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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Jul 12. 2021

제대로 한여름의 시작

인생을 유능하게 살아내는 법

바야흐로 제대로 한여름이 시작될 모양이다.

내 바이오 온도계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오늘부터가 한여름의 포문을 여는 날이다.



그동안 세상의 일기예보가 알려주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내게는 에어컨을 켤 정도의 더위란 감지되지 않았었다. 달력은 벌써 7월 12일인데 이제서야 아침부터 가만히 있는데도 겨드랑이에 땀이 송골송골 오르려는 기미가 느껴진다. 습기가 섞인 따뜻한 공기 탓에 숨 쉴 때마다 조금씩 버거워진다는 것을 감지한다.



에어컨을 켤까? 말까? 아직은 고민 중.

여기서 2, 3도 정도는 더 기온이 올라야 에어컨을 켜도 춥지 않을 것이다.

내게는 아직은 조금 애매모호한 더위 수준인 것.



그래도 이제는 확실히 아주 짧은 여름 옷을 온종일 입고 있어도 오한이 들거나 쌀쌀하다고 느끼는 때는 없겠지. 불과 며칠 전까지도 저녁 무렵 반팔과 숏팬츠는 내게는 조금 싸늘했다. 헌데 오늘은 책상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도 조금 덥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바로 오늘부터가 나에게는 진정한 한여름의 시작이나 진배없다.

© BUMIPUTRA, 출처 Pixabay


올해는 예년보다 장마가 늦게 왔다고들 했지만, 내 생각엔 장마는 오히려 이른 5, 6월에 어느 정도 퍼붓고 지나간 듯하다. 그래서 도리어 본격적 장마라 했던 7월에 내린 몇 번의 소나기는 영 시원치 않았다. 뭐 작년처럼 홍수와 물난리로 고생을 안 하고 넘어갔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올여름 더위는 유난히 심할 것이라 앞선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어떨는지는 이제부터 지켜봐야 하겠지. 초복을 갓 지난 오늘부터가 본격적 더위의 초입인 것 같고, 이대로 8월 중순까지 더위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는지.


미국과 유럽은 이미 폭염이 심하여 수많은 사상자를 낳고 있다 한다. 뉴스에 비치는 캘리포니아 산불 광경을 보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화염이 피부에 전해지는 듯하여 속 답답하다.


추위를 지나치게 많이 타는 내게는 더위야 추위에 비하자면 견딜만한 적수이지만, 그렇다고 축축하고 끈적한 동아시아의 더위를 딱히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는 딱 어제까지의 날씨가 쾌적했다. 이제부터는 한여름 열대야와 씨름을 벌여야 하는 한 달여 가량이 남아있는 것.

© toothlessrabbit, 출처 Unsplash


그러고 보면 날씨란 참으로 오묘하고도 야릇하다. 당연한 것들은 너무 당연하다가도 삶의 어느 순간주의를 기울여 보면 놀랍도록 신기한 경우가 많다.


바쁘게 정신없이 살다 보면 그런 걸 깨달을 틈도 없는 법이지만, 다행히도 나는 지금 시점에서 삶의 조그만 여유를 선물로 받은 모양이다. 이런저런 소소하지만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보면 너무도 흥미로운 것들이 제법 눈에 띄곤 하니 말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르면 영원히 모르고 사는 것이고, 한번 알기 시작하면 나름 작지만 유쾌하게 재미를 만끽하며 살 수 있다.


인생 뭐 거창할 거 있는가! 결국엔 우리 모두 다 여기서 만나는 것 아닌가? 살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 이런 소소한 것들에 우리는 닿을 것이고 만족하게 될 것이다. 평생 안 늙고 안 지치고 안 내려오고 안 겸손해질 자 이 세상 천지에 누가 있으리?


그런 의미에서 날씨에 민감해지고 그것을 탐구할 수 있는 자는 그래도 앞만 보며 정신없이 사는 인생의 소유자는 아닐 것이라고 나는 왠지 경험으로 알 듯싶다.

© alexfromindia, 출처 Unsplash


올해부터는 나도 인생 조금 더 유능하게 사는 법에 관심을 기울일까 보다. 사회적 성공을 위한 유능함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을 유능하게 쓰는 그런 스킬을 이제는 조금 더 다듬어내고프다. 예상치 못할 변덕스러운 날씨에조차 순응하고 적응하며 잘 살아내기도 그중 한 과제이다.


그동안 나는 어찌나 강퍅하고 민감했던지 날씨가 춥고 덥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면 실제로 막 짜증이 났다. 감정이 마구 휘둘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고대하는 맑고 화창한 완벽한 가을 날씨가 일념에 대체 몇 번이나 되나?


마치 인생과도 같다. 그런 날은 좀처럼 길지도 않고 잠깐만 얼굴을 내 비치는 법인데. 대부부은 이놈의 궂은 날씨를 상대하며 살아내야 하는 게 삶이라는 놈 아니던가! 그러니 이러면 이런대로 저러면 또 저런대로 그냥 잘 살아낼 수 있기를. 그런 내가 될 수 있도록 또 살면서 조금씩 수련해 가야겠다.

© picoftasty, 출처 Unsplash


어차피 남은 날 동안 꾸준히 익히고 습관 들여가다 보면 언젠가는 별 노력 없이도 그렇게 살고 있는 나와 조우하게 될 듯하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알아볼 수 없을지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지만.


내 모든 기록이 차곡차곡 여기에 쌓여있으니,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언젠간 찾게도 되리. 나 아닌 누군가에게라도 말이다.


그리고 아무런 특별할 것도 없을 것만 같은 이 한여름의 시작점을 기념하고 추억할지 모른다.

아 그런 생각만으로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하네. 인생이란 역시 참 신선하고 야릇한 것. ㅎ

© tuzbr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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