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결혼식을 준비하며, 나는 인생에 있어 정말 큰 한 가지 진실을 깨닫고 충격에 빠졌었다.
당시 나는 임신 상태라는 급박한 사정(?)이 있어, 단 두 달 만에 서둘러 결혼식을 준비해야 했다. 바쁜 직장생활과 병행해야했기에, 스. 드. 메.(스냅사진, 드레스, 메이크업)를 웨딩 플래너에게 온전히 맡기고, 예식장은 교통이 편한 강남의 한 컨벤션 웨딩홀을 예약했다. 그곳이 식을 올리기에 가장 빠른 날이 비어있는 유일한 웨딩홀이었다.
웨딩홀의 담당 매니저가, 예식 일주일 전에 다른 커플의 결혼식을 참관해 볼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미리 우리 결혼식의 시뮬레이션도 해볼 겸, 예비부부였던 우리는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일면식도 없던 그분들의 결혼식을 관람하면서, 나는 예식 도중에 눈물이 펑펑 터지고 말았다. 우리 커플이 두 달 동안 온 신경을 집중해 준비한 것과 너무도 똑같은 결혼식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웨딩홀에서 안내해준 천편일률적인 행사 순서를 따르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어쩌면 음악 조차 내가 고른 각종 등장 음악과 똑같은 것을 선곡했던지. 그들의 예식에서 신랑, 신부만 바꿔치기하면 그대로 우리의 결혼식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거사 중의 하나라는 '결혼식'을, '나만의 취향으로 특별하게 할 거 아니라면, 차라리 안 해버리겠다'고 주구장창 얘기해 왔었건만. 개성도 뭣도 없는 천편일률적이고, 틀에 똑같이 찍어낸 듯한 그런 결혼식이, 이제 내 이야기가 되다니!
그녀가 우리 결혼식을 못 봐서 다행이네~.
만일, 그 신부가 나보다 훨씬 긴 기간에 걸쳐 그 결혼식을 준비했던 것이라면, 내가 느낀 것보다 몇 배는 속이 상했을 수도 있겠다. 보통은 당연히 두 달 이상은 들여 준비를 할 테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긴, 수많은 결혼식에 축의금을 내러 돌아다녀 봤지만, 한국에서 열린 결혼식 중에 엄청나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색다르거나 인상에 남는 예식은 없었다. 나의 경우, 부모님들 입장을 고려하자면, 어찌되었건 식을 안 올릴 수는 없었으니까. (그동안 뿌려놓은 축의금이 대체 얼만교!)
그 날, 남의 결혼식을 참관하고 그렇게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불고 하고 난 후, 결국 나는 일주일 뒤에 무사히 그 평범하기 그지없는 결혼식을 행복에 겨워하며 감동적으로 끝냈다. 비록 형식은 틀에 박혀 있었지만, 오로지 사랑과 축복으로 아름답게 채워넣어 내 개인 역사 속 잊지 못할 축제로 마감해 낸 것이다.
결혼식을 통해 따끔하게 따귀를 맞은 것 처럼 내가 깨달은 인생의 본질 한 가지가 바로 이것이다.
딴에는 아무리 열심히 힘을 쏟아 준비를 했어도, 내 노력의 성과물이 타인들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다른 투입으로 스케일이나 디테일 면에서의 탁월함을 추구하지 않고, 어설픈 노력으로 비슷비슷한 형식과 방식을 따르는 이상, 결과물은 결코 뛰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별다른 특출 난 재능이나 개성이 없는 평범한 이들은, 성공한 이들이 알려주는 대로 그저 열심히 부지런하게 노력을 한다. 하지만 너도 나도 그러고 있는 마당에 그 속에서 나오는 것들은 하나 같이 뻔하고, 고만고만하다.
예전에는 남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책을 읽고, 어떤 일에 꾸준히 매진하면 성공을 손에 거머쥐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뜨거운 교육열에 힘입어 상향평준화된 인적자원을 자랑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자기계발은 그냥 디폴트나 다름없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자기계발이 디폴트라는 사실이 오히려 자기계발을 아무런 차별화도 시켜주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냥 무작정 열심히 해서 되는 세상이 아닌 것이다. 조금 남다르고, 더 새로운 방식으로, 무식하게 갈아 넣을 것이 아니라, 트렌드를 알고 '제대로' 해야 한다.
이 시대의 승자란, 디테일면에서 차이가 나는 우월하고 독보적인 사람이거나,
아니면 정반대로 돌아이(?)적인 미친 존재감을 지닌 이들인 법이다.
결국, 빵빵 터지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넘버 원(Number One)이 아니라, 온리 원(Only One)이 되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조차도 자기계발서의 매뉴얼에 의존하려 한다. 독창적인고 창의적인 존재가 되려면 바로 그 방법론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려면 모두와 똑같은 방법으로는 가당치도 않을 게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기 만족감이라면 모를까, 남들 다 하는 자기계발로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결코 만들어 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 우리같은 사람은 어쩌란말인가? 접시물에 코를 박고 콱 죽어버려야 할까?
실은 나 자신도 그 남다른 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해, 전전긍긍 자기계발의 늪에 빠져 허덕이고있다.
과연 어떻게 이 늪을 헤치고나와, 나만의 그 길에 다다를 수 있단 말인가!
나도 언젠가 무리에서 벗어나, 나만의 방식으로 내 길을 만들어 걸어갈 수 있을까?
수도없이 고민해보았지만, 아직 나만의 방법론이 없는 상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다른 이들이 제시한 것을 따라 해 보는 수밖에 다른 길은 없다. 남들도 다 하고 있더라도 독자적인 내 길을 찾을 때까지 우선은 기존의 성공 패턴을 나에게도 테스트해 보는 수밖에.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자기계발교에 함몰되어 언제까지나 노력 자체의 트렌드를 따라가기에 급급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애썼다는 자기 만족감에 위안을 받는 것에 익숙해지면, 영원히 그 관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승자들의 들러리만 서다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
이런 파리지옥같은 착각속에 빠져 삶을 진정으로 즐기지도 못한 채 고생만 할거라면, 차라리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는 똘기를 세상에 떨치며 사는 편이 훨씬 낫다.
결국, 자기계발이란 내 길을 내 방식대로 걸어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한 여정이라는 강한 목표의식을 머릿속에 각인시킨 채, 그 길을 따라가야 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