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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Apr 30. 2021

윤여정 배우처럼

내 삶의 황금기는 70대에

요즘 TV를 틀면 한때 잘나갔던 추억의 스타들을 소환하는 프로그램들이 꽤나 많다. 왕년에는 팬들로 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연예계를 종횡무진 했었지만, 어느샌가 소리없이 사라져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졌던 반짝 스타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달라진 모습과 공백기의 인생스토리를 듣다보면 깊은 감회에 젖어들때가 있다. 스타로서 살던 삶 이후에 제2의 새로운 길을 찾아내 또 다른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애당초 평범했던 보통 사람들보다야 경제적으로나 무엇으로나 딱히 뒤진다고 할 수는 없겠다. 다만, 과거에 그들이 누렸던 영광이 워낙 휘황찬란했던 지라, 십중팔구는 그 시절을 정점으로 한참을 내려온 현재의 모습에 과거의 그림자가 쓸쓸하게 대조를 이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 경우를 볼때면 당사자는 물론이거니와, 한때 그들의 반짝이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의 마음까지도 안타까움에 철렁내려앉는다. 삶이란 참 뭐 그렇다. 백만가지 단어를 들이대 표현해보려 한들 과연 묘사가 가능할런지.

© tamarabellis, 출처 Unsplash


우리 모두는 저마다 다른 시기에 자신만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어떤 이는 충분히 준비가 되지 못한 상태에서 밀려들어온 운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에 허망하게 짧은 성공만을 맛보기도 한다. 그래서 초년에 맞은 성공이 도리어 크나큰 저주가 되어 일평생 다시는 그 정점을 맛보지 못한 채 인생 전반에 그늘을 드리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 때이른 성공은 엄한 시기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이나 다름없다. 일평생의 그 시절의 그 달콤했던 추억 얘기나 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만큼 안쓰럽고 초라한 일도 없다.


그럴 바에야 대기만성 형으로 노년에야 비로소 활짝 꽃을 피운 운명의 소유자가 나는 훨씬 낫다고 본다. 바로 75세에 아카데미와 오스카를 비롯해 전세계 권위있는 모든 상을 모조리 휩쓸어버린 윤여정 배우처럼 말이다.


© danteov_seen, 출처 Unsplash


굵직굵직한 수상식에서 연일 그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질때마다 각종매체는 온통 윤여정에 대한 찬사와 회고 일색이다. 착실하게 자기 자리에서 다져온 꾸준한 존재감이 이렇게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기까지 그녀에게는 길고 긴 기다림의 시절이 있었음을 우리 모두는 안다.


그래서 지금의 이 성공은 아주 잠시동안 반짝하고 말 것이 아닌, 그녀의 40년 연기 인생이 지층처럼 한겹한겹 쌓여올려 만든 반석 위의 굳건한 다이아몬드 같은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신의 진가를 온 세상에 화려하게 밝히게 된 것이 그야말로 인생의 노년기라니. 이보다 더 축복받은 삶이 과연 또 있을까? 내게는 그저 동경해 마지 않는 인생 여정의 표본이자 롤 모델이 아닐 수 없다.

© brenna_lynn, 출처 Unsplash


너무 이른 나이에 열정과 운을 다 써버린 탓에, 그 시절을 정점으로 서서히 달이 기울 듯 삶의 그래프가 하향해가는 경험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 듯하다. 여태껏 내 삶은 어느 정도 그랬던 것도 같다.


하지만 이제 겨우 마흔. 칠순이 넘어서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윤여정 배우의 모습은 내게 크나큰 영감을 준다. 더 길고 긴 스팬으로 봤을때 내게는 아직도 인생의 크나큰 굴곡이 몇번은 더 있을 터. 아직 내게 진정한 전성기는 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래. 내 마음이 촉촉한 희망에 물든다.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는 편이 삶을 살아가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매 순간 순간을 소중하게 '지금을 사는 마음'을 포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무작정 희생하거나 홀대할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다만 우리에게는 앞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기 위한 밝은 전망이 필요하다고 믿을 뿐이다.


누군가가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그런 사고체계로 성장을 전수하고 전염시키며 진화해 왔다고 한다. 누군가가 처음으로 해냈기에 두번째, 세번째가 나타나고, 결국에는 모두가 그 길에 이르게 되었단다. 그러니 누군가가 해내는 모습을 보면 그것에서 받은 영감을 꿈으로 삼아 실현시켜 낼 수 있다! 우리 삶에 지표가 되어주는 앞선 롤모델이 존재한다니 어찌나도 감사한지.

© nastya_gepp, 출처 Pixabay


내 삶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내 나이 칠십에 어딘가 나만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는 여주인공이 되어있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생각만으로도 밀려드는 이 벅찬 감동 삶이란 어찌나 감사한지.


그러니 서두르거나 조급해 할 필요없다. 빨리 피는 꽃은 빨리 질 뿐. 내게는 나만의 속도가 있는 법이다. 그 속도를 너무 올려 때이르게 성공의 운을 다 쓴다한들, 남은 긴긴 인생을 어찌 보낼 것인가? 나도 칠십 넘어 세상에 대 브레이크 하고 싶다! 박막례 할머니와 밀라논나, 윤여정 배우가 내 앞길을 환히 비춰주고 계시지 않은가!


그 언니들이 계셔서 나도 갈 수 있어. 그리고 나도 그 누군가의 멋진 할머니가 되는 삶을 살아야지. 아직 마흔. 나는 아직 신생아 수준이다. ㅎㅎ 

© stevenlasry,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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