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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Jan 14. 2017

김민섭의 <대리사회>

대리기사가 된 대학 시간강사의 '사유하는 고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을 낸 적 있던 저자 김민섭은 지방대 시간강사 생활을 하다가 ‘괴물이 되어버린 대학사회’를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떠난다. 그가 글을 쓰면서 먹고살기 위해 택한 일은 대리기사. 이 책은 저자가 대리기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소재로 ‘대리사회의 괴물’을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것은 그것이 분노하는 고발이 아니라, 사유하는 고발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사유하고 세상을 사유하는 저자의 태도가 무척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책이다.   

   


"아내는 잠시 말이 없다가 내가 이번 달에 받은 생활비가 이거였구나, 하고 말했다. 집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을 하면서 그날 번 돈을 모두 주었다. 차비가 너무 비싼 게 아니냐고 하자 아내는 웃었다. 그날 이후 아내에게는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아이의 장난감을 사왔기에 저건 얼마야, 하고 묻자 “응 저건 대리를 두 번 뛰면 살 수 있어”라고 했다. 모든 물건을 살 때마다 1대리, 2대리, 하고 화폐의 단위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 정말 사야 할 물건만 사게 된다고 해서, 나는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를 고민했다. 하긴, 그러면 무엇도 쉽게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책 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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