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창선 Sep 04. 2023

장윤성 지휘자 돌연 사퇴, 부천필하모닉에 무슨 일이?

부천시와의 갈등에 따른 사퇴로 판명

부천필하모닉은 한때 클래식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던 오케스트라였다. 지난 1999년부터 4년간 임헌정 지휘자 시절 '말러 사이클(교향곡 전곡 연주)'을 국내 최초로 완주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요즘은 부천필에 대한 관심이 조금은 뜸한 분위기였지만, 2021년 6월 장윤성 교수가 상임지휘자로 취임하고, 올해 5월 부천아트센터가 개관하면서 앞으로의 연주활동에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장윤성 전 지휘자 (사진=부천필 홈페이지)

그런데 장윤성 지휘자가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돌연 사퇴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장 지휘자는 지난 7월 말에 사표를 제출했고, 부천시는 한 달 만인 8월 25일 수리했다는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 이유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관심이 커지자 부천시 측은 “서울대 교수 휴직 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기 어렵다는 사유로 상임지휘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전적으로 자의에 의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교수직 복귀를 위해서 사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전에 정해진 임기가 있는데 갑자기 교수직으로 복귀한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


<한국경제신문> 9월 2일자에 장윤성과의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그에 따르면 장 전 지휘자는 해외 공연, 음반 녹음, 단원 채용 등의 사안에서 부천시, 부천시립예술단 사무국과 지속적으로 갈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교수 복귀는 시기적으로 맞물렸을 뿐 사퇴의 직접적 계기가 아니었다는 얘기였다. 장윤성은 “울산시향, 창원시향, 대전시향 등 국내 유수 지자체 악단들을 이끌어봤지만 부천필처럼 번번이 상임지휘자의 주장이나 제안이 무력화되는 곳은 처음"이라며 "예산이 적은 건 백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안 된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기관과 악단의 발전을 도모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고 <한국경제신문>은 보도했다.


"장윤성은 지난해 부천필이 오스트리아 출신 현대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가 한국인의 ‘정(情)’을 주제로 쓴 작품을 잘츠부르크에서 세계 초연할 기회가 있었으나 부천시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했다. 앞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초연이 예정됐을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2년 넘게 지속 요청해온 단원 채용 건도 번번이 반려됐고, 전임 지휘자 시절 네 차례 이뤄진 음반 녹음 건도 그의 임기 때에는 한 차례도 성사되지 못했다." <한국경제신문> 2023. 9.2)


사퇴의 사연이 충분히 짐작되었다. 부천시는 그간 상임지휘자의 제안을 수용하지 못한 데에는 여러 여건상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결국은 부천필 지휘자가 의욕적으로 해보려 했던 일들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함으로써 생겨난 일인 것이다.


(사진=부천아트센터)


마침 부천시는 올해 국제공연장 수준의 부천아트센터를 개관하고 기념 공연 행사들을 훌륭하게 가졌다. 나도 개관 기념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몇차례 부천아트센터를 갔었다. 메인홀에 들어서니 참으로 훌륭했다. 객석의 규모가 1,445석이라 하니 예술의전당 2,505석, 롯데콘서트홀 2,036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무대 규모에 비해 객석 수가 적으니 연주 소리가 그만큼 잘 들렸다. 게다가 천장에 설치된 흰색의 상하 구동형 음향반사판이 눈길을 끌었다. 벽체 배너 커튼을 동시에 활용하면 세밀한 음향 조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연주가 시작되니 소리들이 또렷하게 들려옴을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음향에 세심하게 공을 들인 공연장이다. 부천필은 이렇게 훌륭한 자기 집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연주활동이 활발해질 것이 기대되었다.


장윤성과 부천필의 말러 5번 연주회 (사진=유창선)


(사진=유창선)


지난 7월 28일에는 장윤성 지휘자와 부천필이 연주하는 말러 교향곡 제2번 '부활'을 듣기 위해 부천아트센터에 가기도 했었다.100명 가량의 오케스트라와 소프라노, 혼성 합창단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장대한 공연은 감동적이었다. 말러의 대작을 훌륭하게 연주한 장윤성 지휘자와 부천필에게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가 오래 계속되었다. 역시 말러는 부천필이다 싶었는데.


부천필이 올해 하반기에 예정하고 있는 연주회도 여럿이던데, 지휘자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저렇게 좋은 공연장을 개관하면서도 좀더 적극적인 지원을 주저했던 자치단체의 모습이 어쩐지 부조화처럼 느껴진다.


'얼룩소'에서 문화예술공연에 관한 글들을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얼룩소'에 방문하셔서 팔로우 하시면 문화예술에 관한 저의 글들을 계속 접하실 수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여자경 지휘자와 국악관현악의 놀라운 '발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