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부터 얽메이지 않고 홀가분해지는 방법
예전에 나는 행복해 보이려고 무진장 애를 쓰며 살았던 것 같다. 누군가 딱히 그렇게 보이기 위한 구체적인 타겟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막연히 남들에게, 또는 자기 자신에게 조차도, 스스로가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위해 어처구니 없을 만큼 많은 노력을 쏟았다.
왜 그랬을까?
그럴수록 행복은 도리어 멀어져가기만 할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는데. '행복해 보이는 것이 바로 성공 그 자체'라고, 무의식중에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식적인 행복을 연기하거나 스스로를 쇄뇌한다고 해서, 정말로 그 행복이 온전히 내 것이 되지는 않았다.
나 뿐 아니라, 사람들은 대체로 남에게 자신이 행복해 보이기를 바랄 것이다. 동정심을 자아내거나, 측은하게 여겨지는 것보다는, 동경이나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나을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행복이 곧 성공'이라는 인생 공식이, 알게 모르게 우리 모두의 머릿 속에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신념은 결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어 주지 않을 것이다.
행복은 그런 식으로 애쓴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성공과 행복 사이에 반드시 상관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니까.
SNS를 보면 나 만빼고 남들은 다 행복해 보인다.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한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 파티를 즐기거나, 해변가에서 완벽한 휴가를 보내고 있다. 비싼 호텔이나 맛집에서 세련된 옷차림으로 엄청나게 먹음직 스러운 음식을 먹고 있다. 그들 삶에서 가장 멋지고 화려한 순간 만이 그 속에는 가득하다.
하지만 압도적인 비주얼에 아무리 주눅들고 초라한 느낌이 밀려들더라도, 그 마음에 지지말고 담대하게 현실을 직시하며 인정하자. 그 모든게 결코 다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매일 그러고 있는 것이 아니며, 피와 살로 하루 하루 몸 담그며 사는 현실이란 누구에게도 스크린 상에 보이는 것 처럼 완벽할리 없다.
'좋아요'와 '팔로우'로 공감받으며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호감을 얻는 일보다 흥분되고 기분 좋은 일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알 듯, 인생은 그다지 달콤한 것이 아니다. 실제 '현실'과 우리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는 영원히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어느샌가 미디어와 SNS는 실제 현실이 아닌 이상적인 세계 만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우리는 어느덧 그 버츄얼 세계에 깊이 중독이 되어 실제 현실을 직시 하지 못하게 되었다. 최고의 가장 좋은 모습 만을 보여주려는 우리 모두는 기대감과 기준이 하늘만큼 높아져 더이상 진짜 삶에서는 결코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데, 완벽하려고 애를 쓰다보니, 모두가 열등감에 시달리며 자죄감에 빠져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살 수는 없다! 이런건 껍데기 뿐인 가짜 삶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느때부터인가 나는 이런 사실에 저항감을 느꼈고, 그런 분명한 인식을 얻은 덕분에 허황된 메트릭스에서 나름 정신적 탈출에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다른 이의 SNS를 볼때도 의식적으로 나만의 현실 인식 필터로 걸러내며 보곤 한다.
나라는 사람은 하나도 완벽하지 않고, 나는 결코 항상 환하게 웃으며 근사한 장소에만 가는 것이 아니다. 내 현실은 화려함과는 동떨어진 평범해 빠진 애엄마의 일상이다. 내가 SNS에 올리는 멋진 사진들은 최고로 잘나온 것들 만 고르고 골라 올린 것이다. 그러니, 남들이라고 해서 별다를 리 없다. 다들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연출된 모습을 심사숙고하여 골라 올린 저 마다의 욕망과 바람이 투영되어 있는 하나의 커다란 광고보드를 서로 쳐다보고 있는 격이다.
이제 나는 사실 굳이 시간을 들여 남의 계정을 열심히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일은 없다. 우연히 눈에 뜨이니까 보는 것이지, 남의 일상 사를 자세히 훑어 볼 만한 시간과 관심까지는 없다. 수많은 알림과 고객맞춤형 알고리즘때문에 볼 필요도 알 필요도 없는 정보와 소식이 매일마다 정신을 어지럽히는 요즘 세상이다. 그러니 나같은 적당한 무관심의 자세로 사는 것이 오늘날 같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관음증의 시대에는 사실 정신 건강에 가장 좋을지 모른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SNS를 아예 보이콧하며, 현대 문명의 이기들과 동떨어진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나름 블로그나 인스타에 꾸준히 의식적으로 포스팅을 하며, 소셜미디어 사용에도 적극적이다.
