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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아버지의 눈동자에 담긴 공포와 회한

by 유창선


안현배 선생의 러시아 미술 강의를 들으면서 접한 러시아 이동파 화가 일리야 레핀의 <1581년 11월 16일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이다. (언제 한번 책에서 봤던 기억은 났지만) 워낙 강렬하게 느껴져서 돌아온 뒤 그림에 얽힌 자세한 사연을 뒤져보았다. 간단히 요약하면...


러시아 황제 이반 4세는(‘차르’라는 칭호를 처음으로 사용한 이반 뇌제이다) 불행한 삶을 살면서 의심 많고 포악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특히 권력투쟁으로 아들까지 의심하는 상황이었다. 어느 날 그가 아들의 궁전을 방문했는데 며느리가 단정하지 못한 차림으로 나오자 임신 중인 그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그때 아들 황태자 이반이 뛰쳐나오자 아들을 의심하던 아버지는 쇠망치로 때려 쓰러뜨린다. 아들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자 아버지는 잘못을 깨닫고 아들을 껴안은 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다. 이 그림은 잔혹함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행한 삶 속에 갇혀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 아버지의 회한과 슬픔을 그려내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그림으로 알려져 있지만, 역사학자들은 사실성에 대해 반론을 펴기도 하는 그림이다.

이반 뇌제.jpg

그림을 접하면서 첫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들을 껴안고 있는 아버지의 눈동자였다. 저 눈에는 피 흘리며 죽어가는 아들을 본 공포와 슬픔과 회한이 담겨있다. 이 아버지의 눈을 보면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에서 돌아온 아들을 껴안고 있는 아버지의, 실명한 눈이 오버랩되었다. 결국은 미워할 수 없는 인연의 굴레 속에서, 그래서 사랑하고 슬퍼하는 인간들의 삶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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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탕아 세부.jpg

* 첫 번째, 두 번째 그림은 일리야 레핀의 그림과 그 세부도 이고, 세 번째와 네 번 째는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와 그 세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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