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 서울' 전시장에 나온 김창완의 그림들
김창완 하면 팔방미인의 재능을 가진 인기 연예인이다. 1977년에 산울림 밴드로 데뷔해서 내놓은 '아니 벌써'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시절에는 참 파격적인 노래였다. 그 뒤로 김창완은 가수 뿐만 아니라 배우, 라디오 DJ, 작사가, 작곡가, 소설가, 시인 등의 다양한 호칭을 들으며 자기가 추구하는 일들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화가의 길이다. 얼마전 코엑스에서 열렸던 '키아프(KIAF) 서울'을 관람할 때 '금산갤러리'에서 김창완의 작품들을 만났다. 김창완은 그동안 단체전에는 자주 참여했지만 미술시장의 무대에 정식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자화상'이라는 작품을 보니 어쩐지 '아니 벌써'를 부르고 있던 자신의 모습과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벌써'가 그랬듯이 장난기가 섞인 것도 같고, 형형색색의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김창완의 나이 이제 69세. 곧 70이 된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일은 아마도 가수나 방송 DJ를 하는 것보다 힘들 것이다. 그런데 그 나이에 왜 그림을 그리겠다고 '신인 화가'가 된 것일까. <한국경제>와의 인터뷰 기사를 보니 "왜 그림을 그립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음악이 아름다운 건 ‘나’라는 속박을 벗어날 수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귀한 목숨을 받아서 세상에 나왔는데, 내가 알고 경험한 그 알량한 틀 안에서 살다 죽는 게 너무 초라하잖아요. 세상이 얼마나 넓은데. 그런데 음악을 하면 그 틀을 깨고 순수하게 세상과 만날 수 있는 거죠. 저는 이렇게 표현하기도 해요. 내가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나에게 뭔가를 하게 하는 것이라고요.” (<한국경제> 8월 24일)
자유를 찾고 싶은 거다. 인기도 있고 잘 나가기도 했고, 아마 돈도 많이 벌었을 사람이지만 남은 인생에서 틀 안에 갇히지 않는 자유를 누리고 싶은 게다. 아마 빈부의 격차, 지위의 차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그리는 것이 그런 자유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그런 자유인이 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것은 비단 김창완만이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키아프에 가지 못했던 사람들도 다시 김창완의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2023 인사동 엔틱 & 아트페어' 제3부 MZⅹ뉴미디어 아트 전시가 9월 14~18일 안녕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다른 연예인들과 함께 연예인 특별전에 참여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