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은 사소하게 흘려보내기

어떤 일들은 딱 거기까지일 뿐이다

by 에센티아


사소한 일들은 사소한 일로 그냥 흘러 보내자.


사소하다고 표현해 놨지만 마음이 잘게 시달리는 그런 일 들.

살다 보면 사소하지만 이빨에 낀 무언가 처럼 마음을 불편하게 하게 일상사들이 있다. 그런 일들은 삶의 큰 줄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잔가지를 끊임없이 흔들어 대며 우리를 신경 쓰이게 한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해도, 그것이 나름 꾸준히 어떤 조건 하에 일어날 것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우리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무언가를 하려 한다. 그 근본 원인을 알아내어 싹을 잘라냄으로써 다시는 그 문제가 반복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하려 하는 것이다.


일견 이런 접근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어 보인다. 오히려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로 여겨질 것이다. 게다가 그 덕분에 문제가 깡그리 없어졌을 때는 너무도 후련하고 시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살이가 항상 이렇게 단순하고 순리대로 술술 풀리기만 할리가 있겠는가!

많은 경우, 사소한 문제에 민감하게 접근하고 통째로 문제를 뿌리 뽑으려다가, 도리어 의도치 않은 거대한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거나, 크나큰 근심 걱정에 허우적거리게 된다.


그래서 사소한 것은 사소할 수 있게 그냥 내버려 두는 것도 삶을 현명하게 사는 방편인 것이다. 사소한 것을 괜스레 마음속에 오래 붙잡아두고, 과대망상을 양분 삼아 자꾸만 크게 키우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 그냥 그 상태로 더도 덜도 말고 딱 그 정도로 있게 두었다가, 상황과 맥락이 바뀌게 되는 순간이 오면, 잡초를 뽑아내듯 단번에 인생에서 확 뽑아 버려야 한다.


그것이 사소한 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되어야 한다!





애당초 사소한 일이라는 것은, 인생 전체 로보면 그다지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사소한 싹이 잡초 정도로 자라나, 일상이라는 정원의 화초며 나무의 성장을 방해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단박에 잡초를 모조리 뽑아버려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를 것이다. 가만히 뒀다가는 이놈의 몹쓸 잡초들이 양분을 쪽쪽 빨아서 내 일상의 정원을 망쳐버릴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날 잡아서 그 잡초를 다 밀어냈다가는 어떻게 되겠는가?

안 하던 일을 하니 몸살에 걸리고,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리며, 자칫하다간 몸져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정원은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졌을까?

글쎄, 말끔하게 정돈된 듯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다지 티가 안 나거나, 잡초와 함께 다른 것들도 뽑힌 탓에 휑하니 황량해 보일 수도 있고.


아무튼 애당초 적당히 보기 좋았던 정원이었다면, 사소한 잡초를 전부 없애버리겠다고 너무 에너지를 쓸 일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눈에 거슬릴 정도로 너무 자랐다 싶을 때나 잘라내 주는 것이, 큰 힘 들이거나 몸살을 겪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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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맺고 끊기를 칼 같이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일일이 말하고,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강박이 일상의 잡초처럼 느껴진다.


아이 키우는 엄마가 뭘 얼마나 그렇게 정확하고 깔끔하게 맺고 끊을 수 있겠는가! 일상의 모든 것은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하며, 복불복이다.


상대의 꼼수가 뻔히 보인다 해도, 소탐대실하지 않으려면 그냥 알고도 넘어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에 들던 안 들던, 딱히 더 나은 대안이 없거나, 기회비용이 클 때는 눈을 질끈 감고 놀아나 주는 것이 대의를 위해 좋은 경우도 많다. 그걸 일일이 부당하다고 따지고 들거나 바로잡으려 해 봐야 실익이 크지 않은 것이다.


또한 주위의 모든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기엔 우리나라는 이미 인구가 너무 많은지도 모르겠다.


'인간 혐오'라는 말이 와 닿을 정도로 주변인들과의 형식적인 관계가 피곤하게 다가오는 요즘, 그냥 스쳐 지나갈 이들은 스쳐 지나가게 놔두는 것도 한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계약이나 랜덤으로 맺어진 관계까지 하나하나 마음 쓰며 대하는 것은 너무 오버 인지도 모른다. 무례하게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타인에게 지나친 기대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도리어 부정적인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


우정이나 연애 같은 '관계'에 있어서는, 타이밍이 중요한 것이다. 때가 아닐 때는 모든 인연을 다 붙잡아보려고 연연해서는 안 된다. 나 자신을 챙기기에도 버거울 때는 그냥 잠시 모두가 스쳐 지나가게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곁에 머무는 몇몇이 있다면 그들과 도리어 깊고 진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 테니까.


