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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본 Mar 29. 2022

결국 우리는 모두 초보자였다

 20대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아마 '초보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어느 세대보다 새로운 일과 사람들, 무엇보다 가장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나이대가 20대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초보자란 단어에는 10대가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다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10대와 20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책임'에 있다. 자신이 결정한 선택에 대한 책임, 그 책임의 무게감과 가중함이 다르다. 또한 인생에서 가장 단단한 울타리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로부터의 울타리, 학교로부터의 울타리 하물며 나라로부터의 울타리까지 수많은 울타리들이 겹겹이 쌓여 견고한 보호막을 10대에게는 부여한다. 하지만 20대, 즉 성인이 된 이후로는 그 울타리들이 천천히 혹은 한 순간에 무너져내려 스스로 울타리를 쌓아가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10대는 새로움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울타리는 그들을 보호하기도 하지만 역으로 벽으로 작용하기도 하니 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20대가 새로움을 직면하는 초보자로서 가장 적합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울타리가 없는 최초의 세대이며 동시에 젊음이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는 세대가 아닌가. 나는 20대는 초보자라고 정의한다.


 헌데 지금 20대, 내 주위 사람들이나 하물며 아직 30대조차 되지 않은 후반의 이들까지 우리는 초보자란 사실을 망각하며 생활하고 있다. 초보자라 함은 마땅히 몰라야 하고, 실수해야 하며 모든 것에 있어 익숙지 않아야 함이다. 그러나 현재 이 세대들은 단체 최면이라도 걸린 것 마냥 '완벽주의자'병에 걸려버렸다. 분명 처음 도전하는 것이기에 두렵고 떨리는 것이 당연하다. 방법을 몰라 헤매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우린 이런 현상들을 자기 능력 부족, 자기 태만 등과 연결시킨다. 그것으로 인해 좌절하고 상처받으며, 인생에 있어 흔히 현타라 불리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학창 시절 동안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적어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한 시간이 있었는가. 모든 이들이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대다수가 그런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그저 울타리를 친 이들이 정한 이정표를 따라 걸었으며, 그들의 목적을 따라 우린 행동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길 안에 우리의 의견은 너무나도 적게 들어갔다는 것이다. 결과론적으로 우린 결국 튜토리얼도 제대로 못 마친 채 성인이 되어 버렸다. 헤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 우린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다시 초보자로서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대 안에서의 흐름은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 나는 바로 앞서 헤매는 것이나 두려운 것이 마땅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한 현상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며 오히려 건강한 첫 단계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한데 이 부분에 있어 너무나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이들이 있다. 이들은 삶을 살아감에 있어 희망을 보지 않으며, 지금 자신의 헤맴이 두려움이 시간이 지나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욜로족(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이나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이 탄생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들을 일종의 '현실 도피자'라고 칭하고 싶다. 


 이에 관하여서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잠시 꺼내겠다. 아들러의 심리학은 프로이트의 원인론이 아닌 목적론을 따르고 있다. 즉 쉽게 설명하자면 모든 행위는 원인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목적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어가 목적론에 입각해 우리는 스스로 생활양식을 택한다고 한다. 책에서 나온 예시를 들자면, 방 안에 틀어박혀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성인은 자신이 그 생활을 하고 싶었기에 폐인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사회생활을 함으로써 받는 스트레스와 고통 그리고 고민들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스로 고립을 자처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현재 우리 20대의 모습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20대들이 먼 미래를 바라보지 않고, 현재만을 바라보며 더 나아가 일을 할 의지를 버린 이유가 초보자의 마음가짐을 잊고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는 헤매고 싶지 않다.' 혹은 '나 자신이 두려움 속에서 벌벌 떠는 것을 보기 싫다.'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 아예 그 상황 속에 처하지 않음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직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고, 실패하지 않는 삶 속에서 살아간다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초보자이다.


 우리는 실수를 해야 하고, 실패를 경험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실수와 실패를 겪지 않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수는 눈으로 셀 수 있지 않을까. 게임을 빗대어 생각하자. 초보자 시절에는 의뢰 하나를 깨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며, 보스 한 마리를 공략하기 위해 이리저리 많은 시도를 해본다. 그렇게 우여곡절의 시절을 거친 후에야 손에 감각이 자리 잡고, 중요 포인트나 이해력이 머릿속에 자리매김한다. 우린 그렇게 초보자 시절 어렵게 나아가야 했던 길을 손쉽게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은 게임보다 더욱 어려움을 우린 인지해야 한다. 게임처럼 공략집이 존재하는 것도, 그렇다고 정확한 루트를 알려주는 이도 없다. 그저 모두 자신만의 인생 공략집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자신만의 인생 공략집은 실패와 실수로 쓰인 패배의 역사라고 칭해도 마땅하다. 결국 우리는 패배함으로써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넘어짐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넘어짐이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매우 미련한 짓이라고 단호히 말하고 싶다. 우린 초보자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초보자. 하루가 다르게 갖고 싶지 않아도 새로움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초보자이다. 비에 홀딱 젖는 것이 두려워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는 이가 될 것인가, 큰 우산을 당당히 펴고 밖을 나가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은 한 끝 차이로 결정된다.


  새로움이 넘쳐나는 시절은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우린 알아야 한다. 30대가 되어 직장에 자리를 잡으면 생활공간은 회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다. 40대가 되어 가정에 자리를 잡으면 가정에 충실해야 하기에 범위는 더욱이 좁아진다. 그렇게 노년이 되어버리면, 젊음을 잃어버려 새로움이 닥쳐온들 재빠르게 반응할 수 없다. 이미 인생의 풍파를 많이 겪고 난 이후의 삶이라 새로움이 새로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린 기회의 땅에 서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도전함에 두려워하지 말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생을 즐겨보자. 마땅히 즐길 수 있는 시기다. 초보자란 모든 면에 있어 부족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면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기다. 우린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린 초보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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