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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May 20. 2021

여행이 주는 기쁨

잃어봐야만 깨닫는 소중함에 대하여

부처님 오신 날 연휴를 끼고 닷새 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오래간만에 비행기를 타고 땅에서 이륙을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분이 쇄신되는 여행이었다. 거기에 제주의 푸르른 하늘을 배경으로 새까맣게 이색적인 돌과 대조를 이루는 옥빛 바다 빛깔은 그야말로 감지덕지한 덤이고 말이다.


역시 여행이 답이다!


우리 삶에 여행만큼 확실한 리프레시를 가져다주는 이벤트는 없다고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된다. 결국 돌아오면 똑같은 일상의 루틴, 그대로인 장소가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렇게 잠시 동안 떠났다 오는 것만으로 내 마음은 결코 이전과 같지 않다. 그건 여행을 다녀와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일 테지.


그런데 1년 반 동안 그런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니, 실은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시들어 가고 있을까? 비행기를 타고 평소와는 전혀 다른 기후와 풍경에 스스로를 폭 담가보는 그 짜릿한 경험을 도통 못하고 있으니, 결코 예전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그 사실을 깨닫든 아니든 간에.

© amarnathtade, 출처 Unsplash


제주에 있는 동안 비바람도 몰아치고, 맛집 소개 블로그에 낚여 하나 맛도 없는 식당에서 바가지요금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만족스럽지 못했던 기억들은 신나고도 아름다웠던 추억들에 비하자면 너무도 사소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오랜만에 찾은 제주는 그 어느 때보다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풍겼고, 청정 자연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도록 소중한 힐링의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순간순간마다 경탄을 자아내고 행복감을 듬뿍 주었던 이번 제주 여행. 내게 놀라움과 웃음과 호기심과 편안한 감정을 많이도 안겨주었던 그 모든 장면 장면에 감사해 마지않는다.


물론 코로나로 1년이 넘게 해외여행을 도통 가지 못하고 있다 보니, 그토록 제주가 아름답고도 이색적으로 착시를 일으키긴 했을게다. 예전 같았으면 제주 정도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을 테지만, 그때와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고, 이 비좁은 국토에서 그나마 가장 멀고도 이국적인 곳은 이제 명실공히 제주뿐인지라.


현대 의학이 점점 밝혀내고 있는바에 따르면 인생이란 것 자체가 우리 뇌가 세상을 멋대로 해석하고 만들어 내는 가상 현실이라지 않나? 그러니 대조 효과든 풍선효과든 뭐든 무슨 상관인가? 뭐라 명명하든 간에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 하는 감정이란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하다. 그것만이 삶을 살며 가장 존중해야 할 대상일 뿐.


© Julius_Silver, 출처 Pixabay


제주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어서 다시 해외여행을 떠날 날을 꿈꾸게 된다. 먼 옛날 다른 나라를 여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감행하는 대 모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세대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주어졌던 행운이었기에 감사히 여겨 본 일이 없었다. 돈과 시간만 있으면 떠날 수 있는 것이 해외여행이었으니. 하지만 이제는 진실로 알 것 같다. 오늘날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도 아니고, 돈과 시간만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님을.


그러니 이제 다시 때가 온다면, 나는 이 사실을 기억하고 감격에 겨워할 테다. 어쩌면 우리에게 이 모든 깨달음을 주려고 코로나 같은 시련은 찾아온 것일까? 감상적인 착각에 빠져 인과관계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할지 모르지만. 빌어먹을 그딴 논리는 괜스레 분위기만 망칠 뿐. 행복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인지적 오류에 빠지고 환상적인 착각에 빠져 살고 싶을 뿐이다. 언제까지라도 정신 승리의 환희에 좋은 감정에 취해 있을 수만 있다면 이성적 논리 따위가 다 무슨 필요란 말인가!


잃어봐야 소중함을 알기 때문에, 삶은 우리에게서 이따금 무언가를 앗아가는 걸지 모른다. 그러니 정말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은 것이라면 잊지 말고 고마워하며 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삶이 교훈을 주고자 하는 의욕을 느끼지 않을 테니.


아~ 다시 여행을 나서고 싶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를 이끌어냈던 가장 크고 근본적인 동인이었던 여행 본능. 항상 멀리 떠나기 위해 나는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돌아왔다 다시 떠날 곳이 생기기 전까지 머물기 위해. 그날이 그리 머지않았을 거라 믿는다.

© dinoreichmuth, 출처 Unsplash



#여행이주는기쁨 #해외여행가고싶다 #5월의제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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