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떨어지게 만드는 웬수들에 둘러쌓여있을 때
5월의 속도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빠른 듯하다.
가정의 달답게 여러 가지 이벤트가 사이사이에 낀 탓일까? 징검다리 휴일이 많다 보니 생산성은 더욱 오르지 않는다. 놀 거리를 만들어야만 할 것 같은 인생에 대한 의무 부채의식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이런 때 제대로 한번 놀아보기 위해 사는 인생이 아닌가?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상태에 있다면 영 못마땅할 수밖에 없겠다. 요즘 그야말로 내가 그러고 있다.
근데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냐고? 정말 그런가? 삶은 그렇게 무 자르 듯 단순하지도 우수리 없이 딱 떨어지지도 않는다. 그게 바로 문제인 것이다.
모든 것이 크리스털 클리어하고 단순했다면 그 누가 삶을 두고 갈팡질팡 고민을 할까? 우리 모두의 인생은 미묘하고도 정교하게 살짝 뒤틀려 꼬여있다. 그래서들 번민에 시달리고 결정 장애에 놓이는 것이다. 그 어떤 상황도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지 않다. 불안을 껴안은 채 희망을 노래하며 나가야 하고, 걱정은 그대로이더라도 때때마다 누릴 수 있는 인생을 즐겨야 한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듯, 즐거움을 유예하고 온정신을 한 점에 집중하여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야 마음껏 인생을 누리라고 충고하는 이들이 있다. 어떤 맥락에서는 들어맞는 말일 테지만, 무분별하게 남용해서는 안 될 말이다.
우리 삶에는 '때'라는 것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넘기면 영영 되돌아오지 않는 기회들이 엄연히 있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성장 발달단계나 언어능력에 불가역성이 적용되듯, 그 시기에 누리지 못하면 아무리 땅을 치며 후회한다 한들 다시는 만끽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의 열정이 그러하며, 영혼을 지배할 듯한 사랑이 그러하고, 아이의 어린 시절과 추억이 그러하다. 처절한 가난이나 설움조차 로망과 패기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것도 때가 있는 법이다. 온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것들에 접속해 볼 수 있는 열린 정신도 어느 나이까지다. 무섭게 학문에 몰입할 수 있는 체력과 지력도 다르지 않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지라도.
이런 냉엄한 현실 인식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냐고? 그럼 이미 때를 놓친 이들은 다 수틀려버렸다는 얘기를 하자는 거냐고?
아니, 그 정반대다. 지금이라도 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이 시간에 당장에 주워 담을 수 있는 행복이 있다면 빼놓지 않고 다 챙겨 먹자는 거다. 그 어느 때라도 우리에겐 분명 주어진 몫의 즐거움이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미 놓친 것은 차치하여두고라도 넋 놓고 살다가 이것들마저 놓치고 싶지는 않다.
이런 생각에 나는 애가 닳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세월아 네월아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모습이 나를 기운 빠지게 할 때가 있다. 너무나 가까워서 도저히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이들이다. 내 일부를 형성하고까지 있어 차마 져버릴 수도 없는 이들. 그들도 다 나름의 속도와 의도가 있을 테니, 기다려주고 참아줘야 하겠지만. 타들어가는 속은 이따금씩 나를 저 멀리로 도망쳐 버리고 싶게 한다고나 할까?
아 삶은 내게 감사할 선물들을 한가득 주는 대신 징글징글한 웬수들도 거기에 덕지덕지 붙여주는 도다. 좋은 것만 받고 싫은 것은 정중히 사양하고 싶지만 그렇게는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바로 그 부분이 환장(?) 하겠는 거다.
그럴 땐 이렇게 글로라도 풀어내지 않는다면 마음의 모든 응어리들은 딱딱한 돌덩어리가 될 테지. 결국 그런 것들이 마음을 넘어서 몸까지 아프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나는 결코 내 삶에서 주저앉아버리거나 영영 퇴장하지 않을 테지만. 그만큼 나는 나와 내 삶을 미치도록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병적인 사랑에 빠진 나르시스처럼 그냥 살아도 어차피 흐를 인생의 시간 앞에 혼자서만 내가 아까워 애를 태우고 있다. 이 허망한 사랑은 대체 누가 내게 불어넣어 준 것이란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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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야말로 잘 살아보고 싶은데. 너도 좀 그렇게 마음먹어줬으면 참 좋겠다. 그렇지 않을 거라면 솔직히 주변에 얼쩡거리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나까지 기운 빠지니까. 나 역시 나약하기 그지없는 갈대 한 가닥 같은 존재. 나라고 에너지가 샘처럼 솟아나는 게 아니니까. 더해주지는 못할망정 있던 힘도 앗아가지는 좀 말아주라.
가끔은 또렷한 얼굴 없는 무수한 세상에 이렇게 역정을 내고 싶은 날도 있더라.
내 마음이 해맑기 그지없어 가만히 있는데 감사가 솟아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우리는 모두 잘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존재들. 하루하루 유리 같은 멘탈의 갈라진 틈을 닥 테이프로 칭칭 감아 땜질하고 살아가는 가련한 중생들이다. 그러니 도움은커녕 냉소만 더할 것이라면 가만히 있던지 모두 꺼져버려라!
역시 대상 없이 혼자서 호통을 쳐본다. 물론 받아줄 이는 없다.
그래도 이것으로 되었다. 어차피 나는 잘 살아볼 거니까.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나를 도우며 꾸역꾸역 해나가면 그만이니까. 언제는 뭐 안 그랬던 적이 있던가? 그러다가도 기필코 우리는 또 얽히고설켜 마음이 동하면 도움도 주고받으며 살게 된다. 그런 건 문제없다.
정작 내가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스스로 한없이 의욕이 떨어지는 일이다. 아무런 낙이 없어 이불 밖을 나가고프지 않고 눈을 뜨고 싶지 않을 때이다. 그러니 타인의 의욕과 기세에는 일도 의지하지 않을지어다. 잘 살아볼지어다. 이왕 살 거.
오늘도 이 하루에 감사한 마음을 가득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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