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게 참 그렇지?

오늘도 겨우 살아낸 당신에게

by 에센티아

고되었던 한 주가 저물어간다. 이번 주는 마음이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시간과 함께 흘러 흘러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건너 가버렸기에 작별 인사라도 다정히 건네며 보내 주련다.


"굿바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지난 일주일이여.

부디 좋은 곳으로 가소서.

그리고 언젠가 추억이란 이름으로 다시 떠올렸을 때, 입가에 미소 지으며 되내일수 있는 그 어떤 의미로 소생하기를.

아듀~ 애달픈 내 삶의 한 조각조각들."


그렇게 덕담이라도 얹어 아쉬운 내 지난 시간의 조각들을 완전히 놓아주고 나자, 비로소 내 마음은 아주 조금 더 가뿐해진다.

photo-1615037022789-a52c28eb54d7.jpg?type=w1 © jonny_neuenhagen, 출처 Unsplash


아쉬웠어도 괜찮아. 성에 차지 못했거나 완벽하지 못했어도 괜찮아. 내일 또 기회가 있고, 그다음 날엔 또 하루라는 새로운 기회가 오니까.


살아있는 동안만큼 매일 내게는 새로운 하루라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모자랐어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문제 될 건 없다. 언젠가는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한순간도 분명 내게 주어질 테니.


어차피 삶이란 그런 몇 컷의 명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나머지 시간들은 무대 뒤에서 준비하고 연습하며 살아가는 걸지도 모른다. 매 순간이 클라이맥스인 연극이나 영화가 없듯이 우리네 삶도 백미가 되는 찰나의 순간들은 그리 잦지는 않다.


부인하고 싶더라도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독하게 스스로를 갈고닦는 시간조차 즐길 수 있다면, 그걸로 인생이란 값진 승리가 되리.


photo-1521714161819-15534968fc5f.jpg?type=w1 © roadtripwithraj, 출처 Unsplash

한때 어딘가에서 이런 멋진 비유를 만난 일이 있다. 삶은 웅장한 성을 쌓듯이 살기보다는 정원을 가꾸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더 행복한 것이라는. 높은 성을 쌓아가는 삶은 그 성을 다 쌓고 난 후에는 성 꼭대기에 스스로가 갇혀버리고 말지만, 사시사철 정원을 가꾸듯이 사는 인생에는 나비와 꿀벌이 끊임없이 향기를 맡고 놀러 오는 정다운 매일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지금 드는 생각은 결국 나는 그 둘을 병행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 비유를 만났던 순간에는 무턱대고 뽀대나는 성만 쌓아 올리는 중노동에 지쳐 있던 시절이었다. 그랬기에 내 삶의 기조를 정원 가꾸기로 틀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내 손으로 성을 허물어뜨리고 잔해들을 거름 삼아 씨앗을 틔우자, 소소하게 평안한 행복이 깃들어 오는 듯했다. 몸도 정신도 건강을 되찾았고,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동안 그렇게 살다 보니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그 어떤 허전함에 이따금씩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생겨났다. 정원 한켠 빈터를 쳐다보며 자꾸만 멋진 성의 설계도를 끄적이게 되고, 다른 사람이 지은 성들을 흘낏거리느라 잡초 뽑기에 영 집중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던 것이다.

photo-1572085313466-6710de8d7ba3.jpg?type=w1 © malyushev, 출처 Unsplash

결국 보잘것없더라도 성 하나를 세워야 내 정원 돌보기가 조금 더 신바람이 날 수 있겠다면, 긴긴 남은 인생에 뭐라도 지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이 내 사업이 되었건, 내 책이 되었건, 아니면 그 어떤 형태가 되었건, 무언가 실체로 눈에 보이는 성이 내게는 필요한 모양이다. 그 안에 갇혀 영영 나오지 못할 정도의 자부심과 오만함이 내게는 싹부터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기에.


별 실패 없이 탄탄대로였던 성장과 성공의 길을 밟아온 자라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는 세상 풍파에 갈릴대로 갈린 너덜너덜한 심약한 영혼. 내 한 몸 뉘이고 비바람으로부터 나를 지킬 성조 차 없다면, 앞으로 남은 점점 더 노쇠해져갈 일상 속에 어떻게 평탄한 마음으로 정원일을 하며 살아가겠는가?!


그래서 정원도 가꾸지만, 틈틈이 구석탱이에 벽돌 한 장 한 장씩을 올리며 언젠가는 완성될 성도 짓는 매일매일을 살고 있다. 성 건축에만 몰두하면 조금 더 빨리 완성해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돌보지 못한 잔디와 꽃밭이 어느새 시들시들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지금의 이 느림보 같은 속도로 어설프지만 그 두 가지를 나는 동시에 해나가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완성된 성이 생기고, 풍성한 정원도 펼쳐진 내 삶을 이번 생에 보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날이 온다 해도 어차피 내 소일거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정원일에는 결코 완성이 없는 법이며, 높은 성을 지었다 해서 그 안에만 앉아 있을 나도 아닐 테니.

photo-1508682641856-78948a748357.jpg?type=w1 © knipszimmer, 출처 Unsplash

정원 가꾸기나 성 짓기가 매일 즐거운 것은 아니다. 화창한 날에는 둘 다 손놓고 나가 놀고 싶기도 한 한량 같은 성향의 나이다. 하지만 그럭저럭 꾸역꾸역 나는 해나간다. 잘 돼가고 있는 듯싶기도 하다가,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누군가 알아주는 날도 있고, 아무도 몰라주는 날도 있다.


그래도 혼자 중얼중얼 무언가 끼적이며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와 진한 작별 의식을 나누고, 아쉬운 시간들을 보내준다. 삶을 돌아보면 도드라지게 반짝이는 순간들은 몇 개뿐이지만, 그 찰나의 영광을 하나라도 더 끄집어 내기 위해 나는 부단히도 스스로를 있는 힘껏 짜내고 짜내었다.


그리고 그 모든 들러리 시간들은 퉁쳐서 썩 괜찮았다고 말해버릴 긍정적인 무심함과 망각의 힘조차 지녔기에 참 다행이다. 갈대처럼 흔들리며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결국 나는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치유하며 버텨가는, 셀프 힐러(self healer)다.


오늘 괜찮았다가 내일은 또 못나져도 괜찮다. 지금은 확신하는 모든 것들이 바로 다음 순간에 의심이 될지라도, 나는 또 조금 후에는 내 길을 찾으리라. 어렵고 복잡한 문제 앞에 겁이 잔뜩 들었어도 '인생 별거 없다'라며 허풍을 떨어보리라. 어차피 내게는 다음 날이라는 새 기회가 또 올 테니까. 설사 뭔가 석연치 않다 해도 새 날은 또 오고 또 오고 할 것이니까.


굿바이, 오늘이여. 소중한 내 모든 시간의 한 조각조각이여.

photo-1553768869-9d6d200a0797.jpg?type=w1 © jubi468,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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