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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를 구원한 민중적 신앙

레프 톨스토이의 '참회록' 리뷰

by 유창선

레프 톨스토이의 <참회록>을 읽었다. 이 책은 톨스토이의 나이 52세였던 1880년에 완성되었다. 톨스토이는 이 책에서 그때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참회의 얘기들을 꺼낸다. 우선 그는 자신이 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의 허상들을 고백한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을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도덕적 완성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었지만, 그것이 곧 일반적 완성으로 바뀌어버렸다.즉, 자기 자신 앞이나 신 앞에서 더 훌륭해지려는 욕망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더 훌륭해지려는 욕망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서 더 훌륭해지려는 이 갈망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해지려는 욕망, 즉 다른 사람들보다 더 명예롭고, 더 중요하고, 더 부유해지려는 욕망으로 재빨리 바뀌어버렸다.”


톨스토이는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을 구하는가?”라는 삶의 의미에 대해 스스로 던진 질문의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나는 전혀 아무 것도 답할 수 없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래서 그는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자신의 모든 삶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미를 결코 부여할 수 없었다.


“나의 삶이 멈춰버렸다. 나는 숨 쉬고, 먹고, 마시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숨을 쉬지 않을 수 없었고, 먹지 않을 수 없었으며, 마시지 않을 수 없었고, 잠을 자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삶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삶이 싫어졌다. 어떤 불가항력적인 힘이 나를 사로잡더니 어떻게 해서든지 삶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끌고 가는 것 같았다.”


“나는 삶을 무서워했고, 그 삶에서 멀리 달아나려고 노력했지만, 사실은 그 삶에서 무엇인가를 또한 기대하고 있었다”


이때 그를 절망과 고통 속에서 구원한 것은 민중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신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신앙, 즉 민중적 신앙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모든 삶이 무위와 오락, 그러한 삶에 대한 불만 속에서 허비하고 있는 우리 계급에서 본 것과는 정반대로, 이런 민중의 모든 삶이 고된 노동으로 영위되고 있으며, 그들이 부자보다도 그러한 삶에 만족하고 있음을 보았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이 좋아졌다. 그래서 내가 그들의 삶 속의 살아있는 자들과 내가 읽고 들은 죽은 자들의 삶을 점점 더 깊이 탐구하면할수록 점점 더 많이 그들을 사랑했고, 나 자신의 삶도 점점 더 편안해져 갔다..... 우리 계급 사람들인 박식한 사람들과 부자들의 삶이 싫어졌을 뿐 아니라 모든 의미를 상실하는 변화가 나에게 일어났던 것이다. 우리의 모든 행위들, 토론, 학문, 예술 등 모든 것이 나에게는 어린애 장난처럼 보였으며, 이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대신 삶을 창조하는 노동하는 민중의 삶이 나에게 유일하고 진정한 일로 보았다. 그리고 나는 이런 삶에서 주어지는 의미가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그래서 나는 이 의미를 수용했던 것이다.”


톨스토이의 새로운 삶의 첫 걸음이 되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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