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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Sep 06. 2023

정명훈은 정경화의 동생이었다

정경화와 정명훈 남매, 11년 만에 함께한 연주

정명훈이 정경화의 동생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제목을 이렇게 달았을까. 그런데 정경화 누나가 정명훈 동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도 재미있고 훈훈한 무대가 있었다. 9월 5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트리오 콘서트'였다. 

(사진=크레디아)


이날 공연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정명훈, 첼리스트 지안 왕. 그야말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벅찬 '세기의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원래 정트리오는 정명화가 함께 해왔는데, 이제는 나이가 70대가 되니 여의치가 않았나 보다. 대신 ‘아시아 최고의 첼리스트’로 꼽히는 지안 왕이 와서 그 자리를 맡아주었다. 지휘자 정명훈은 이날은 피아니스트.


(사진=유창선)


연주도 연주였지만, 정경화가 동생 정명훈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재미있는 볼거리였다.  이제 나이가 70에 들어선 정명훈도 정경화에게는 그저 예쁜 동생이었다. 커튼콜 때 자꾸 정명훈이 혼자 뒤로 빠져서 물끄러미 지켜보려니까 정경화가 자꾸 등을 떠밀고 손을 잡아주며 무대 앞으로 나가게 만든다. 정명훈은 뭔가 쑥스러워 하는 분위기였는데, 분위기 잡는데 진심인 누나 정경화는 그저 즐겁게 동생을 이끈다. 심지어 무대 위에서 동생 볼에다가 뽀뽀까지 한다. 정명훈과 지안 왕이 포옹을 하는 순간에도 정경화는 너무 기뻐하는 표정으로 환호한다. 아, 마에스트로 정명훈한테 저럴 수 있는 사람이 정경화 말고 누가 있을까 싶었다.


(사진=유창선)
(사진=유창선)
(사진=유창선)


연주하면서도 정경화는 세 사람의 조합이 잘 흘러가도록 신경쓰는 모습을 내내 보였다. 역시 가장 어른다운 여유와 성숙함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유창선)
(사진=유창선)


연주회였으니까 연주 얘기도 좀 하자. 1부에서는 정명훈과 지안 왕이 연주하는 드뷔시 ‘첼로 소나타’가 첫 곡으로 연주되었다. 이어서 정경화-정명훈 남매가 연주하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이 연주되었다. 2부에서는 세 사람이 함께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를 연주했다. 특히 50분 가량 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트리오’의 서정적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애절한 슬픔, 행복, 비애의 정서가 변화해 가면서 전해지는데 세 거장의 연주로 들으니 깊은데도 너무도 편안하게 들렸다. 특히 마에스트로만 보아왔던 정명훈의 피아노 연주는 과하지도 요란하지도 않게 그냥 물흘러 가는 듯한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사진=유창선)


이런 무대가 또 있을까. 객석을 가득채운 관객들도 그 생각을 하는 듯, 끝없는 박수를 세 사람에게 보냈다. 정경화-정명훈 남매도 그런 마음들을 아는 듯, 무대에서 떠나기를 아쉬워 하는 모습이었다. 두 남매가 부디 오래오래 무대 위에서 활약하기를 기원한다. 정말 귀한 연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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