으며, 놀이터 벤치에 주저앉아 있다가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본다. 색색깔의 가방을 메고 떼거지로 몰려 등교하는 초등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자기들끼리 꺄르르 거리며 세상 잘난 듯 뽐내는 위용이라니. 니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모르니까야 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근거로 오히려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겠구나! 더 이상 바뀔 미래가 얼마 없는 어른들 따위는 안중에도 들어오지 않겠지.
이러나저러나 내게는 또 오늘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위대함 타령 그만하고 어서 집에 올라가서 오늘을 또 살아내 보세. 앞날은 훨씬 창창할 거라는 무한한 가능성이 현재를 꺄르르 거리며 살 수 있는 에너지원이자 근거라면, 나도 그걸 어떻게 해서든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단 한 발자국도 뗄 수 있는 힘이 나지 않을 테니.
그래, 삶은 아직 나를 위해 무언가 준비해 뒀을 거야! 어쩌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화려한 깜짝 환갑잔치 같은 거? ㅎㅎ 수천 번 좌절하게 된다 해도 나는 그냥 인생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품는 쪽을 택하기로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말이지 살맛이 안 나기 때문이다.
그래 지금은 일상을 세팅해야 하는 3월이어서 그래. 모든 게 궤도에 오르면 안정이 될 테고, 안정이 되면 루틴이 자리를 잡겠지. 그러면 모든 하찮은 일들에 써야 했던 신경을 중요한 일들로 돌릴 수 있게 될 거야. 그리고 비로소 위대함에 다시금 접속할 수 있는 영혼의 상태가 될 것임을... 믿슙니다!
흥 칫 뿡! 두 눈을 지긋이 내리깔고 잘난척하는 도도하고도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설거지를 하러 집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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