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이상의 감동을 주는 ‘희원’의 아름다운 봄풍경
호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지난주 금요일 리움미술관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호암 미술관으로 갔다. 이 전시회는 젠더라는 관점에서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최초의 대규모 기획전이다. 불교 속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였으며 여성은 불교에서 무엇을 찾았던 것인가를 보여준다. 불교화들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궁금도 하고 호암미술관의 명소인 ‘희원’의 봄 풍경도 구경하고 싶어서 시간을 냈다.
그런데 정말 아름다운 정원인 희원의 꽃들이 너무 예뻐서 메인이 전시 관람이 아니라 꽃구경이 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정원 곳곳에 피어있는 홍매화와 백매화의 아름다움이 대단했다. 올해 뭐가 그리 분주한지 벚꽃 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희원에서 벚꽃 구경도 잘 했다. 꼭 전시회 관람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희원의 봄풍경을 즐기기 위해서도 호암미술관을 다녀오시기를 권한다. 차 없이는 가기 어려운,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지만 평일에는 오전 오후 2차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무료로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있으니 사이트에 들어가 사전 예약을 하시면 된다.
이제부터 이 글의 제목인 거미 얘기. 전시 관람을 마치고 다시 한번 희원을 거닐다가 수변 공간 쪽을 봤더니 커다란 거미 조각이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김환기 회고전을 보러 왔었는데 이제껏 놓쳤던 것이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의 정원에 있던 조각 작품이 2021년 9월에 호암미술관 수변 공간으로 옮겨온 것이다.
이 작품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엄마’를 뜻하는 ‘마망’(Maman). 현대미술의 대모로 일컬어지는 프랑스계 미국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 2010)의 대표작이다. 부르주아는 생전 이 작품에 대해 “알을 품은 암컷 거미를 통해 나의 어머니가 지닌 모성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높이 9m, 지름 10m 가량의 대형 조각으로 긴 다리 8개를 갖고 있다. 자기 배에 품은 알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인한 모성을 보이는 거미를 형상화 하고, 가늘고 약한 다리를 통해 상처받기 쉬운 여성의 불안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한다.
안전을 위해 거미 바로 앞으로 갈 수는 없고 50m 떨어진 위치에서 봐야 하지만 그래도 감상하기에는 충분하다. 봄이 절정임을 희원을 거닐며 느꼈다. 그 곳에 가서 전시도 보고 이 아름다운 풍경들을 만끽하시면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드실 거다.
희원의 봄 풍경을 제가 찍어온 아래 사진들로 구경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