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라르카의 <칸초니에레>가 표현한 인간의 번뇌
이탈리아 3대 시인으로 꼽혔던 페트라르카의 시집 『칸초니에레』는 신에 대한 믿음과 여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서 번뇌하는 심경을 담아내고 있다. 라우라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담은 페트라르카의 작품들은, 지금에서 보면 흔한 사랑의 갈등일 수도 있겠지만, 그 시대의 배경을 이해한다면 각별한 의미를 알 수 있다.
중세의 긴 어둠의 터널 속에서 인간은 신에 의해 압도당했다. 인간의 내면적 고뇌 같은 것은 그림으로도 문학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 비로소 페트라르카는 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사랑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것은 암흑의 시대에 체념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인간이 아니라, 사랑하고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페트라르카는 사랑했던 라우라가 죽은 이후 신에게로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말한다. 하지만 페트라르카는 여전히 라우라를 사랑하고 있었다. 인간이 실종되었던 어느 시대이든, 어둠의 터널 안에서도 이렇게 인간을 찾고 표현하려 했던 작가들이 있었다. 그것이 시대 속에서의 작가 정신일 것이다.
라우라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되던 해에 쓴 시이다.
"사랑이 나를 불태우며 스물한 해 동안 붙잡았으니,
그 불꽃 속에서도 또 희망 가득한 고통 속에서도 행복했네.
임과 내 가슴이 함께 하늘로 오른 뒤,
눈물 속에서 또 다른 십 년 동안 사랑이 나를 붙잡았네.
이제 나는 지쳤고, 또 나는 미덕의 씨앗을
내게서 거의 꺼 버린 실수 가득한 내 인생을 질책하노니,
지고하신 하느님이시여, 당신께
나는 내 인생의 마지막 부분을 경건하게 바치며,
평화를 추구하며 고통을 극복함에
최선으로 이용하며 보내야 했던 세월을
그렇게 흘려보낸 것에 후회하고 슬퍼하네.
주여, 나를 이 육체에 가두고 있는 당신이,
나를 그곳에서 풀어주어, 영겁의 천벌로부터 구해주소서,
나는 내 잘못을 알기에, 그것을 용서치 않습니다."
-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칸초니에레』, 이상엽 옮김, 나남출판, 2005, p. 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