내 안이 풍요롭게 넘쳐흐르고, 남에게 줄만한 것들이 많아지면, 노력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벌떼처럼 주변에 꼬이기 마련이다. 꿀을 한가득 머금은 꽃을 단박에 알아보듯 말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이 그런 꽃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에만 힘써야 한다. 관계에 의존하고 연연하며 '핵인싸'가 되려고 갈구해봤자다. 그런건 억지로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기껏 애써서 들어가 봐도 부담과 피로로 연명해 가야 하는 허무함만 맛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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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나는 사소한 문제들은 그 일이 일어나는 그 장소에만 묶어 둔다. 그리고 그 장소를 떠나옴과 동시에, 거기에 그냥 모든 감정들도 꼬깃꼬깃 구겨서 내던져 두고 온다. 내일이면 다시 가서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고 해도, 그 사소한 문제가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수는 없도록 거기에서 잠시 다시 주었다가 그 자리에 내동댕이치고 오면 그뿐이다.


행여라도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비효과처럼 언젠가 내 인생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거나 중대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예전에는 그런 인과관계의 덧에 빠져, 사소함을 사소함으로 놔두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던 때도 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인생을 다 살아보지 않은 한 뭐라고도 결론을 지을 수는 없는 문제일 테니.


다만, 여태껏 살아본 바로는, 어떤 사소한 것들은 그냥 거기서만 종결되는 것들도 있는 듯하다. 미래에 어떤 지장과 영향을 주지 않고, 그냥 그 한때, 그 시기, 그 장소에서만 수명을 다하는 이벤트들도 수도 없이 많더라. 그러니 그런 것들은 그냥 그렇게 넘겨야 하는 것이다.


사람 나이 마흔 언저리 즈음이면 일일이 너무 예민하게 완벽하게 살아가려고 할 필요 없는 것 같다. 우리는 메타인지로 미리 다 어느 정도는 계산해서 살고 있는 거지, 앞뒤 가리지 않고 그냥 살지는 않는 거다.


사소하다고 어느 정도 메타인지가 파악을 했으니, 그 범위 안에서 계산을 해서 무시할 건 무시하고 대충 할 건 대충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 나는 그 정도는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임을 믿자. 내가 나를 신뢰해야지, 누가 나를 믿어주랴.


내 계산이 빗나가서 사소할 줄 알았는데 큰 파급효과가 있는 이벤트였으면 어떡하지...라는 마음 때문에 도리어 쓸데없는 근심 걱정을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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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이런 사고 체계는 직장 생활 때문에 강화되었던 것 같다. 내 일만 잘하면 될 줄 알았지만, 항상 복병이 나타나 예상을 깨고 사안이 복잡해지곤 했다. 서로 다른 인간 군상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인한 거대한 거미줄 같은 집합체, 그 속의 관계들. 그러다 보니 자칫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렸다.


사소한 일로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세밀한 현미경으로 세상을 보며 꼼꼼하게 살았다. 맺고 끊는 것도 분명하게 하고, 짚고 넘어가야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프로의 세계, 일의 영역에서나 해당되는 얘기다. 인생의 모든 영역이 다 그런 식으로 작동되지는 않는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한낱 신도시 전업주부 생활은 얼마나 단순한 것이냐. 여기에 무에 그리 엄청난 이슈거리가 있다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단순한 이곳에서 나는 사소하게 여길 것은 그냥 사소하게 여기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라고 생각했지만,

사람 사는 현장에는 언제 어디든 크고 작은 일들이 터진다. 사소하게 여기고 싶어도 어디선가 툭툭 튀어나와, 집중해주기를 원하는 문제도 있고 사람들도 있고. 그럴 때는 원하는 만큼의 주목을 해주지 않으면 애꿎게도 일이 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상황에서 한걸음 거리를 두고, 여기는 그냥 잠시 머물다 갈 곳이라고 각인시킨다. 인생 전체를 본다면 여기 이 순간은 스쳐 지나갈 하나의 단계에 불과하다. 이 일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안인지를 헤아려본다. 그다지 대세에 지장이 없다면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보고, 절대 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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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카메라처럼 아웃해서 인생의 큰 그림을 보려 하면, 사소한 문제들은 결국 그 사소함이 확연해진다. 그렇게 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을 확대 해석하지 않을 수 있는 균형된 시각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세밀하게 따지고 들려하지 말고, 누군가가 핑계를 대거나 자기 이익만 챙기려 하는 것 같더라도, 속아주기도 하고, 나도 이건 해결 받아야 하니 잘 구슬려도 보자!


나랑 잘 안 맞는 사람 같다면, 억지로 친해지려 노력하지 말고 껄끄러워도 그냥 그런 채로 거리를 유지하며 살자!




어머나 사소한 문제를 정리하느라, 벌써 이렇게 시간이 갔다! 사소한 문제에 대해 선 적느라 시간도 많이 들여선 안된다.

내게는 이보다 중한 것들이 있어!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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