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아무리 방해해도

자기방해 (Self-Sabotage) 해부 도감_2편

by 에센티아
'셀프 사보타주 (Self-Sabotage)'란,
'자기 방해'라고도 하며, 스스로 한계와 문제를 만들어내서 목표를 향한 전진을 방해하고, 실패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렵고 힘든 일은 해낼 수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것을 말한다.



'오늘 안에 과연 무언가 써 내려갈 수 있겠는가?'


자기 태만을 부리며 내가 나를 계속해서 방해하는 이 순간에, 다음의 두 가지 기로 중 어느 쪽으로 접어드냐로 하루의 승부는 결말이 달라진다. 아니, 인생의 향방이 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자기방해의 두 갈래 길


첫 번째 기로


첫 번째는 '포기'라는 기로.


준비만 지나치게 하다가 허비한 시간들.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기 전에 내 모든 의지와 에너지는 고갈된 상태다. 아무리 써내려 갈래도 이미 피로감으로 머리가 뒤죽박죽 하고 더 이상 뭔가가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오늘은 그냥 재껴!


그대로 노트북을 닫는다. 책상에 코를 박고 잠시 멍하게 있다 보면, 당장은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다. 핸드폰을 들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본다. 잠깐 바람 쐬러 나갔다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고 돌아오면 더 잘 써질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물론 그럴리는 없다는 걸 가슴 한편에서는 알고 있다.


바이 바이~ 승리여, 성취감이여, 일의 완결이여!

오늘만 날은 아니니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그렇게 공치는 하루.

내 마음속에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무능감은 조용히 한 뼘 더 자라난다.



두 번째 기로


두 번째는 결국 '시작'하게 되는 것.


진퇴양난의 강제적 압박이 나를 채찍질하여 나는 결국 가까스로 시작하게 된다. 대면하고 싶지 않았으나, 실은 이 작업의 데드라인은 코앞에 있었던 것이다. 여지껏 꾸물거리던 여유를 더 이상은 부릴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 본다. 내일까지 끝내지 않으면 내 인생은 망한다고 보면 된다. 그 손실을 감당할 수가 없다. 뭐라도 억지로 써내야 한다. 말이 되는지 안되는지가 무슨 상관인가. 일단은 지면을 채우고, 퇴고는 나중에.

분량을 채워야 한다. 분량을!


써 내려가는 것은 무슨 자전거 타기처럼, 맨 처음 순간에 뻑뻑한 페달을 밟을 때만 힘이 들어갈 뿐이다. 한번 돌기 시작한 페달은 이제 발만 올려놓고 있어도 관성에 의해 저절로 돌아간다. 쓰기 시작하는 순간, 손가락은 계속해서 까딱까딱 움직이며 어떻게든 무언가를 써 내려가게 되어있다. 퀄리티는 나중 문제고, 일단 분량은 다 채우게 된다. 어느덧 몇 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일을 완수해낸다. 후련하고도 뿌듯한 기분이 밀려든다.


도저히 시작할 수 없을 것만 같았는데, 결국 작업에 몰입하고 해냈을 때, 머릿속에는 도파민이 주는 환상적인 쾌감이 밀려든다.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한 잊을 수 없는 자극이자 각성제 같은 것이다. 이 하루의 성공 경험이 내일도 또 모레도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의 허들을 아주 조금씩 낮추어 준다. 그게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인생의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결국, 오늘 나는 가까스로 해냈다. 갈등 속에서 희미한 의지의 끈을 부여잡고 두 번째 기로를 택한 것이다.

셀프 사보타주는 마침내 끝나고야 말았다!


출처: © designhorf, Unsplash

어설픈 완. 벽. 주. 의. 자.


내가 정의하는 완벽주의자란, 실은 전혀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 아니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 주위에는 나처럼 어설픈 완벽주의자들이 많다.

'모든 여건이 다 갖춰지고 세팅을 완료하면 드디어 나는 시작할 것이다!'


