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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07. 2017

작가 지망생들의 아련한 이야기

문영심 장편소설 <세상 밖으로 부는 바람>을 읽고

                                                                                                                                                                                     

페친 문영심 작가의 장편소설 <세상 밖으로 부는 바람>을 어제 틈틈이 다 읽었다. 77년에 문예창작과에 입학한 저자와 그의 동료들의 삶과 문학에 관한 소소한 얘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작품을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던 작가 지망생들의 아련한 얘기들이 우리들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소설이 에피소드들로만 이어져, 그냥 이렇게 끝나는 건가 싶을 때에 주인공 수영의 남편이 등장하여 작품의 긴장을 한껏 높여준다. 남편은 소설을 쓰려던 수영의 꿈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몰래 원고 파일들을 갖다 버리고, 그에 분노한 수영은 집을 나가버린다. ‘일’을 둘러싼 부부 사이 갈등의 고전적인 장면일 듯하다. 저자는 신춘문예에는 당선되었지만 이래저래 문단작가가 되지 못한 채 살아오다가 이 작품을 내놓은 것이다.


책 속에는 밀란 쿤데라의 얘기가 비중있게 나온다. 

 “소설가는 자신의 서정 세계의 폐허 위에서 태어난다.”


저자는 젊은 날 자신이 자아 속에 갇혀있어서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할 수 없었고, “내가 소설 쓰기에 그토록 자신이 없었던 것은 반서정주의로 개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나하고는 반대의 자기진단이다. 나는 젊은 날, 세계 속에 갇혀있어서 자신의 서정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했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된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내가 그토록 자신이 없었던 것은 반서정주의에 갇혀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저자와는 정반대로, 반서정주의의 폐허 위에서 다시 태어나려 한다. 저자와 나의 상반된 추억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런데 소설을 보고 든 생각 하나. 문예창작과 학생들은 그 시절에도 그렇게 연애들을 많이 했나. 그 무거웠던 세상이 내 어깨 위에 올려진 듯, 암울한 고민만 하고 살았던 것 같은데.... 나만 그랬던 건가.... 아, 암울했으니까 그토록 사랑을 찾았던 것일까.


청춘 시절의 잔잔한 얘기들을 떠올리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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