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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삶에 찾아온 '온전한 자유'

영화 '다가오는 것들' (Things to Come)을 보고

by 유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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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벨 위페르 주연의 프랑스 영화 <다가오는 것들>(Things to Come)을 보았다.


파리에서 철학 선생을 하고 있는 중년 여성 나탈리는 평생 자기만 사랑할 줄 알았던 남편으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통보를 받는다. “왜 그걸 말해? 그냥 모르는 척 하고 살 순 없었어?”라고 되물은 그녀는 남편과 별거에 들어간다. 어린 아이처럼 고생시키던 어머니도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나탈리는 슬프게 울지 않고 일상에서의 자유를 찾는다.


“이런 생각을 해. 애들은 독립했고 남편도 엄마도 떠났지. 나는 자유를 되찾은 거야.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온전한 자유. 놀라운 일이야. 이건 낙원이잖아!”


철학 선생이 주인공인지라 루소, 쇼펜하우어, 아도르노, 레비나스 등 많은 철학자들의 이름도 등장하고 행복이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사들이 이어진다. 이 영화의 소소한 재미거리이다.


나탈리는 젊었을 때 공산주의 전단을 뿌리며 혁명운동을 했던 전력이 있다. 급진주의 운동을 하고 있는 애제자 파비앙은 그녀의 ‘신념과 행동의 불일치’를 비판한다. 서명이나 하는 참여 지식인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그 때 나탈리는 이렇게 말한다.


“급진성을 얘기하기엔 난 너무 늙었어. 게다가 다 해본 것들이기도 하고. 응, 나는 변했어. 세상은 나빠지기만 했지만 말야. 난 더는 혁명을 바라지 않아.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 것. 그게 내가 바라는 거야.”


영화는 딸이 낳은 아기를 안고 있는 나탈리의 모습에서 끝난다. 그녀는 더 행복해진 것일까....


어떤 극적인 사건이 없이 잔잔한 일상의 얘기들이 이어지는 영화이다. 소소한 일상의 많은 장면들에서 “다들 사는 게 비슷하구나”하는 공감대가 이어진다. 부부, 부모와 자식, 세대, 삶의 자유, 행복, 혁명.... 여러 가지 것들이 녹아들어 있다. 특히 삶에서의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잔잔하게 생각해 볼 시간을 준다. 특히 중년의 여성들, 그리고 그녀들을 이해하고 싶은 남성들이 보면 좋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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