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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14. 2023

예술의전당에 갑자기 울려퍼진 '그리운 금강산'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손열음> 연주회가 안겨준 감동

어제 (9월 13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손열음> 연주회는 프로그램 이상의 감흥을 주는 곡들이 연주되면서 마지막 절정을 장식했다.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과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가 들려준 첫번째 앵콜곡은 무려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 정식 프로그램 곡으로 연주했어도 될 12분 가량되는 곡을 선물로 안겨주었다. 


(사진=유창선)



그런데 진짜 감동적인 앵콜곡은 숨겨져있었다. 박수 갈채 속에서 다시 무대로 입장한 잉키넨과 오케스트라는 우리 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깜작 놀란 관객들은 연주 시작 때 환호의 박수를 치는 '관크'를 어쩔 수 없이 범하기도 했다. 최영섭이 작곡했던 '그리운 금강산'은 1972년 남북적십자 회담 때 TV 생중계를 통해 많이 알려지면서 남북의 화해를 상징하는 국민가곡이 되었다. 그런데 이 곡이 이렇게도 아름다웠던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의 우아하고 세련된 선율은 금강산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을 너무도 잘 표현해주었다. 연주가 끝났을 때 연주회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끝없는 박수 갈채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아마도 관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리운 금강산'을 속으로 부르며 걷고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실 이날 연주회는 본 프로그램 또한 대단했다. 오케스트라의 첫 곡은 바그너의 '탄호이저 서곡'이었는데 시작부터 큰 감흥을 안겨주었다. 이 곡 또한 이렇게 좋았던가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 좋았다. 대단했던 것은 손열음이 협연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3번이었다. 처음에 손열음의 피아노 소리가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혀 잘 안들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점차 손열음의 거침없으면서도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 소리가 홀 전체에 울려퍼진다. 연주하기 참으로 난해한 이 곡을 손열음은 곡 특유의 웅장하고도 애절한 정서를 충분히 살리며 오케스트라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연주했다. 바로 지난 주에 일리야 라쉬코프스키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회에 가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들었는데, 그때와는 감흥이 훨씬 달랐다. 손열음의 피아노 연주도 그랬지만, 이 곡을 연주할 때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선율이 큰 차이를 낳았다. 역시 가을은 라흐마니노프임을 실감하게 만든 협연이었다.



2부의 곡이었던 베토벤 교향곡7번의 연주 속도가 초반에 불안정한 느낌이 있었지만 3악장과 4악장에 들어서면서 오케스트라의 힘이 전해지는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도이치방송오케스트라는 독일에서 최고는 아니고 중간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알려져있다. 티켓 가격을 보니 너무 비싸지도 않고 싸지도 않은 것으로 미루어 그럴 것 같았다. 하지만 150분 동안에 걸쳐서 더 없이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으니 그러면 최고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운 금강산'의 여운이 계속 남아 예술의전당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내내 그 곡을 흥얼거렸다.


정치는 우리를  거칠고 황폐하게 만드는 시대에 갇혀있지만, 음악은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해준다. 요즘 연주회장에 다녀올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음악이라도 없었으면 우리는 무엇으로 버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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