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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14. 2017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가 말하는 '자신만의 길'

마루야마 겐지의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산문집이라 금방 읽히는 책이다. 지나칠 정도의 날카로운 생각들이 나의 성정과 맞지 않는 지점들도 있었지만, 울림을 주는 내용들이 많다. 



겐지는 홀로 자신만의 길을 가라고 말한다. 부모에게도 국가에게도 의존하지 말라며. 그 길에서 벗은 오직 고독 뿐이다. 그는 “지상의 보물인 자유에는 언제나 고독의 그림자가 따라 다닌다”며, “자유와 자립의 정신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증거”이고 “불안과 주저와 고뇌야말로 살아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겐지는 “살아 있으면서 절대적인 안녕을 얻으려 한다면, 살아 있되 삶을 내던진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며 그것이야말로 산송장의 삶이라고 질타한다.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자유를 감당하지 못하는 인간들에 대한 대심문관의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왜 영웅과 지배자와 강자를 원하는가.

인간은 모두 지배받고 싶어 하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자신의 판단과 결단과 실천으로 살아가기 괴로워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그 고통을 누군가 대신 없애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초식동물의 흔적인 그런 겁 많은 특질이 모여 불필요한 집단과 조직을 만들고, 사회와 나라를 이룬다. 그리고 그 세계를 반듯하게 관리할 능력이 있을 법한 인물을 추대해서는, 그를 따르고 충성할 것을 맹세함으로써 한순간이나마 안심하려 한다.”


남겨둔 또 한 구절. 겐지의 얘기를 곱씹어 보면, 사실 인간은‘지구의 정복자’라는 말이 무색한 연약한 생명들일 뿐이다.


“우리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지옥에서 살아갈 운명에 처해 있다.

이런 세계에서 인간처럼 복잡하고 섬세한 생물이 존재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기온이 오르내리는 하찮은 외적 변화 하나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언제나 멸종과 파멸이라는 아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머리에 새길 필요가 있다. 즉, 무슨 인과응보에서인지 지옥에 태어나고 말았다는 것을 철저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까지 인간은 온갖 지혜를 쥐어짜 문명을 일으켜 왔지만, 그럼에도 웅덩이에 우글거리는 장구벌레와 다를 바 없는 허망한 존재라는 사실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물이 다 말라버리거나 커다란 행성이 떨어지면, 기온이 오르거나 내려가면, 다른 물질에 오염되거나 천적에게 먹히면, 그대로 인생이 끝나버리는 너무도 연약한 생명.

그런 데다 전쟁이라는, 그 연약한 생명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어리석은 행위가 아직도 끊이지 않는다. 문명이 듣고는 혀를 찰 일이다. 지적 생명체라는 것이 이 꼴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생물이 버젓이 번성하고 있다.

대체 이 무슨 세상이란 말인가.

이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세상인가.

이것이 자식에게 남겨줄 만한 세상인가.

이것이 바라던 공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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