하지만 그토록 꿈꾸는 완벽한 순간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준비에는 결코 완벽이 없다. 닥치는 대로 시작하고 나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조달하며 하는 것이 진짜 현실적인 '준비'의 의미 것이다. 알면서도 잘 실천은 하지 못한다. 내 안에서 무의식이 '시작한다는 것' 자체를 얼마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무시하고 얕잡아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비롯해, '작게 시작하고 잘게 쪼개서 실천하라'는 메시지가 요즘 자기 계발계에서 한창 대세이다. 변화를 싫어하는 뇌는, 무언가를 굳게 결단하고 거창하게 실행에 옮기려 하면, 백발백중 커다란 저항감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러니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거나 중요한 프로젝트일수록, 고민도 하기 전에 일단 발부터 담가서 시작부터 해놓고 볼 일이다.


뭔가 써내야 할 것이 있다면, 옷은 아무렇게나 입고, 지저분한 책상 위에서 이런저런 생각할 것 없이 우선 바로 써 내려갈 일이다. 일어나면 집에서 나와 카페로 그냥 향해 버릴 일이다. 집구석은 좀 더러우면 어떠랴. 성공한 작가나 교수가 되면 정작 집에 붙어있을 새가 없을 수도 있다. 도우미를 불러 치울 만큼 넉넉하게 돈을 벌 수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삶의 세세한 영역을 다 챙기며 언제 할 일을 해내겠는가! 그래서 차라리 극심한 가난에 쪼들렸던 애 딸린 미혼모 조앤 롤링 같은 사람은 해리 포터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써낸 것일지 모른다. 글을 쓰느라고 셀프 사보타주에 시달릴 여유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오히려 그 시간 만이 자신의 정신적 도피처이자 구원이었을 테니. 아마도 그 때문에 뱃가죽에 기름이 낀 자들은 위대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가 싶지 않다고 하는 모양이다.


- 데드라인이 주는 절박감

- 저항감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바로 시작해버리기

이 두 가지 힘을 활용하지 않고, 우아하게 그림같이 앉아서 글을 써 내려가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글뿐 아니라 모든 지식노동을 해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1512656.jpg?type=w1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어설픈 완벽주의자가 되어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뒤, 공허한 핑계를 대고 싶지 않다. 그러면 쓰라린 패배감과 자기혐오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 씁쓸한 맛이 무엇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내가 겪어본 바로,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분노다. 차라리 남을 미워한다거나 세상에 화내는 마음이 이보다 덜 아프다. 자책이 쌓이고 깊어지면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부르고, 그 결말은 자기 파괴와 소멸, 즉 죽음에 이르는 것뿐이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가 된 듯싶지만,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그 지점에 이르는 일 만은 없도록 하기 위해 나 스스로를 반복적으로 실패하게 두거나, 실망시키지 않으련다.


그리고 이는 사보타주로 내가 하려던 일들을 하나씩 해내지 못하는 일상 속에서부터 싹을 잘라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무심코 그냥 하루하루를 재끼는 마음은 생각보다 실은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가!


아이가 하루분의 숙제를 그날그날 꼬박꼬박 해나가듯, 우리도 그날그날 마음먹은 일들을 어떻게 해서든 해내야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누군가는 책을 써내고, 논문을 발표하며, 위대한 발명과 발견을 해낸다.

더 이상 꾸물거리거나 미적거리지 말고, 우선 그 일을 다 끝내고 얘기하자!




삶이란 것이 참 별거 없다. 진리는 항상 우리가 아는 가장 평범하고 가장 식상한 말 들 속에 있을 뿐이다.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이미 다 알고 있으니, 남은 것은 그저 몸으로 행하는 일일 뿐일세.


내가 나를 아무리 방해해도 나는 해낸다!


photo-1546555648-fb7876c40c58.jpg?type=w1 출처: © iamjensrb,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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