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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12. 2017

최영미의 로망, 도로시 파커

호텔방에서 죽은 외로움


최영미는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가 죽는 게 자신의 로망이라고 했다. 왜 시인의 로망이 하필이면 호텔에서 사는 것일까, 시인답지 못한 것 아닐까..... 그녀가 호텔에 실제로 이메일을 보낸 사실에 대해 비난을 했던 사람들의 생각도 그런 것이었을 게다.


하지만, 어쩌면 이 세상에서 더 이상 갈 곳 없는 자신의 마지막 은신처로 여겼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가 로망처럼 말했던 도로시 파커의 일생은 알콜 중독, 섹스, 자살 시도, 우울증..... 그런 용어들로 점철되어 있다. 아, 한때는 자신이 공산주의자임을 선언했다가 조사를 받기도 했었다. 결국 그녀의 마지막은 뉴욕 한 호텔 방에서의 외로운 죽음이었다. 그녀는 발견 다음 날 화장되었다.


나는 최영미의 엉뚱한 발상에서 ‘화려함’ 보다는 ‘외로움’을 읽었다. 나에게도 실현 불가능한 로망은 있다. 그녀는 정신이 자유로운 시인이라서 그것을 무모하게도 행동으로 옮겼을 것이고, 이성의 지배를 받는 나는 그러지 못하는 것일 게고. 그 차이일 뿐이다. 너무 비난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호텔방을 줄 것도 아니면서.....


참, 도로시 파커의 시 <나이를 먹으면>이다. 마음을 들킨 것도 같고, 하지만 그래서는 안될 것도 같고... 그래서 놓지 못하고 자꾸 읽게 되는 시이다.



<나이를 먹으면>


내가 젊고 담대하고 강했을 때는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깃털장식 세우고 깃발 날리며

 세상을 바로 잡으러 달려 나갔다.

 "나와라, 개새끼들아, 싸우자!"고 소리쳤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느냐고 하면서 분해 울었다.


그러나 이젠 나이가 들었다. 선과 악이

 종잡을 수 없이 얽혀 있어

 앉아서 나는 말한다. "세상이란 원래 그래.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게 현명해.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는 거야.

이기고 지는 게 별 차이가 없단다, 얘야."

무력증이 진행되어 나를 갉아먹는다.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철학이라 부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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