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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틀린 것이 내일 틀린 것은 아니다

미국의 동성 결혼 합법화 판결을 보고

by 유창선

미국 연방 대법원은 지난달 26일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은 50개 주 전역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었고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21번째 국가가 되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 판결에 대해 “지난 수년간, 심지어는 수 십년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기도해온 당사자와 지지자들의 승리이자 미국의 승리”라며 환영했다. 미 연방법원의 이 판결은 누구나 평등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다는 인식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러빙 부부의 사진

물론 다른 나라들에서의 동성 결혼 합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경우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 혹은 혐오는 여전히 두텁다. 이 문제는 개인들마다의 가치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미국에서 그런 판결이 났다고 해서 당장 우리 사회에서 개인들의 인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개인마다의 서로 다른 신념이나 견해들은 존중하면서, 다만 성 소수자들의 인권이 침해당하지는 않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된다.


동성 결혼에 대한 오늘의 평가가 후일에는 어떤 평가로 이어질 것인지는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다만 역사를 돌아보면 과거에 옳다고 생각되었던 것이 오늘에는 잘못으로 간주되고, 반대로 과거에 틀리다고 내몰렸던 것이 오늘에는 당연시되는 것이 적지 않다. 미국에서 흑백 인종 간의 결혼으로 처벌을 받았던 러빙 부부 재판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1958년 24세 백인 남성 리처드 러빙(Richard Loving)과 18세 흑인 여성 밀드레드(Mildred) 러빙은 1958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결혼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을 금지한 주법에 따라 이들은 추방령을 선고받아야 했다. 하나님이 각 인종들을 각기 다른 대륙에 살게 한 것은 그들을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1967년에야 이들은 미국 연방법원의 위헌 판결에 따라 합법적인 결혼으로 인정받게 된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불과 1950년대까지만 해도 흑백 인종 간의 결혼은 처벌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중세 시대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종교재판을 받았던 갈릴레이와 브루노도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서슬 퍼런 재판에서 갈릴레이는 목숨을 부지 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 간신히 살아났고, 브루노는 소신을 굽히지 않아 결국 처형을 당했다. 하지만 역사는 이들의 견해가 옳았음을 확인해주었다.


역사에서 오늘 옳은 것이 반드시 내일 옳은 것은 아닐 수 있다. 오늘은 잘못된 것이라 손가락질받던 것이 내일은 옳은 것으로 복권될 수 있다. 한 시대의 가치는 그 시대가 지나고 나서야 온전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다른 것은 곧 나쁜 것으로 여기는 관성적 사고에서 벗어나야할 필요가 있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이지 나쁜 것이 아니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관용의 정신이야말로 다양성을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