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사람마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문제의 포인트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경우는, 결코 만족할 줄 모르고 끝도 없이 원하고 인정받으려 하는 열망과 욕심의 과다였던 것 같다. 일종의 기준이 너무 높은 향. 상. 심. 이라고나 할까.
누가 내게 이런 마음을 처음으로 불어넣어 주었을지는 아주 뻔하다.
다름 아닌 우리 엄마.
"다른 애들은 여섯 살이면 구구단 정도는 다 외우더라, 우리 손자도 할 줄 알아야지!"
작년에 아직 구구단을 못 외우는 아들에게 엄마는 말했다. 이제는 칠순을 목전에 둔 할머니가 되셨지만, 우리 엄마는 어린 손주가 남보다 뒤쳐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조바심을 내셨다.
어쩐지 낯설지 않은
이거슨 데. 자. 뷰.!
그때 나는 알았다. 내 이 모든 강박적 향상심의 근원은 엄마에게서 비롯되었겠다는것을.
*데자뷰 [déjà-vu]
'기시감'이라고도 하며,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전에도 경험한 적이 있는 것 같이 느끼는 현상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학창시절, 엄마는 내게 학교 공부에 대해 일절 참견을 하지 않으셨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코피터지도록 열심히 했다. 다만, 엄마는 남보다 절대 뒤쳐지면 안된다는 강박과 터무니없이 높은 기준을 내 마음속에 심어주었을 뿐이었다.
엄마는 늘 내가 다른 애들보다 더 잘해야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딱히 칭찬을 들어본 기억은 없다. 내가 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남보다 뒤처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이랴~!"
달리는 말에는 자고로 채찍을 가해야 하는 법이아닌가.
가끔 우연히 할머니들이 잡담을 나누시는 얘기를 엿들어보면, 행여나 질세라 서로 자식 '자랑질'을 주고받으신다. 이겨야만 하는 근성은 비단 우리 엄마에게만 국한된 건 아닌 모양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토록 극심하게 경쟁적이고, 개개인이 엄청나게 높은 기준과 향상심을 갖게 된 것은 아마도 우리네 어머니들에게 그 원인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엄마들도 시대와 상황의 희생자였을 것이다. 인구가 엄청나게 바글대던 못 사는 나라에서 대여섯 명의 형제자매들과 자라다보면 경쟁은 디폴트였을 테고, 잘살아보세~정신을 장착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그래서 한국인은 독하다. 그 독기가 우리 성장의 엄청난 원동력이고 말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독. 한. 민. 족
열망의 밑빠진 독
남보다 뛰어나고싶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경향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남보다 더 강하게 그런 기질을 타고나는 것 같다.
올해로 일곱 살 된 아들은 태생적으로 강한 경쟁심과 승부욕을 보이곤 하여 우리 부부를 가끔 놀라게 한다. 외동이라 원없이 사랑과 물건을 독점하며 자랐지만, 유난히 욕심이 많은 편이다.
평생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느라 하도 질려버린 탓에, 나는 아이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일을 극도로 자제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는 알아서 기를쓰고 열심히 배우고 또래보다 잘 하려한다. 가끔 칭찬받기위해 무리하고, 이기려고 안간힘을쓰는 모습을 볼때면 안쓰러운 감정이 든다. 예전의 내가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그렇게 애써봐야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인생은 노력 만으로 되는 건 아닌데.
아무튼 승부욕과 향상심이 강한 성향이란 어느 정도는 선천적인 것이다. 후천적으로 건강한 방향으로 이끌어주고, 살면서 순화되어가면 사회에 별 탈을 끼칠 일은 없으리라. 다만, 어미로서 아들이 나처럼 평생 스스로를 달달 볶으며 살아갈까 그게 걱정된다.
나 역시 끝도없이 높은 기준을 세우고, 그에 택도없이 못미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고달픈 인생을 살아왔다.
내 자식이 부디 그런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꽃길만 걸으며 살아가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서 자기 그릇에 맞는 꿈을 꾸며 이뤄내고, 만족과 감사로 인생을 그냥 좀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다.
하지만 정작 나 스스로도 해내지 못한 것을 어찌 가르친단 말인가.
나나 잘하세요!
#행복 #욕망 #파랑새 #가훈 #향상심 #파랑새는여기에
다음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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