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구나!'
오늘 아침 블로그 이웃들의 포스팅을 살펴보다가 나도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너도 나도 미라클 모닝에, 감사 일기를 쓰고,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고, 각종 강의와 강연을 수강한다. 열심히 쉴 새 없이 꾸준히 달리며, 그 자취를 기록으로 남겨둔 타인들의 기세에 위축되는 기분마저 든다. 웬만큼 열심히 하거나, 꾸준히 해서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는 그의 저서『시민론 (De cive)』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세상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상태로 묘사할 수 있다.
인간은 자기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원하는 대로 자신의 힘을 사용할 자유'를
자연권으로서 가진다. 자기 보존을 실현하는 데 있어 타자보다 우월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보다 많이 획득하려는 경쟁 상태에 들어가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자연 상태'인 것이다.
홉스의 말을 빌려 지금의 세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이라고나 할까!
우리 모두는 남들의 일상과 소식을 알고 싶지 않아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언택트가 대세라지만, 오히려 지나치게 '연결된' 세상이어서 큰 압박으로 다가온다. 그런 세상 속에서 만인이 만인을 경쟁 상대로 의식하며 일상에서 끝도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기계발교'라는 신앙
성공, 열정, 노력, 강의, 코칭...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계발을 주제로 출판되는 서적과 유튜브 채널, 그리고 팟캐스트... 같은 것들이 정말이지 식상할 정도로 널려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명상을 하고, 독서를 하고, 블로그 글을 쓰고,
다이어리와 에버노트에는 빽빽한 To-Do 리스트와 버킷 리스트,
그리고 습관 만들기 플랜, 멘탈 강화 플랜, 부자 되기 플랜... 같은 무슨 무슨 수많은 플랜들.
한국인들은 그야말로 자기 계발에 미쳐있는 것 같이 보인다!
나와 같은 30,40세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자기계발은 거룩한 지상 과제나 다름없으리라. 우리 세대는 일평생을 자기 계발교의 신실한 신도로서, 열정과 노력을 찬양하고, 스스로의 게으름과 무기력을 비전보드 앞에 무릎 꿇고 회개하며, 학원 강의와 강연을 예배처럼 꼬박꼬박 들어왔다.
그런 현상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야말로 평생을 자기계발이라는 종교의 열렬한 광신도로 살아온 한 명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예전처럼 남들의 분발을 엿보며 승부욕이 활활 불타오르기는커녕, 왠지 모를 씁쓸하고 헛헛한 마음에 사로잡히는 것은 왜일까!
대체 무얼 위해 그렇게나 이를 악물고 피 터지게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인지.
나 말고도 이렇게 사는 블로그 이웃과 페이스북 친구들이 한 백만 명쯤 있는 마당에, 과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애씀이 무슨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렇게 가끔 제정신이 퍼뜩 드는 날엔, 이 모든 치열하고도 진지하기 그지없는 '노오~력'의 삶이 무슨 한바탕 코미디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피식 헛웃음이 났다.
© B_Me, 출처 Pixabay
매트릭스에 갇힌 영혼들
물론, 세상의 온갖 다양한 면면이 양극화라는 방향성을 띄어가는 역학 속에, 맹목적인 자기계발이나 극심한 경쟁이라는 트렌드의 극단에는, 슬로우 라이프나 욜로, 힐링을 추구하는 사조도 만연해있다. 유튜브나 SNS 같은 개인 미디어의 발달로,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취향과 관심사 외의 컨텐츠는 원천적으로 노출조차 차단되는 시대에 이런 양극화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고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년 작)'에서 처럼,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 속 인큐베이터에 배양되면서, 은혜로우신 알고리즘 신께서 추천해주시는 편향된 세계만 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때문에 내 주위에는 온통 그토록 나 같은 노력파 광신도들만 득실거리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 내가 보고 있는 이 세상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1999년 작, 영화 '매트릭스'
다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내 시야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은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Neo: 키아누 리브스 역)처럼 '빨간약'을 먹고, 가상현실 세계를 박차고 나온 후,
'나는 자연인이다!'
를 외치며 산에 들어가 살 것인가?
진실을 알게 되는 '빨간 약'과 그냥 모르는 채 살기로 하는 '파란 약',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AI가 지배하는 이 허상으로 가득한 디스토피아가 아무리 삶의 본질을 흐리며 부질없다 할지언정, 우리네 인생이 어차피 한낱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달음은, 춘추전국시대의 장자 때부터 밝혀진 지 오래 아니던가! 이토록 오랜 세월 전해지고 있는 인생무상의 진실에 대해 새삼스레 놀랄 것은 무엇이겠는가.
어차피 삶은 꿈처럼 짧고,
알고리즘이 없다 해도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다 가게 마련이다!
천국의 모습은 바로 "Young and Rich"
우리 자기계발교의 신앙인들은 이렇게 자문한다.
그 한낱 '일장춘몽'이라는 것이, 내게는 단 한 번뿐인 일. 평. 생.이라면?
2002년 개봉된 전설적인 래퍼 에미넴(Eminem) 주연의 자전적 영화 '8 마일(mile)'에는 이런 명곡이 흐른다.
바로 에미넴 자신이 부른 사운드트랙 [Lose Yourself]의 도입부 가사이다.
Look, if you had
"One Shot, One Opportunity!"
To seize everything you ever wanted
Would you capture it or just let it slip?
그토록 원하는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는 "단 한번! 단 하나의 기회"가 있다면,
그걸 잡을 텐가? 아니면 그냥 날려버릴 텐가?
2002년 작, 힙합 뮤지션 에미넴 주연의 자전적 영화 '8 마일'
한번뿐인 이 생을 우리는 결코 대충 살 수가 없다. 할 수 있을 때 뭐라도 해야지. 어떻게 해서든 이 세계 속에서 자신만의 영역과 지분을 확보하여, 눈부시게 활약하고, 번듯하게 성취라는 것을 좀 누려보고자 발버둥 치는 것이다.
위대한 혜안으로 세상을 꿰뚫어 보며, 티베트 꼭대기에서 고고하게 현인으로 사느니, 물욕과 갈망으로 때 탄 속세에서 야망을 활활 불태우며 '핫한 부자'로 나는 살다 가고 싶을세!
그리하야, 우리 자기계발교의 신도들이 신실하게 받드는 교리의 핵심은 바로 이것.
"Young and Rich"
보라, 천국의 모습은 이와 같을지니.
형제 자매들이여, 세상 끝날까지 오직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더욱더 노력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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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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