그렇다면, 이런 가짜 모습으로 도배된 메트릭스 세상에서 탈출 하겠다면서 대체 그런건 왜 올리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SNS를 끊고 사는 일은 더이상 생존 그 자체를 위해 가능하지가 않다. 이제 SNS와 그 밖의 웹 생태계는 딱히 경계를 지을 수 없이 얽히고 섥혀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거의 모든 쇼핑을 인터넷에서 해야하고, 같은 아파트 주민이나 반 엄마들끼리도 밴드나 채팅방으로만 소통을 나누는 시대이다. 산에 들어가 혼자 살것이 아니라면 SNS를 하지 않고는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 더이상 그걸 할건지 말건지에 대해 논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여자가 얼굴에 화장을 하고 밖에 나가듯, 인터넷이라는 세계속에서도 타인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마스크가 필요하다. 오늘날 포노 사피엔스로 진화한 우리 세대의 사람들에게, SNS에 포스팅을 하는 행위는 그냥 얼굴에 하는 메이크업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의 습관 같은 것이다. 화장 안하고 맨얼굴로 돌아다녀도 상관없다는 이가 있다면,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이니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해도 내가 화장을 하고 나돌아다니고 싶다면 하면 되는 것이고.
화장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나돌아 다니기 위해 내 시간 들여 내 선택으로 하는 일상의 행위일 뿐이다. 남들을 의식하는 의도적 마음이 결코 제로는 아니겠지만, 스스로도 최상의 자기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연출하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자기만족을 위한 부분도 크다. 이 세상에 나 말고 타인이 단 한명이라도 존재하는 한 치장은 인간의 본능에서 우러나오는 행위가 아닌가! 아니, 어쩌면 이 지구상에 유아 독존으로 남는다 해도 인간은 자신을 꾸미고 나르시스처럼 샘 물에 스스로의 모습을 비춰볼 지 모른다. 그러니 의식적으로 그런 본능을 차단하는 것이 무에 의미가 있겠는가 말이다.
우리 세대에게 있어 SNS에 자신의 연출한 모습을 올리는 것은 그냥 이런 화장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니 더 열성적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온라인 사회 생활을 하고 싶다면 그냥 참여하며 사는 것이다.
내가 탈출하고자하는 것은, SNS를 하는 행위가 아니라 그에 대한 내 마음의 작용에 대한 부분이다. 내가 SNS를 활용하는 그 방식 그대로 남들도 보여주기 싫은 것들은 감춰둔 채, 연출한 것들만을 올리고 들어내는 것 뿐이다.SNS에 포스팅을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남의 것을 보며 혼자서 비교하고 인지적 오류와 과대망상에 빠져, 열등감이나 자괴감에 시달리는 정신 상태였던 것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잣대와 시각으로 그것을 들여다 보지 못했던 내 어리석은 의식과 나약한 감정을 내던져버리고자 결심한 것이다.
동시에 앞으로 피로감을 느끼면서까지 남들에게 내가 행복해 보이려는 노력은 일체 끊고자 한다. 이건 SNS 뿐 아니라, 실제로 살아가는 내 삶속에서도 행동으로 실천하고자 하는 부분이다.
심리학자들은 실험을 통해 입꼬리를 올리는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실제로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뇌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하지 못하며, 자기 암시와 표정 같은 기제를 통해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 낸 것이다.
이런 심리학적 팁을 일상에 활용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은 현명하고 바람직하다. 다만, 섬세하고도 정교한 뇌는 억지로 내가 무언가를 꾸며내고 흉내내려한다는 사실의 날조조차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고한다. 그리고 그런 부질없는 짓을 하는 초라하고도 비참한 스스로를 인지하면 역시 기가 막히게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도 섬뜩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해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보면, 뇌에서 도파민이 나오며 행복한 듯 느껴지지만, 그걸 일부러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욱 분비되는 탓에 더 큰 우울에 빠진다는 식이다. 행복해 보이려고 나와 남을 속이며, 우아해보이고자 강물 속 백조의 발처럼 삶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쓰는 짓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참다운 자유와 행복을 얻으려면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의 진정한 의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이 사실을 알고난 이후, 나는 억지로 애를 쓰는 삶의 방식이란 스스로에게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그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한다. 그 누구에게도 억지로 무리하면서까지 행복한 척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 행복을 이 세상 그 누구에게 인정 받을 필요는 일도 없으니까. 심지어는 나 스스로를 속이면서 까지 행복을 쇄내하거나 암시를 걸 필요는 없는 것이다.
SNS에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만큼, 내가 하고 싶은 방식으로만, 나를 표현하기로 했다. '좋아요'와 '구독'을 많이 받는 것이 돈과 권력이 되고 마치 비지니스가 된 듯한 세상이긴하지만, 그렇다고 행복과 성공을 애써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더 어린 나이였다면 결코 할 수 없었거나 놓을 수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적당히 나이가 들어 무거운 허세 따위는 저절로 스르르 내려 놓아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것 같다.
아무튼 애써서 행복해할 필요도 완벽한 척 할 필요도 없다는 깨달음이 한없이 나를 홀가분하고도 자유롭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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